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형 May 18. 2022

2016년 중국 윈난(云南)

 EP 01. 중국어 공부를 시험해 보다.


          2015년부터 중국어를 공부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무료교육을 통해, 출근해서 하루에 30분씩 단어와 문장을 암기했다. 특별한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일찍 출근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HSK(중국어 능력시험) 1~4급까지의 기초 단어를 외우고 '신공략중국어(기초편)'라는 책으로 문장을 외웠다. 책 2권을 공부하고 조카같은 학생들과 함께 시험봐서 HSK 3급 자격을 획득했다.


          중국어 공부를 하면서 중국의 역사와 사상에 대한 책들을 읽었다. 시작은 우연치 않게 공자의 '논어'를 접하면서이다. 논어에서 인용된 많은 문장들을 어린시절부터 듣고 읽고 자랐지만, 논어를 읽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마도 동양사상은 고루하다는 선입견때문이 아니었을까.... 실제 논어를 읽고 고루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내 선입견이 부끄러워질 지경이었다. 논어는 내가 읽어본 어떤 자기개발서나 사상서적 보다도 가장 현실적이고 참스승의 가르침을 기록한 책이라 말하고 싶다. 논어에 이어, 맹자, 중용, 대학, 소학과 한비자, 장자 그리고 사마천의 사기를 읽었다. 기초 중국어를 공부하며 공맹과 장자, 사마천이라니 좀 과하다 싶기는 하지만, 읽으면서 고루하고 지루하다는 생각은 전혀들지 않았고 중국이나 우리의 역사 그리고 사상과 접목되어 책들을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다는 표현이 적당하다는 생각이다. 


          중국여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두개 도시를 여행하는 여행이 아니라 광활한 중국을 장기간 여행해 보고 싶어졌다. 당장은 힘들지만, 퇴직을 하고나면 반드시 중국 전역을 여행해 보고 싶다. 우리나라 근대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동북3성(길림, 흑룡강성, 요령성), 5000년 중국사의 중심 시안과 낙양, 아름다운 자연과 중국 한족과는 또 다른 문화를 가진 윈난성, 티벳자치구, 신장위구르자치구 등에 가보고 싶어졌다. 일요일 오후 커피잔을 앞에 놓고 언제나처럼 아내에게 중국의 가고 싶은 지역과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한참 듣던 아내는 '우리 남편은 퇴직하면 참 가고 싶은 곳이 많아서 심심하지는 않겠어...'라며 미소 짓는다. 몇년 전에는 서양사에 대한 책을 읽으며 북아프리카와 중동, 크레타, 그리스를 비롯한 지중해를 여행하자고 이야기 했었고, 그 전에는 '체 게바라 평전'과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읽고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볼리비아, 꾸바 등 남미여행에 대해 긴 시간 이야기를 했었다.


          어쩻든, 그 해 여름 휴가는 동남아국가를 여행하고 싶다는 아내의 바람을 뿌리치고 윈난성(云南省)의 쿤밍(昆明)과 리장(丽江), 옥룡설산(玉龙雪山)을 여행하면서 보냈다.


윈난성 쿤밍으로... (버퍼링의 시작)


          우리 가족을 태운 쿤밍행 비행기는 상하이를 경유해서 쿤밍으로 향하는 중국 국적의 비행기였다.  경유지에서부터 중국여행의 버퍼링이 시작됐다. 여행이나 해외 출장경험이 꽤 많은 편이었기 때문에 비행기 경유는 수도 없이 해 봤었다. 상하이 공항에서 내려 비행기를 바꿔타려고 게이트를 찾았다. 많은 사람들과 안내하는 사람들에 밀려서 도착한 곳이 입국수속대였다. 입국수속을 거쳐 나가면 짐을 찾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데 혹시나 쿤밍행 비행기를 못 타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어서 머리 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주변에 도움을 청해도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다. 안내 직원은 막무가내로 줄만 서라고 한다.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전혀 없어서 일단 입국수속대 앞에 섰다. 답을 준 사람은 입국수속대 직원이었다. 대부분 입국수속대 공무원이 그렇듯이 불친절하고 딱딱했지만, 영어로 '짐을 찿아 밖으로 나가서 국내선 청사로 가라. 그러면 쿤밍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렇다. 국제선에서 입국수속을 마치고 옆 건물로 가서 탑승수속을 하고 국내선 비행기를 타야했다. 경유지에서 짐을 찾아서 다시 비행기를 탄 적이 한 두번 있기는 했다. 하지만, 경유 시간도 짧고 언어 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순간 당황했었다. 국내선 청사에서 비행기를 확인하고 게이트 확인이 끝났다. 겨우 경유시간 내에 마칠수 있었다.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던 아내와 아이들에게 안도의 미소를 보내며 쿤밍행 비행기에 올랐다.


운동화 구입하기_중국어 연습


           쿤밍에 도착해서 다음날 운동화를 구입하기 위해 시내로 갔다. 중국어를 이용해 운동화를 사보고 싶어서 중국에 올 때 샌들을 신고 왔었다. 쿤밍시내에서 '361˚'라는 중국 스포츠 브랜드 매장에 들어갔다. 영어를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중국어로 물건을 사겠다고 가족들에게 공언을 하고 매장으로 들었다. 


‘你好!我想买这个运动鞋。'

안녕하세요. 운동화를 사고 싶어요.

’我可以试试这个鞋吗?'

저 신발 신어봐도 될까요/

‘大小?’

크기가?

‘275毫米’

275mm

(중국 신발 사이즈 단위는 mm외에 따로 있지만, 직원이 알아서 찾아줬다.)

’这个鞋小点儿。请给280毫米‘

이 신발 좀 작아요. 208mm 주세요.

。。。


          더듬거리는 중국어로 운동화를 사서 매장을 나오자 마자 가족들의 탄성과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내와 아이들은 더듬거리는 아빠의 모습이 우습기도 했고, 중국어로 말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진땀을 빼기는 했지만,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경험이었다. 이 후 여행에서도 짧은 중국어지만 중국어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 


침대기차를 타고 리장(丽江)으로... 


          이번 여행의 이벤트 중 하나가 중국 침대기차를 타보는 것이었다. 국내에서 '씨트랩'사이트를 이용해서 쿤밍-리장간 침대기차를 예약했다. 기차표를 발급받기 위해 쿤밍역에서 영어와 씨트랩 발권을 할 수 있는 직원을 찾느라 30분정도 기다리기는 촌극이 있기는 했지만, 어렵지 않게 기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쿤밍에서 리장까지는 기차로 9시간이 걸린다. 중국 침대기차는 상당히 쾌적했다. 한 객실에 4개의 침대가 있어서 우리 가족이 한 칸 모두를 사용할 수 있어서 더 만족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쿤밍의 고도는  해발 1900m대이고, 리장의 고도는 2000m이다. 쿤밍과 리장은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일년 내내 봄처럼 선선한 날씨로 유명하다. 쿤밍에서 리장으로 여행을 하면 간식으로 가져간 과자봉투가 고도가 올라가면서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대로 리장에서 쿤밍으로 가는 길에서는 리장에서 두통을 동반한 고산병증세가 좀 있었던 사람이라면 쿤밍이 가까워지면서 두통증세가 완화되는 경험을 하게된다. 내가 그랬다. 리장에서 해발 4300m의 옥룡설산에 올라갔다와서 두통을 동반한 고산병 증세에 시달려야 했다. 지끈거리던 두통은 리장에서 쿤밍으로 오는 기차안에서 씻은 듯이 나아졌다. 우리가족은 기차안에서 중국라면과 과자를 먹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고도를 지켜보며 잠이 들었고, 이른 아침 아름다운 고도시 리장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고성 리장


           리장고성(丽江古城)은 중국의 소수민족인 나시족의 옛 성이다. 리장고성은 대부분의 건축물이 이전 모습으로 보전되어 있다. 아름다운 수로와 영화에서 보던 중국풍 건축물들이 어울려 고대 중국의 장터에 와 있는 느낌을 갖게 한다. 북경의 후퉁처럼 큰 길을 중심으로 집들이 위치하면서 중간 중간 각기 다른 모습의 골목들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대부분 건축물이 카페와 식당, 기념품가게로 운영되고 있어서 낮시간과 저녁시간에는 고성의 낭만보다는 사람구경하기에 바쁘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 산책삼아 고성을 거닐면 물안개 속 어느 골목에서 고대 나시족이 걸어나올 것만 같은 즐거운 상상도 가능하다. 

           리장에서 크게 신경썼던 부분이 숙소였다. 리장이 중국의 고성인 만큼 중국 분위기가 물씬나는 숙소에 머물고 싶었다. 우리 가족이 묵었던 숙소는 정방형 구조에 안쪽에 작은 마당이 있는 2층 구조의 전형적인 중국 주택구조를 가진 곳이었다.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비싸기는 했지만 깨끗하고 객실과 작고 아름다운 정원, 중국풍의 2층 건축물이 이채로워 만족스런 곳이었다. 숙소에 묵고나서 안 사실이지만, 몇 달전에 '신서유기'라는 우리나라의 예능프로그램을 이 곳에서 찍었다고 한다. 


            리장고성 외곽으로는 일반 중국지방도시의 풍경들을 볼 수 있다. 고성주변 외곽에는 시장과 작은 식당들도 많아서 중국인들의 일상과 접하기에도 좋다. 중국 어플을 사용할 수 있다면 리장고성 외곽에서 고작 1위안으로 중국 시내버스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가까운 곳에 리장고성 외에서 규모가 작은 고성에 방문할 수도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면서 중국인들의 일상을 살필수도 있다. 나는 중국지도 어플 중 '高德地图'를 사용했다. 우리나라의 네이버나 다음지도와 비슷해서 출발지와 도차기를 지정하면 버스번호와 정거장 수, 소요시간을 알 수 있다. 쿤밍과 리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했다.


다음으로는 숨막히는 절경 옥룡설산(玉龙雪山),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한 대규모 공연 인상여강(印象丽江), 눈 덮은 옥룡설산과 유려한 폭포 람월곡(蓝月谷)로 이어집니다.








작가의 이전글 봄날의 산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