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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는 방법

by Jeader

#02 욕망을 뿌리로 하는 기획의 시작, 자기 욕망 p.68

누군가를 설득한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상대방의 욕망을 깨닫게 해 줄 것'

'그 욕망의 해결책을 제시할 것'

<기획에서 기획을 덜어내라>(제갈현열, 김도윤, 천그루숲, 2023.08.30.)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일이라는 게 어쩌면 누군가의 욕구를 파악하고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왕이면 나의 욕구도 이 일을 통해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출근하지만 월급날에는 나의 욕심이 너무 큰 건가 생각한다. 사실 모든 돈벌이는 사실 고용주이던, 사용자이던 누군가의 욕구를 해결해 주는 일로 가득하다.


안내문을 만들어서 온라인 게시판에 공지했다. 별로 어렵지 않은 공지이지만 일반적으로 발령이나 안내 같은 알리는 공지는 아니라서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다. 공지글을 설명해 달라고 요청한다. 최근 많은 사람들의 문해력에 문제가 있어서 긴 공지는 읽지 않는다고 하더니만 안내가 너무 길었나 싶었다. 안내는 어떤 점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거냐는 질문에 사실 안 읽었다고 답한다. 역시나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대라서 그런지 참 솔직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상대방을 이미 조선시대의 역적의 처형처럼 난도질하고 있었다. 사실 읽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으니 읽기 귀찮은 것은 이해가 되지만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지 않고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공지하는 것인데 같은 말을 계속해야 하는 나도 반갑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중요 사항은 밑줄도 넣고 공지하지만 옆자리 동료는 5줄 이상의 글은 안 읽는다고 삼가라고 말한다.


아무리 재미없는 공지글이라고 해도 정보를 포함하는 내용이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고 공지의 글 중에 무엇을 줄일 수 있나 어찌하나 고민을 하였다. 조직마다 조직의 특성이 있고 문서나 공지의 형식은 일정하다. 뭐 이렇게 지켜야 할 것이나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은지 나도 의문이지만 양심이나 도덕성만으로 규정할 수 없는 사회가 되어서 이 틀 안에 맞추라는 공지는 내가 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과감히 짜증을 낼 수도 없었다. 어차피 나도 그 틀 안에 나를 꾸역꾸역 구겨 넣으며 월급을 받는 입장이니 틀을 바꾸는 것이 어쩌면 유일한 해결책이다.


앞으로 공지를 삼행시로 만들어야겠다고 아이디어를 내본다. 우리 팀장이 피식 웃더니 잘못하면 귀에 피가 날 때까지 훈계할 눈초리로 오랜만에 지긋이 눈을 맞추기에 그냥 삼행시 공지는 포기하고 앞으로 공지는 모든 정보를 담아 안내하고 전화가 오면 속으로 욕하며 친절하게 설명해야겠다. 오늘도 마음속으로 살인하는 죄를 저지르며 살고 있구나. 그래서 밥벌이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고 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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