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아직도 근무하고 있나요?

How Far I'll Go

by Jeader

만년 과장 생활이 너무 길어져 나이 어린 후배가 팀장으로 왔다.


"참 꼴이 말이 아닙니다!"

한참 사내 정치라인의 핵심으로 빠른 출세와 주요 보직을 맡던 후배가 그쪽 라인의 붕괴로 좌천되어 우리 팀의 팀장으로 왔다. 슬프게도 좌천된 팀이 내가 근무하는 팀이라니... 난 좌천된 사람이 오는 부서에 근무하는 최고참이자 최고령자라는 것이다. 좌천되어야 오는 팀에 근무했던 거구나 싶은 마음이 구멍 난 고무장갑으로 스며드는 축축함처럼 밀려온다. 오라는 구조대는 오지 않고 뭐 하는 건지 싶다. 저기요, 여기 아직 사람 있어요!


"이번 인사의 의도가 보이나요?"

누군가 나에게 이번 인사를 물어보신다면 인사권자의 꼴 보기 싫은 사람들의 인사이동 정도만 엿볼 수 있다고 답할 수 있다. 이럴 때 혼란한 시기에 조용히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어부지리로 차지하는 사람이 진정 승자가 아닐까 싶다. 이런 사람들은 아이브의 센터 장원영도 부럽지 않겠다고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차피 만년 과장 생활에 찌들어 예선에 진작 탈락해서 관람객 모드로 응원하는 입장이다.


"꼴 보기 싫은 인간들이 지뢰밭처럼 널려 있다."

오늘은 점심을 먹으러 가는 곳마다, 커피를 마시러 가는 곳마다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다들 '지금 어디서 근무하냐?' 또는 '아직도 거기에 있냐?' 등 시답지 않은 질문을 웃으며 던진다. 누굴 박물관의 화석 조각으로 여기는 건가 예의 없는 것들. 이 거들먹거리는 인물들은 자신들이 이번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여준다. 입사할 때부터 싹이 노란 인간들을 엄하게 대하지 않은 나를 원망해야 하나 싶다. 아, 과거에 이들에게 엄하게 했음 나도 엄하게 발령이 났으려나. 저것들을 엄하게 다스려라!


모니터링 전문가와 사내 라디오, 무엇이 다른가? 143

모니터링 전문가와 사내 라디오의 차이는 소문을 본인의 우월한 지위 획득을 목적으로 이용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나타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소문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을 마치 ‘사내 로비스트’인 것처럼 인지하게 해서 누군가의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사내 라디오라면, 모니터링 전문가는 소문으로 인해 발생할 문제점들을 점검해서 조직과 소문의 당사자가 입는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합니다.

《오피스 빌런》(송지은, 조영윤, 플랜비디자인, 2024.05.20.)


퇴직하는 분들의 인사에 축하한다고 해야 하나 고생하셨다고 해야 하나 순간 갈등이다. 내가 퇴직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뭐라고 말할까 홀로 상상해 본다. 자꾸 나의 심정을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의 답변은 언제나 같다.

"계약 관계로 일하는데 후배가 팀장이든 뭐든 탈출할 때까지 제 일을 묵묵히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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