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의 숲
*해악한 묘사와 깊은 감정이 나오는 글입니다. 감정적으로 민감한 분들은 주의해주세요.
선악과 하나를 반으로 쪼개어 너의 입에 밀어 넣는다.
이것은 네 것.
그리고 또 하나 남은 건 나의 것.
우리는 선악과를 먹고 자라났다.
너와 나의 발이 얼마나 더럽혀졌는지 보라.
너는 나무에게 먹일 과일이 아니라곤 했지만
나는 남은 선악과를 뱉어 나무 속에 손을 뻗어
그의 아래로 과일을 떨구었다.
나무는 여전히 나무다.
왜? 어째서?
나무를 올려다보며 물으면,
과일의 지독한 썩은 내에
나무는 끔찍하단 표정을 지으며
내 팔을 물었다.
어깨 아래로 서늘한 바람이 분다.
나무에 매달린 뱀 한 마리가 말한다.
아둔한 인간아. 모든 이가 너와 같을 줄 아느냐.
그리 말하는 뱀이 증오스러워 하나뿐인 팔로 그를 끌어낸다.
손은 내가 더 많으니 유리한 것을 모르는 멍청하고 불쌍한 뱀아.
너는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 네 미래는 모르는구나.
버둥거리는 뱀을 가지에 묶고
불을 가져온다.
이것은 마녀사냥이다.
해악한 것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는 중이라며,
나는 네 눈과 입을 훔쳤다.
너는 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죄다.
그런 줄로만 알아라.
어깨뼈가 그리도 아프더니.
비쭉이던 살을 비집고 날개가 돋아났다.
날개는 묵은 쇠냄새를 곁들이며
엉망인 자신의 모습을 온 세상에 알렸다.
역한 냄새가 나는 그 털들도 날개랍시고,
날개 없는 인간들이 손을 뻗는다.
입을 벌리고 손으로 깃털을 붙잡는다.
내 날개를 가지고자 나타난 인간들이
벌레같이 모여들었다.
구부러지고
밟히고
꺾이는 저 모습들이
벌레와 다를 게 무엇인가.
태양에 도달할 수 없는 우리에겐 날개는 죄악이다.
고작 찰나의 순간에 없어진 날개의 자리에는
흉한 구멍이 생긴다.
그 틈새로 수많은 시선이 덕지덕지 붙어 밖을 본다.
수많은 내가 그들을 살핀다.
등을 볼 수 있는 인간은 없기에.
그들은 그런 나를 보며 침을 뱉었다.
나는 그 조롱을 받아먹으며 자란다.
벌어진 틈새로 기생하던 시선들은 떠났다.
이런 내 속에
썩어가는 금단의 과일 반 개만이 존재한다.
그들은 나를 보며 신성성을 욕했다 삿대질을 하고,
나는 그저 속에서 썩어가는 반쪽짜리 과일 하나를
토해내지 못해 악을 쓰며 나 자신을 탓한다.
마녀사냥이다.
그들의 얼굴이 꼭 내가 만났던 뱀과 닮았다.
너는 내 곁에서 허물을 벗는 중이다.
왜? 어째서?
나무가 떠오르는 질문을 던지면
나무와 달리 너는 입을 연다.
네가 주었던 반쪽짜리 깨달음을 뱉었거든.
나는 이제 사람이 되지 않을 거야.
코웃음을 치는 너를 두 손으로 붙잡으며
절규 같은 소리를 내지른다.
구름처럼 나뭇가지처럼
그렇게 휘어버린 눈처럼
너는 가늘어지더니 기어이 뱀이 되어
나무 위로 올라간다.
우리 약속했잖아.
나무에 머리를 박으며 외치자
날카로운 혀는 말한다.
아둔한 인간아.
모든 이가 너와 같을 줄 아느냐.
화를 참지 못하여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난다.
시야가 한 번, 두 번, 세 번 꺾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깨 위로 들어차는 허전함에
숲을 거닐던 나는
버섯을 달았다.
약속했잖아. 약속.
바람이 불 때면 퍼져나가는 포자가 외친다.
나도 이젠 인간이길 달리할래.
나는 버섯이 될 거야.
그러던지.
뱀은 버섯의 냄새를 맡고 떠났다.
숲에 포자가 퍼져나간다.
나무도 뱀도 나의 머리에서도
전부 버섯이 자라난다.
이제 숲은 거대한 버섯밭이 된다.
우리는 하나가 된다.
거대한 하나의 동충하초로 자리 잡은
기분은 나쁘지 않다.
제 몸보다 커진 버섯을 이고 사는 뱀에게서
버섯 대신 그의 머리로 손을 얹었다.
이제 사람으로 돌아올 거야?
아니.
네게 빼앗은 뱀의 머리가
반쪽짜리 선악과로 바뀌어 간다.
그래.
머리 없는 뱀은 수풀 속으로 도망친다.
반쪽짜리 선악과를
벌어진 몸 틈새로 집어넣었다.
합쳐지지 못한
반쪽짜리 선악과 두 개만이
덜그럭거리며 속을 헤집는다.
날카로운 손톱으로 버섯을 긁어본다.
이젠 무엇이든 좋다.
다음 생에는 우리
손도 발도 눈도 입도 없는 것으로 있자.
저 썩어가는 허물이 되자.
우리는 다시금 새로이 태어나며
꼬이고 꼬여 뒤집혀진 양말처럼
서로로 존재하게 될 테다.
다음생의 너는 버섯으로, 나는 뱀으로.
탯줄처럼. 명주실처럼 여전히 서로로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