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하기 쉬운 세상에 사는 우리

남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 것

by 정지은 Jean


보통 나는 같은 층에 사는 이웃에게 잘 인사를 하지 않는다. 영국에서 타지 생활을 하던 시절 방 사기를 두 번, 그리고 강도를 한 번 당한 경험 때문에 보안 시스템과 신변의 안전에 대한 일종의 강박증이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사기꾼이었던 사람은 집주인이었고, 강도짓을 했던 범인은 나와 같은 집에 살던 룸메이트였다.)


그러던 최근, 옆집에 사는 청년이 말을 걸어왔다. 그에게 인사를 계속 하지 않자 내가 수상한 사람이라는 이상한 착각을 한 모양이었다. 그 후 몇 번의 대화를 통해 그 오해는 풀렸지만 내 마음 속엔 내가 모르는 사이에 또 한번 이상한 오해의 대상이 되었다는 찝찝함이 쉬이 가시지 않았다.




아주 작은 행동 하나로 사람을 판단하는 건 쉽다. SNS 사진 한 장으로 누군가는 허세 가득한 관종이 되고, 말 한마디로 질겁할만한 사상을 가진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요즘 세상엔 더 그렇다. 수년간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사람들이 판단을 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판단하면 편하니까.


"OO가 저번에 이러는 걸 봤는데, 그런 타입이지 않아?"

"OO의 이런 점은 싫지 않아?"

"OO이는 딱 그런 사람인것 같아."


쉽게 판단하고, 쉽게 좋아하고, 쉽게 싫어하면 그 뒤는 더 쉽다. 정해진 생각의 반경과 그에 따른 범주로 그 사람을 예측하고, 그럴 거라고 확신하고, 그렇다고 입 밖으로 내뱉어버리면 끝이다. 그 과정만 따르면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더 이상 굳이 하지 않아도 되니까. 딱 그 정도의 방식이다.




나 또한 쉬운 판단의 피해는 벗어나지 못하는 편이다. 특히나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수일 밤을 뒤척이며 보내는 나 같은 인간에게 마음 한 켠에 척척히 쌓이는 편견들은 허우적대기 딱 좋은 곳이다.


굳이 남에게 말하지 않아도 될 나만의 사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선로에 서있는 나의 등을 떠미는 것과 같은 말들을 내뱉는 사람들의 존재는 참 서럽다. 아주 사소하고 사적인 것부터 단편적인 행동까지. 그것이 나에 대한 관심이라기 보단 그저 나라는 인간을 폄하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의 경우도 종종 있다.




이렇게 판단받아 상처 받은 마음들은 과연 어디에 꺼내어 놓아야 할까. 그런 마음은 어디에 내보이고 어떻게 위로받을 수 있을까. 판단받은 모퉁이가 쓰린 오늘 같은 밤은 더욱 그런 생각이 짙게 든다. 특히나 그 판단의 주체가 내가 진심으로 아낀(다고 믿었던) 사람들이면 더욱 그렇다.


가장 서러울 때는 힘들다고 용기 내어 뱉은 말이 그저 나약함의 증거가 될 때다. 마치 나의 힘듦은 세상의 기준에 빗대어 굉장히 애매한 것에 불과하다는 듯 말하고, 그것도 모자라 나약함의 정의까지 덧붙인다. 그래서 요즘 점점 말을 아끼고 또 아끼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내가 생겨먹은 존재가 부정당한다는 느낌을 애써 지우기 위해서. 그래야만 나는 멀쩡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나 조차 나에 대해 잘 모르는데, 과연 남이 나에 대해서 다 알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너무나 명확하지 않은가. 섣부른 판단이 몸에 베인 이들은 재단사를 자처하기 전에 제발 자신이 혹여 당사자가 구하지 않은 평가를 들이대진 않았는지, 무례함이 솔직함이란 매력이라 착각하지 않았는지 자신을 되돌아 보았으면 한다. 인생에서는 무엇이든, 쓸 때와 아낄 때를 구분하는 능력이 필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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