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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형 May 31. 2022

영화 '로제타'를 보고...

'난 단지 평범하게 살고 싶은 거야.'

          요즘 철학자 강신주와 영화평론가 이상용의 '씨네썅떼'라는 책을 읽고 있다. 씨네썅떼는 뤼미에르 형제의 초기 영화부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2000대 초반 영화까지 25개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25개의 영화는 줄거리, 감독소개와 강신주와 이상용의 대담과 각자의 영화평을 통해 소개된다. 줄거리를 파악하고 관객앞에서 진행되는 되는 대담의 형태로 영화를 이해할 수 있다. 대담에서 부족했던 부분은 강신주와 이상용 각자의 평을 통해 구체화시키는 형태로 짜여져 있어 하나의 영화에 대해 겉과 속을 이해하기에 좋은 구성이다.   


           책을 한꺼번에 읽지 않고 최근작부터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있다. 이미 본 영화도 많지만 강신주와 이상용의 시각을 덧붙이며 영화를 다시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지난주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밀리언달러 베이비'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을 봤다. 이번 주는 처음보는 영화, 벨기에 감독 다르덴 형제의 '로제타'이다.


          영화'로제타'의 첫 장면은 어느 공장에서 수습기간 마지막 날, 정직원이 되지 못하고 해고당하는 소녀 로제타로부터 시작한다. 로제타는 알콜중독의 어머니와 트레일러에서 생활하는 10대 후반의 소녀이다. 로제타의 꿈은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급여가 작더라도 합법적인 직업을 가지고 트레일러가 아닌 집에서 엄마와 함께 사는 평범한 생활이 소녀 로제타의 유일한 꿈이다.


          공장에서 해고당한 로제타는 와플을 파는 조그만 상점에 취업하지만 학교에서 쫓겨난 주인 아들에게 일자리를 주어야한다는 이유로 다시 해고당한다. 저항하는 로제타에게 와플상점주인은 약속한다. '일자리가 생기면 너에게 연락할께.'


          와플상점의 점원 리케는 실의에 빠진 로제타에게 조건없이 순수한 위로와 사랑을 보낸다. 누구에게도 받아본 적이 없는 선의에 로제타는 리케에게 호감을 갖는다. 하지만, 로제타는 상점주인의 약속을 잊을 수 없다. 로제타를 돕다가 늪에 빠진 리케를 로제타는 리케대신 일을 얻기위해 잠깐이나마 구하지 않으려는 생각을 한다. 알콜중독과 매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어머니와 평범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일에 대한 욕망, 소녀의 꿈은 선의에 대한 배신으로 귀결된다. 로제타는 상점주인에게 리케가 집에서 본인이 만든 와플을 팔아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리케의 일자리를 빼앗게 된다.


           일자리를 빼앗긴 리케는 로제타를 쫒아다니며 선의에 대한 배신에 대해 원망을 퍼붓는다. 어머니는 요양원에서 버티지 못하고 다시 트레일러로 돌아온다. 쓰러진 어머니를 트레일러로 옮기고 로제타는 상점사장에게 일을 그만두겠다고 전화한다. 그리고, 트레일러로 돌아온 로제타는 트레일러 문틈을 막고 가스를 켜서 자살을 시도하지만, 자살마저도 빈자에게는 쉽지않다. 가스가 떨어진다. 커다란 가스통을 사서 트레일러로 옮기던 작은 몸집의 로제타는 선의가 원망과 악의로 바뀐 리케의 괴롭힘을 받아 땅에 쓰러지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 '로제타'는 '씨네썅떼'에서 표현대로 자본주의의 진흙탕을 표현했다. 스스로 존엄을 포기하고 알코올에 의존하며 몸을 팔아 술을 사는 어머니. 값싼 노동력을 얻기 위해 수습기간만 고용하고 해고하는 잔인한 자본.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선의를 가진 타인을 짓밟는 노동자. 어쩌면 우리 사회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아이들은 좋은 배경과 직장을 가지기 위해 어려서부터 끝없는 경쟁 속에 살아간다. 경쟁의 출발점도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르다. 부모는 아이들의 경쟁을 위해 못할 일이 없다. 가난한 부모는 점점 좋은 부모가 되기 힘든 세상이 되어간다.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사회의 구조는 점점 함께 성공하는 구조가 아니라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성공하는 구조로 고착되어간다. 경쟁이 우선되는 사회에서 모두가 함께하는 선의는 개인주의와 염세주의 속에 묻혀 본의를 알아보기 어렵다. 성공할 수 있다면 인간의 선의를 짓밟고 서라도 경쟁에서 이겨 승자가 되어야 한다. 로제타가 리케에게 했듯이... 로제타와 우리는 바로 그런 자본주의 속에서 살고 있다. 대부분은 로제타처럼 평범한 삶을 살기위해 모든 인생을 바친다.


언젠가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평범하게 보통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 아니! 평범하게 산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언젠가부터 많은 사람의 꿈은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소녀 '로제타'처럼.

우리는 자본주의의 진흙탕 속에 살고있다. 선의를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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