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ader Nov 04. 2024

너 그 사람이랑 일해봤어?

아니면 당신은 행운아!

우리 직장에서 최고로 고생했다는 하소연에 꼭 '나 이조최랑 모두 일해본 사람이야!'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너 이조최와 모두 일해봤어?"

현재의 직장으로 이직을 했을 때 직장에서 이상한 이 모 씨, 조 모 씨, 최 모 씨 3명의 성을 따서 이조최라고 불렀다. 조선시대 선조, 인조라는 두고두고 욕을 먹는 똥멍청이 왕이 나라를 말아먹었듯이 이들도 비슷한 민망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이 직장의 진정한 고난은 이들과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것이라는 푸념이 넘쳐났다. 이 세명은 모두 자기애가 넘쳐났고, 눈에 띄는 일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었다. 가끔 이들은 매의 눈으로 정확하게 상황을 알아보는 사람에게 "눈앞에서만 얼쩡거리지 말고 똑바로 자기 일이나 하세요!"라는 핀잔도 받지만 굽히지 않고 자신의 이익이 조직의 이익이라는 괴변을 늘어놓으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기본기는 없지만 쓸데없이 훈수만 두려고 하는 이들과 함께 일하지 않는 것이 우리 직장의 복으로 여겨졌다.


"직장판 삼국지이군!"

이들은 모두 사내정치에 능수능란해서 자신만의 라인을 구축했다. 안타깝게도 삼국지의 위·촉·오나라처럼 충신들과 맹장들로 서로의 능력을 과시하며 세력을 유지하는 느낌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충실하게 라인을 탄 몇 명을 제외하고는 어느 라인에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들이 라인을 넘나드는 분위기였다. 일명 축구회, 낚시회, 산악회로 구분되어 동호회로 착각하고 참여한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있다며 자신의 취미를 바꾸는 부작용이 발생하곤 했다. 이 세 명의 공통점은 모두가 상상하는 대로 공은 내 것이고 과는 네 것이라는 단순한 내로남불의 굳은 신념이 아닐까 싶다. 모든 문제는 전임자의 과오라고 주장하는 것이 퍽이나 인상 깊었다. 이들은 많은 사람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결말에서 왕자님을 만난 디즈니 공주님들처럼 모두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자리까지 승진하고 행복하게 퇴직하였다.


"퇴직하면 역시나 남!"

직장에서 사내정치로 잘 나갈 때는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날파리처럼 득실대는 느낌이었지만 이들도 퇴직하는 순간은 왔다. 잘 나갈 때는 한 없이 어깨가 올라갔지만 나갈 때는 끝없이 초라할 뿐이었다. 매일 같이 저녁에 모여서 대의(大義)라는 명분으로 끼리끼리 모여 작당모의를 하던 사람들도 퇴직과 함께 관계가 정리되었다. 퇴직하고는 서로 얻어먹을 게 없어서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은 역시나였다. 퇴직하고 이들을 우연히 길에서 만났다는 이야기가 점심시간에 이야깃거리로 등장하는 시기도 짧게 끝나고 이제는 기억에서 잊혀간다. 그저 나에게는 욕을 하기도 피곤해서 다시 보고 싶지도 않고 다시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인물일 뿐이다. 그저 밥 먹다 바지에 흘린 김치 자국처럼 눈에 거슬리고 빨리 지워버리고 싶을 뿐이다.


도구 5. 인재경영 :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

이런 리더 주변에 인재가 모여든다 164

구성원은 야단치는 리더보다 공감하는 리더를 따른다. 공감은 약이 된다. 구성원이 어려울 때 위로해 주고받은 상처를 치료해 주고 아물게 해 준다. 사람은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 것을 누군가 알아줄 때 힘을 받는다. 구성원이 상사로부터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수고했어”, “잘했어”, “자네는 이 분야의 전문가야”, “책임지고 추진해 봐”라고 한다. 인정해 줄수록 구성원의 사기가 올라간다. 충분히 공감하고 인정하면 많은 성과가 난다. 그러면 리더 주변에 인재가 모여든다.

《리더의 도구》(정민, 매일경제신문사, 2023.12.15.)


이조최가 사라지면 사내정치질을 하는 사람들이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를 하였다. 하지만 질량보존의 법칙은 무섭게도 그들의 빈자리를 누군가 바로 그 자리를 메꾸는 기적을 보이더니 다른 라인이 등장하여 더욱 차가운 사내정치를 휘두르다 또 사라져 갔다. 직장에서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반복하여 맞이한다. 이들은 퇴직하고도 사람들에게 '이조최'로 두고두고 욕먹을 것을 예상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면 나는 오늘도 현실을 탓하면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등뒤가 오싹하다. 한 번은 실수이라고 넘어가지만 반복된다면 이건 스스로의 문제가 아닐까 걱정이 된다.

"아쉽게도 그들과 함께하며 배운 것은 나중에 저렇게 살지는 말아야겠다는 깨달음뿐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비처럼 걱정도 내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