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밤

탈각

by 제환

*해악한 묘사와 깊은 감정이 나오는 글입니다. 감정적으로 민감한 분들은 주의해주세요.



어―이. 어―이.

사람 머리를 한 물까치 떼가
날아가며 아래를 향해 부르짖었다.
내가 돌을 던지면
그들은 잠시 뿔뿔이 흩어졌다
다시 모여 연신 부르짖는다.

어이 어이.
시끄럽지도 않나보다.
나는 그들이 미워 그림자에 속을 게웠다.
새카만 것이 하나 툭 떨어져서는.
새의 울음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이윽고 팔다리가 돋아나
돌아다니며
어미 찾는 모양새를 하였다.

내 표정을 보지 못한 덩어리가
열두 개의 팔로 나를 부둥켜안았다.

나는 그것을 내 옷 속으로 숨겼다.
꼭 배가 불룩 튀어나온 모양새였다.



나를 중앙에 두고 여덟의 사람이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어디로도 도망가지 못하게 된 나는
바닥을 파서 머리를 숨겼다.


나는 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내 말로 병풍을 세우면
그들은 두 손으로
병풍을 찢어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무서워
비명을 지르고,
찢어진 병풍에선
울컥 울컥 액체가 튀었다.

그들은 온몸에
붉고 되직한 액체를 묻힌 채
나를 꺼내려 들었다.

산 자인 우리가 먼저
네 이름을 호명했으니,
너는 응당 이곳의 부름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들이 내 팔을 붙잡고 꺼내면,
시야를 먹어치웠다.
입만 존재하는 나는
그저 우물거릴 뿐이다.


나는 내 것이 싫다.
내 이름이 싫고,
나의 눈이 싫고,
나의 혀가 싫어 잃은 사람이다.

제 것을 전부 잃어버리고
남을 탐하는
방랑자에게 향을 피운다.

검고 케케묵은 향이 나를 가리면,
나는 그제야 눈물을 터트리며 소리를 내질렀다.
두 손으로 하늘을 받치고 소리를 지르니,
그 소리가 새소리와 닮았다.


딸과 어미는 똑같고 떼어낼 수가 없어.
나무에 자리 잡은 물까치 떼가 말한다.
그들은 나를 붙잡아 벼랑으로 데려갔다.

머리가 기운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있는가.
드디어 바닥에 도달하며
볼품없이 엉망진창으로 착지한다.

만신창이가 된 걸 보며
저 멀리서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요란한 음악은 또 어떤가.
구경꾼들은 마치
대단한 명장면이라도 본 듯
앙코르를 외쳤다.

나를 이끌었던 손은
정중히 인사를 하고 떠났다.

커튼 막이 내려오듯
무언가 내 몸 위로 내려온다.
무게에 압사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병풍에서 터져 나왔던 액체가
위에 흩뿌려져
그것을 마시며 마음을 키운다.

삼 년을, 팔 년을,
사 년을, 오십육 년을,
이십칠 년을,
수십 번의 보름달이 떠나간
그믐달의 날.


묵은 쇠 냄새가
썩은 내로 변질되어 갈 무렵이 되어서야
도굴꾼들은 각자의 손으로
내가 덮힌 고봉을 파해친다.

쥐의 굴이라도 되는 것마냥
깨작거리며 파낸 무렵에
기뻐할 때,

나는 그의 손을 붙잡고 웃는다.
자, 축제의 밤이 시작되었다.


오늘 밤은 시작도 끝도 아니고,
삶과 죽음도 아니고,
내가 ‘나’가 아니듯
저주도 축복도 아닌 밤이 이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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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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