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마스크팩

세월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

아침에 잠에서 깨어 거울을 보다 가끔 놀랄 때가 있다. 오늘이 그랬다. 잠에서 덜 깬 상태로 양치를 하다 건너편에 보이는 중늙은이의 모습이 한심, 한탄스럽다. 허옇게 새버린 반백의 머리, 살이 쪄서 주름이 심하지는 않지만 늘어져 처진 살들. 양치를 채 끝내지도 못하고 한참 동안 건너편 아저씨를 쳐다본다.


오전 7시. 일요일엔 이른 아침이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헬스클럽으로 향한다. 2주일 만이다. 연초부터 추운 날씨가 계속되어 쉬었지만 거울 속 초로에 게으름을 피울 여유가 없다.


운동을 마치고 커피를 사서 집에 돌아왔다. 아내와 커피를 마시며 마스크팩을 찾았다. 웬일이냐는 반응과 함께 그 많던 마스크팩이 오늘 없단다. 거울에 보이던 중늙은이의 모습이 떠올라 마스크 팩이라도 해야 위안이 될 것 같았다.


올리브 영이 보인다. 동생과 점심을 같이 하고 나오는 길이다. 마스크 팩을 신중하게 고르는 모습을 보며 동생 녀석이 묻는다.

' 형수?' '아니! '

'조카? ' '아니!!'

'혹시, 형!!!' '응!'

‘ㅋㅋㅋ 대단한데, 많이 변했네’

형의 재롱에 소리 없는 웃음으로 희롱을 덧붙인다. 동생의 희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스크팩을 손에 쥐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식사를 하고 맞은편 중늙은이의 얼굴에 마스크팩을 붙인다. 오늘 하루 일을 다 한 느낌이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 나이를 먹고 늙음을 맞이한다는 것이 두렵고 싫기만 한 것은 아니다. 50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이 내 인생의 어느 순간보다도 훌륭하다. 나의 다른 시절보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많고 하고 싶은 것들도 여전히 많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한다.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기에,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었을게다. 오늘 마스크 팩은 소중한 지금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오늘 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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