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소아과는 들어가기 전부터 긴장감이 가득할 정도로 아이들의 비명이 가득하다. 환절기라 다양한 연령대 아이들이 유모차를 타거나 종종걸음으로 근심걱정 가득한 얼굴로 부모와 함께 입장한다. 부모도 걱정 가득한 얼굴이라 웃는 사람은 의사 선생님뿐이라 눈 맞추기도 시선을 둘 곳도 없는 공간이다. 병원 대기 중에 책을 읽어야지 생각하며 책을 챙겨두었는데, 핸드폰으로 버스 시간을 검색하느라 책을 두고 뛰어나와서 이제는 멀티태스킹은 전혀 불가능한 나라는 생각을 다시 하였다. 분리수거를 한다고 박스와 플라스틱을 따로 모아 나왔는데 차키를 두고 나와서 다시 집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이제 주머니가 100개 달린 옷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하품도 웃음도 전염이라고 하더니 이곳의 두려움이라는 기운은 진료실 안의 한 아이의 울음이 터지면 병원 내 아이들 모두 같이 당장 울음이 터질듯한 분위기로 빠르게 변한다. 예방접종 시즌이면 소아과는 곡소리가 넘쳐난다. 진료실 문이 굳게 닫히면 아이들의 나가겠다고 자기를 보내달라는 울음소리에 대기실 사람들은 다들 진료실 안 저 아이는 무슨 접종일까 궁금해진다. 그 와중에 병원에서 친구를 만난 아이들은 진료 후 아래층 약국에서 다시 만나자고 다정히 인사하고 헤어진다.
접종이라는 혼동의 시기가 지나면 진료실 문이 열리고 몹시 힘든 일을 해낸 의사 선생님의 얼굴과 반대로 손에 쥐여준 캐릭터 사탕을 입에 물고 아이들은 흘렸던 눈물을 훔치며 씩씩하게 병원을 나선다. 저 아이도 나중에 다시 생경한 경험을 쌓아가면 오늘의 기억들이 별거 아닌 추억도 안 남는 일이겠지. 처음 군대 훈련소 입구를 통과하고 빨리 안 뛰냐는 조교들의 욕설의 통해 닥쳐오는 혼란함이나 처음 홀로 해외에 나갈 때 공항 출국장에서의 막막함도 그런 감정이 들것이다. 학교 오리엔테이션의 자기소개 같은 다양한 막연함을 헤쳐나가는 그런 기억들이 쌓여 다가오는 근심도 별거 아닌 굳은살이 되어 살아가겠지.
다행히 아이의 접종을 마치고 병원을 나와 약국에 내려가니 이곳에서도 우는 아이들이 있었다. 무슨 일인가 옆에서 곁눈질했더니 약국에서 파는 비타민인지 장난감인지 정체가 애매한 것들의 쇼핑을 엄마에게 거부당한 아이는 이래저래 억울한 하루인가 보다. 오늘은 자신의 맘대로 되는 게 없다고 생각하던 아이들도 오전을 보내면 다른 흥기로운 일들로 가족과 오후에는 웃을 일만 가득하기를 빌어본다. 나이가 들어도 예방접종의 바늘은 여전히 쳐다보기 어려울 정도의 두려움은 여전하고, 살면서 앞으로도 많은 주삿바늘에 찔릴 일이 많다는 것은 비밀로 묻어둔다. 다시 주삿바늘이 눈앞에 닥치면 체념하며 안 아프게 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내 몸을 맡기겠지만, 가끔 조금 따끔한 날도 있어 평온한 날이 소중한 것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