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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호너구리 Nov 14. 2023

세후 190 인간 - 1

긴 취업준비기간을 뚫고 운이 좋게도 마지막이라고 생각 한 곳에서 기회를 얻어 다시 일을 시작하였다. 사회복지사라는 일을 관두려는 찰나에 마지막에 붙어버려서 조금 기분이 이상하지만 뭐, 그래도 취직을 한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기쁨은 광고 같은 것인 건가. 짧게 스쳐 지나갔다. 다시 직장인의 일상으로 돌아오니 영 기분이 좋지는 않다. 젠장. 지옥철 씨발.  그래도 일은 해야 되는 것이 인간이기에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조금은 허무하고 걱정이 든다. 세후 190만 원. 난 이 돈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최근 주변 친구들의 결혼으로 마음이 조금 심란했다. 가장 친하다고 생각한 U의 결혼을 기점으로 결혼에 대한 나의 생각이 많이 변했다. 과연 나는 저런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저런 행복을 맞이할 준비는 되어있는 걸까. 

정신의학적으로 가장 안 좋은 것이 지금의 문제를 과거에서 찾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세후 190만 원짜리 인간이 된 것이 과거의 잘못은 아닐까. 내가 살아온 길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정신과를 다니면서 돈을 내고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바보 같지만, 간수치가 높아 매일 약을 먹고 술을 마시는 내 모습과 뭐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예전 노인센터에서 일할 땐 참 열정이 있었다. 누군가의 추천이 들어간 것이기에 부담도 됐지만, 누군가에게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열과 성의를 다했다. 지금 내 모습은 좀 말라비틀어진 콩나물 같다.

세후 190 인간. 글을 적다 만든 단어인데 뜬금 싸구려 히어로 영화 제목 같아서 마음에 든다. 앞으로 내 캐릭터는 세후 190 인간으로 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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