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스님께서는 학생들의 물음에 하나의 기준이 없이 모두를 '그렇다네'로만 대답하십니까?"
"세상만사 또한 그렇고 그렇다네."
그러자 한 학생이 대들듯 말하였다.
"요즘 젊은이들이 제일 경계하고 싫어하는 것이 애매모호함인데, 스님께서는 수행자로서 검은 것과 흰 것을 가리지 않고 '그렇고 그렇다네'로 대답하시면 싫고 좋음도 없으시겠네요."
"밥과 똥이 둘인 듯하나 하나요, 소금은 짜고 설탕은 달지만 지나고 보면 세상만사 그렇고 그렇다네."
<산골 노승의 화려한 점심>(향봉, 불광문화사, 2023.05.12.)
살다 보면 그게 그거고 뭘 해도 결과가 똑같을 것이라는 경험으로 아는 일이 있다. 사실 최선을 다하면 다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이유 없는 최선을 강조하지만 모든 일들이 노력에 따라 결과가 나오지는 않다. 대체로 오늘 하나 내일 하나 별로 좋지 않은 사업들은 어차피 나쁜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이런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명확한 행위를 규정하고 예측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반복된 삽질은 이것도 저것도 다 마찬가지라는 허무주의에 빠지게 만들어 의욕을 꺾어버리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살면서 정말 하면 할수록 기운만 빠지는 일들이 존재한다. 사실 리더란 위험에 앞장서서 비전을 제시하며, 행위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통해 결과에 대한 청사진을 명확히 제시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리더들은 역사에 위인으로 기록된다. 하지만 그런 위인들이 역사의 기록에 남을 정도라면 기억에서 사라진 실패한 우두머리도 많이 존재한다. 아쉽게도 그런 기록은 위인과 대비되어 위인을 부각하기 위해 상반되고 반복된 삽질로 망하였다는 정도이다.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어떤 일들은 안 하느니 못한 것들도 꽤 많이 있다. 한정된 자원에 한정된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기회를 노리며 준비하고 있다가 반짝거리는 성취를 얻어낸 위인들과 한편이 되면 좋겠지만, 엉뚱한 인물과 한편이 되면 늘어나는 것은 한숨과 주름뿐이다.
오늘 반대만 하지 말고 대안이라도 내놓으라는 질문에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탓하며 커피를 들이부어 열심히 대안을 마련하였지만 원안을 고집하는 우두머리 아래에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힘이 빠진다. 바둑을 두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왜 바둑돌이 되었는지 가난한 마음을 원망해 본다. 그래 밥이나 똥이나 어차피 하나 아니었는가. 세상만사 뭐 그렇고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