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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때문이야

돈벌이라는 피로

by Jeader

Prologue

2. 위로보다 월급이 소중한 직장 생활 p.8

나는 이 땅의 힘들어하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확실하게 말해 주고 싶다. "직장 생활은 정답이 없으며, 직장 생활의 가장 큰 이유는 월급, 돈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이다. 당신의 직장 생활이 지옥 같고 힘든 이유는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기 때문이며, 그 이유 또한 돈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로보다 월급이 소중한 직장 생활.

<위로보다 월급이 소중한 직장 생활 1>(INJI, 좋은땅, 2023.10.10.)


지난 직장 생활을 되돌아보면 내가 왜 이 직업으로 밥벌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마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내가 채용되어 일할 수 있는 곳들을 찾아서 직장을 구한 것은 아니었던가 싶다. 뭐 내가 하고 싶다고 해도 안 되는 게 세상에는 너무 많다는 것을 살면서 깨닫게 되는 것이 학생 시절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후 입사 지원부터 면접 등 수많은 실패를 통해 현재의 내가 된 것이다.


직장에 들어와서는 참 어색하고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특히나 조직마다의 규율과 규칙, 그리고 이와 연결된 법령 등을 숙지하고 매뉴얼을 익히는 것을 시작으로 직장 생활에 익숙해지려고 어쩔 수 없이 노력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직장 생활 초반에는 자료를 모으고 분류하고 정리하여 기안하고, 학습지 선생님 이후 오랜만에 상사에게 빨간펜으로 지적받고 수정하고, 별일 없어도 자신의 자녀가 고3인 직장 상사의 늦은 귀가를 위해 사무실에서 당당하게 야구를 보거나 드라마를 보는 상사 옆에서 상사의 퇴근에 맞춰 같이 야근하고,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월급 받고, 가끔 이유 없이 회식하고, 가기 싫은 노래방에서 탬버린도 치고, 회식에서 먼저 도망쳤다고 다음날 깨지고 참 잊고 싶은 기억들만 지워지지 않고 떠오른다. 늙은이처럼 돌이켜보니 나의 직장 생활 참 짠하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하면 원치 않아도 눈치를 잘 보게 되고 요령이라는 게 생긴다. 일종의 노비근성이라는 것이 굳은살처럼 생겼다. 그리고 평소에 집에서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 감탄사를 사용한다. 속으로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인간이라서 창피를 모르는구나 욕하지만 겉으로는 "아, 대단하십니다요!"를 영혼을 두고 입 밖으로 던진다. 아무 말도 걸지 말고 자기 의견대로 밀고 나갈 거면 묻지나 말지 꼭 의견청취라는 과정으로 속을 긁는다. 속으로는 구리다고 생각해도 "넵, 알겠습니다. 넵. 넵."라고 대답하고 별 문제가 되지 않는 한도에서 실행을 하고 거지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결과보고서에 그래도 다양한 시도는 해봤다고 미화해서 마무리한다. 마무리에도 다시는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는 말은 묻고 타격을 받지 않을 정도의 수많은 개선사항을 압축하는 미덕이 필요하다.


나의 의도와 역주행하는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를 실행계획을 포함한 문서로 기어코 만들어 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안 그래도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가려는 나의 직장 생활을 뒤로 후퇴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문서들은 나중에 추후에 높으신 기관의 누군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를 묻는 후한이 남는다. 이 모든 것이 계획되어 있다는 드라마와 같이 그 순간 이 거지 같은 계획을 주장하고 실시하게 만든 원흉들은 예상한 것처럼 퇴직하거나 이직하거나 다양한 이유로 이 상황에 없다. 자신이 책임지지 않을 일을 자신이 신규 사업을 벌여 실적처럼 떠벌이는 짧은 임기의 인간들의 반복되는 똥볼차기는 고대부터 이어지고 있다고 하니 강력한 생명력을 가진 생존 유전자이다. 아무튼 이런 수많은 삽질을 경험하고는 이 사람이 책임의 순간 책임을 지지 않는 일이라면, 첫째 우선 숙고를 하고, 둘째 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100개 정도 준비해서, 셋째 가장 큰 3개만 보고한다. 그래도 하라고 우기는 인간들이 있으니 이런 경우 아주 조그만 이득이라도 남는 다른 아이디어를 내밀어 관심에서 멀어지도록 만들며 정작 당장 오늘해야 하는 일은 야근을 하거나 내일로 미룬다.


어차피 우리 조직도 열심히 일해봐야 일만 늘어나고, 조직에 도움이 되는 일을 건의하면 당장 내가 이런 실적을 냈다고 떠벌릴 수 없다면 관심이 없어한다. 이런 조직에서 애사심을 바라는 것은 상식을 뛰어넘는 기적을 꿈꾸는 것과 같다. 굳이 일을 만드는 것이 일인 이들은 쓸데없는 일을 벌이고 캠페인 성격의 네이밍에만 열중한다. 그래서 보통 '다이내믹(Dynamic)+기관명' 또는 '크리에이티브(Creative)+기관명' 등의 사업이 이유 없이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다. 그래서 다들 왜 이런 네이밍이 정말 머리에서 나왔나 하는 의문과 함께 미국인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영어단어 압축의 사업명으로 공표된다. 보통 선포식만 봐도 엉뚱한 인간이 윗자리 앉아서 '창의, 혁신, 개혁'이라는 말잔치에 뿌듯해하는 모습에 엉뚱한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안 된다는 탄식이 헛웃음으로 삐져나온다.


월급은 소중하다. 직장은 월급 받으러 다니는 것이다. 월급만큼도 일 안 하는 사람도 있고 그것을 전혀 미안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타고난 성향이다. 그런 사람들이 직장 생활 승진하면서 오래 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니 스스로를 부끄럽거나 부럽다고 생각하지 말고 각자도생의 조직의 특성에 맞게 소중한 월급을 받으러 나온 직장에서 내 앞에 쌓인 일을 보람 있게 하내고 당당히 월급 받아야겠다. "나는 우주선을 우주로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라고 말한 NASA의 청소부 같은 사명감은 아니더라도 "나도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 도덕적이고 상식적으로 일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살고 있다.

"난 오늘 월급 받을 만큼 열심히 일했다. 나는 나의 일을 올바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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