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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에 호구는

타짜는 아닙니다만

by Jeader

고장 난 라디오 기법_아이가 울며불며 소리 지를 때

아이의 마음부터 살펴야 하는 이유 p.159

고장 난 라디오 기법이란 주로 블랙 컨슈머들이 무리한 요구를 할 때 고장 난 라디오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는 방법입니다. 이를테면 고객이 무리한 환불을 요구할 때, “이미 착용한 제품은 환불이 불가합니다”라는 말을 계속함으로써 고객이 제 풀에 지치게 만드는 방법이지요. 과하게 소리를 지르거나 대화가 안 되는 아이에게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초등 심리 사전》(조우관, 유노라이프, 2023.05.25.)


"이 판에 호구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면, 내가 바로 호구이다."

영화 《타짜》의 명대사이다. 살면서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내가 호구는 아닌가 의심이 드는 상황이 올 때마다 이 대사가 떠올랐다.


살면서 참 답답한 사람들을 만난다. 이들은 동일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말한다. 그래서 지쳐서 그냥 대화를 포기하고 그 사람의 일을 내가 하는 상황을 만들어버린다. 그런데 이것이 '고장 난 라디오 기법'이었다. 상대방이 무리한 요구를 할 때 고장 난 라디오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는 방법이었다. 직장 내 사람들은 어쩌다 나에게 고장 난 라디오가 되었을까? 그러다가 계속 동일한 내용을 반복만 하는 자리를 피하고자 그냥 그 사람들의 일을 해왔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들은 직장세계의 타짜들이었다.


일에 허덕거리다가 이 고장 난 라디오들을 바라보면 참 여유롭다. 그리고 사내정치에 참 진심으로 열정을 보인다. 지나고 보니 이들이 직장 내 위너였다. 책임은 없고 권한만 있다는 '꿀 빠는' 종족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상대하는 법도 있을 것이다. 패턴화 된 행동이라면 모르는 척 반응하지 않고 책임을 부여하면 그만이다. 내 아이라면 사랑으로 보듬어주겠지만, 이들을 보듬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이들은 사내정치로 뭉쳐 뒤에서 나를 난도질하는 상상을 떠들며 욕할 테니 굳이 동요하지 말아야 한다.


잠시 멀리 거리를 두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보이스피싱부터 직장까지 심리적으로 다급한 마음을 이용하는 사람아 아닌 존재들이 참 많다. 오늘만 지나면 다가오는 주말과 성탄절은 이들을 직장에 처박아 두고 따뜻한 마음만 가지고 퇴근해야겠다. 산타 할아버지 제발 올해는 저한테도 꼭 위로의 선물 주세요.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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