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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호너구리 Nov 17. 2023

웹툰작가에 대한 의견

장애와 부모

나는 장애인 쪽에 근무하다 보니, 많은 장애아이를 가진 부모를 만났다. 사람은 너무나 다양하지만, 보통 한 가지로 귀결된다. 수긍하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딱 이 정도다.

수긍한 부모들의 생각은 쉽다. 그저 자신의 아이가 하루하루 즐겁게 살고, 사고만 치지 않고 다치질 않길 바란다. 남자장애인일 경우에는, 돌발행동(사실 최근에는 도전적 행동이라는 표현으로 권장하고 있다.)이 잦고 크기 때문에, 약을 먹어서 기운을 뺴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보호자들도 힘들고 제압할 기력이 없으니 당연한 처사다.


문제는 수긍하지 못하는 부모다. 장애는 질병이 아니다. 생활적인 부분이 나아질 순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변화하기 힘들다. 이건 잔인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의학적으로나, 많은 연구결과들이 말해주고 있다. 장애는 장애고 질병은 질병이다.


보통 처음 부모들은 이것에 납득하지 못한다. 내 아이가 사회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고 싶고, 비장애인과 함께, 그들과 잘 어울려서 살았으면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 아이가 이렇지만 점점 나아지고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부터 비극이 시작된다. 다양한 병원치료와 심리발달센터를 이용하고, 많은 돈은 쓰게 된다. 물론 발달장애인들에게 지원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해서 자신의 돈을 쏟아붓는다. 각종 센터와 병원들에서는 희망고문을 한다. 점점 나아질 거라고, 조금만 더하면 비장애인들과, 어울리면서 살 수 있다고.


그런 말에 속아 많은 돈을 쓴다.(솔직히 이렇게 부추기는 사람들이 제일 나쁘다고 본다.)  그리고 많은 시간과 많은 돈을 지원하여, 각종 치료와 활동에 힘을 쏟는다. 하지만.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언제 끝이 나는 것인가. 단순하다. 내가 가진 에너지와 재원이 떨어졌을 때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아이가 나아지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점점 그것이 어렵다는 걸 깨닫는다. 결국 돈이 떨어진다. 아무리 많이 버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 재원이라는 것은 결국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 돈이라는 것이. 떨어지는 순간 많은 것들을 수긍하고 포기하게 된다. 안타깝지만, 그렇게 된 후로 부모들은 편해진다. 돈과 시간의 압박. 그리고 아이가 나아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수긍.


장애인 쪽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번 주호민 씨 사태를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웠다. 시간과 돈이 무제한적인 주호민 씨는, 아마 수긍하지 못할 것이다. 지독하게 자신의 상황을 객관화하지 않는 이상. 힘들 것이다. 앞으로도 시스템 탓을 할 것이며, 많은 재원을 활용해서 온갖 방법을 다 쓸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고 부모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결국 수긍하지 못한다는 것은 괴로울 것이며, 본인도 괴로울 것이다. 하지만 벗어던지기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이번일을 통해서 장애를 가진 아이와 그 부모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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