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옆칸의 대화

우연히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by Jeader

"죄송합니다. 제가 일부러 연락을 안 받은 게 아닙니다."


작년 말부터 사무실 위층 식당 인테리어 공사로 평소에 보지 못했던 작업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보인다. 철거로 며칠을 소음과 함께 시끄럽게 하더니 이제는 철거는 끝난 것 같다. 철거의 소음은 치과에서 그라인더에 갈려 고통받는 기분과 유사해서 덩달아 두통이 온다. 연말 나의 두통은 위층의 소음이라 자체 진단을 내려본다.

"드드드드"


아무튼 아침부터 사람들이 부지런히 공사 장비와 재료들을 들고 다닌다. 어제 오후 퇴근 전에 화장실에 갔는데 우연히 옆칸의 통화가 들린다. 채권 추심 통화였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화장실 옆칸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숨기고 있었다.

"흡!"


"제가 2주일에 한 번씩 돈이 들어오는 방식입니다."

(…)

"제가 전화를 피한 게 아니라 제 일이 현장일이라 소음도 있고 수시로 통화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닙니다."

(…)

"아무튼 연락을 어렵게 해서 죄송하지만 저의 처지도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저도 최대한 갚아나가고 있습니다. 시간을 조금 더 주시기 바랍니다."

(…)

"우선 이번 주에 돈이 들어오면 일부라도 갚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화장실에 숨죽이며 있기에는 퇴근도 해야 하고 타인의 괴로운 상황을 엿듣는 기분이라 서둘러 화장실을 빠져나오려고 했다. 옆칸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옆칸에서 통화하시던 분은 화장실을 먼저 나갔다. 숨 막히는 대화를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큰 숨을 들이쉬고 마주치면 서로 민망할 것 같아서 5초 있다가 손을 씻고 나왔다. 화장실 앞에 정신없이 놓인 작업용 목장갑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어쩌다 너는 여기 남아 있니?"


나도 이사를 준비 중이라 계속 나가야 할 돈과 구할 수 있는 돈을 수시로 계산하고 있다. 물론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갈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나는 이 나이에도 스스로 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살고 있구나 싶다. 여전히 경제적 자유는커녕 경제적 독립도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쩌면 세상에 돈 걱정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위로해 본다. 하지만 분명 걱정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래도 상대적인 경중의 차이이지 모두 자기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휴~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음 티베트 사람이겠다!"



우주님의 스파르타 수업 11교시: 우주에 감사의 에너지를 보낸다 P.182

우주에 사랑과 감사의 에너지를 보내라 그 에너지의 순환이 원활히 이루어지면서 에너지가 다시 본인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2억 빚을 진 내게 우주님이 가르쳐준 운이 풀리는 말버릇》(고이케 히로시, 나무생각, 2017.08.14.)


그래도 생각해 보면 과정이 힘들어서 그렇지 하고자 했던 일이 모두 이루어졌다. 간절히 바라면 어떻게든 되더라는 생각도 변함없다. 새해 무거운 짐은 조금 덜어내고 즐거운 일을 가득 담고 살아보기로 다짐해 본다.

"그래 정말 호랑이를 그리려고 하면 고양이라도 그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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