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성공'을 위한 필수 공식 p.70
노잉은 내 마음대로 일으킬 수 없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며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보내자. 그것이야말로 언젠가 찾아올 그날을 위한 준비다.
<노잉>(저자 안도 미후유, 번역 송현정, 오월구일, 2023.02.15.)
휴가로 인한 여독이 풀리기 전에 다시 출근한다. 예전에는 나도 벼락치기 여행을 다녀도 밤새워 술도 마셔도 다음날 멀쩡했던 시절을 생각해 보지만 이미 오래오래 전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기도록 한다. 이제 술을 마셔도 그다음 날 해장을 해도 술 마신 다음날 하루를 숙취로 온전히 고생을 하고 나서야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다.
휴가를 다녀온 후 밀린 이메일을 읽으며 빠르게 일을 쳐낸다. 답변을 원하는 것들을 확인하고 답변을 하고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 것들은 일정을 확인하고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시스템을 확인하고 여름방학 마지막 날 쌓인 방학 숙제를 쳐내듯이 아침부터 고카페인 커피를 들이부으며 일을 한다. 앗, 일이 밀려 있는데 정기적으로 하는 회의가 앞당겨졌다. 내년 계획을 준비하자는 회의는 구체적인 방안을 모레 아침 다시 회의를 하자는 결론만 내리고 끝나버렸다. 역시나 회의는 건질 게 별로 없고 일을 위한 일이다. 사무실에서 던져지는 업무지시를 회의실로 옮겨하는 건 아닐까 불온한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아 다시 일을 쳐낸다. 그리고 모두 나의 사무실 복귀를 기다린 듯이 전화로 이것저것 물어보고 찾아와서 요청한다. 역시 나는 아직 쓸모 있는 인간이라는 자기 확신을 맘대로 하면서 커피를 한잔 더 부어 자동차 엔진 때를 벗긴다는 원샷 제품처럼 굳은 머리를 돌린다.
아 잡무로 오전을 모두 바치고 식사를 하러 간다. 오늘의 식사는 중국집이다. 다행이다. 중국 여행을 다녀온 것이 아니라서, 그리고 우리나라 식당은 거의 다 맛있다. 돌아오는 길에 더 이상 커피를 마시면 안 될 것 같아서 라테를 마신다. 오후 사무실에 돌아와서는 따뜻한 라테를 마시면서 다시 업무 보고를 한다. 역시나 휴가 전에 급하게 마무리한 보고서의 오타가 2군데 발견되었다. 반성의 의미로 얼른 눈을 깔고 수정 사항을 메모한다. 아침에 다시 확인하고 보고서를 확인받는다는 것이 오전 쌓인 잡무를 처리하느라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평온한 오후를 맞이했다. 정말 정신없던 오전부터 한낮까지와 완전히 차이나는 가끔 오는 전화를 해결하는 정도의 평온함이 몰려왔다. 그제야 나의 휴가지를 묻는 동료들이 나타난다. 태어나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으로 휴가를 간 것으로 알려진 것을 정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날씨 이야기와 음식 이야기를 나누다가, 역시 모든 회사의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회사에 존재하는 빌런 욕을 하면서 마무리된다. 빌어먹을 빌런들은 함량기준이 있는지 퇴직하면 새롭게 등장하여 언제나 균형을 맞추는 기분이다.
그래 휴가는 끝났다. 이제는 다시 출근해서 나의 일을 해야지. 충실하게 살다 보면 또 언젠가 휴가를 떠나고, 다시 돌아오겠지. 다시 열심히 돈 벌어서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날 준비를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