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노비
주말 오후, 2시간 만에 쇼핑몰을 개업하다 p.130
그러나 L부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현상 유지이지 변화와 적응이 아닙니다. 그는 이 시스템의 개선을 막기 위해 유능한 사람을 경계하고 누락시킬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본인이 추월당하고 낙오될 공포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젊은 구성원들, 지금 시대의 핵개인들은 효율을 전제로 하지 않는 명목상의 권위를 '권위적'이라고 규정합니다. 그리고 기존의 권위 중에서 어떤 것이 진짜 권위인지 분별하고 싶어 합니다, L부장은 현상 유지를 원하는 '권위적인 상사'인가, 전문성과 포용성을 갖춘 '현명한 권위자'인가 계속 묻습니다.
L부장뿐 아니라 모든 개인들은 지금 계속해서 다시 태어나기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최신화와 현행화라는 말이 있습니다. 최선화는 가장 최근의 버전을 뜻합니다. 현행화는 환경에 맞춘 자기 갱신의 과정 그 자체입니다.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송길영, 교보문고, 2023.09.25.)
예전부터 세대론은 사라지지 않고 세대를 이어갔다. 현재는 알파 세대를 넘어 잘파 세대라고 세대론은 이어지고 있다. 나도 한때 신세대였던 적이 있다. 지금 이런 이야기를 어디서 하면 꼰대라고 다들 한숨 쉬고 고개를 획 돌려 버리겠지만 누구에게나 젊은 시절은 있었다. 꼰대라는 말 앞에 '개'가 붙지 않도록 어찌 과거 없이 현재가 있겠는가 주장한다. 직장에서 근로소득자의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전문성과 포용성을 갖춘 관리자들보다는, 권위적이고 사내정치에 충실한 사람들이 득세한다. 권력은 발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지하기 위해서만 움직이는 속성이라 그렇다고 이해한다.
청춘을 지나 나이가 들다 보니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이 적용된다. 과거에는 나이가 벼슬이었고 권력인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너 몇 살이냐?', '느그 아버지 뭐하신노?' 등의 질문은 개!꼰대로 낙인찍혀 공공의 적으로 간주되어 무차별 공격을 받기 딱 좋은 생각이다. 물론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권력을 자신의 편의대로 활용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권력이 어디 있겠나 싶다. 가끔 더 거지 같은 권력이 반역에 성공해서 혁명을 이뤄내는 것이 대한민국의 역사 아니겠는가.
버릇없는 초등학생도 유치원생을 보면서 개념이 없다고 하는 것처럼 고대 파피루스에도 '요새 것들은 건방지다.'라는 문구가 있다고 하니 다음 세대를 보는 관점은 참 한결같다. 자신의 기준에서 자신과 다른 세대를 보는 이질감은 불쾌함이 아닐까 싶다. 어차피 서로의 생각과 서 있는 위치의 차이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사회화되지 않고 날짐승 같이 날뛰는 사람들은 사실 세대를 불문하고 보기 싫고 불편하다.
현재를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최신화와 현행화를 해야 한다. 직장에서도 과거와 동일하게 일하면 화석이라는 놀림을 받고 외면을 받는다. 물론 정말 화석들은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굳게 자리를 내리고 버틴다. 하지만 섬처럼 외롭게 방치되는 것도 희망일 뿐 밀려 시야에서 사라진다. 오래된 스마트폰도 꾸준히 업데이트를 하고 메모리 정리를 해줘야 사무실에서 전화라도 받고 엑셀로 자료를 수합할 수 있다. 노예근성이 이제 머리에 엑셀 수식처럼 문신처럼 새겨졌나 보다.
오늘도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본다. 언젠가 나의 의도와 다르게 잘 작동하지 않을 신체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마음으로 운동을 해본다. 부지런히 책을 읽는다. 이제는 암기가 쉽지 않지만 언젠가 새로운 것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날이 오는 것을 미루기 위해서 노력한다. 물론 가끔 덮어버리고 싶은 욕구도 매번 발생한다. 노예를 벗어나기로 마음먹었으니 생존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오늘을 살아간다.
"쳇, 잘 살려면 내가 변해야지 어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