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좀 깎아내리세요

사람이 무슨 사과도 아니고

by 정지은 Jean



그런 사람들이 어디에나 있다. 남을 깎아내려야만 자신의 위치가 올라간다고 믿는 사람들이.


보통 다들 그런건지, 아니면 나만 운이 안좋은건지, 내 인생에선 이런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재수없게도 참 많았다. ‘남을 깎아내리기가 일상인 인간들’에게는 주제 선정 또한 다양하다. 외모, 성격, 생활 습관, 사적인 연애 사정 등 그들이 찾는 험담의 이유는 가끔은 창의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 많고 다양한 종류 중에서도 내가 제일 환장하는 유형은 바로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깎아내리는 유형’이다.




내가 예전에 일하던 회사에 '캣'이라는 상사가 있었다. 영국에서 일했던 시간 중에서 그녀가 제일 오래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내가 본 두 번의 면접을 다 참관한 상사이기도 했었고, 정말 좋은 상사이자 좋은 사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몇 십명이나 되는 부서를 이끌면서 직원들을 한 명 한 명 기억하고 배려하던 그녀는 나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었다. 부하 직원에게 항상 웃는 얼굴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상부에서 힘든 업무가 내려와도 말단에게 떠맡기지 않고 항상 자신이 앞장서서 해결을 하던 사람이었으며, 내가 한국에 급작스레 가야했을 때도 특별 휴가를 지원해주며 내 사정을 누구보다도 이해해준 사람이였기에 감동을 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느 날 회사 카페테리아에 갔을 때, 나는 우연히 몇몇의 이들이 그녀에 대해 수군거리는 걸 듣게 되었다.


"그렇게 항상 완벽한 사람이 어딨어? 들어보니까 전공도 지금 하는 일이랑은 전혀 상관 없는 연기전공이라던데, 저것도 다 연기 아니야? 항상 웃지만 저 스트레스를 다른 곳에 풀거야. 분명 다른 어두운 면이 있을거야."




이런 일을 마주치니 정말 남을 깎아내리는 건 참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애초에 남을 깎아내리는 사람이야말로 인간관계에서 기피해야할 사람 1순위다. 까내리는 순간, 까임을 당하는 사람은 둘째치고 남의 험담을 입에 올리는 이를 좋게 볼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그런데 왜 굳이 자기 무덤을 파는 걸까 라는 생각에 그들의 변명을 들어보니, 험담이 하나의 사회생활이라는 것이다. 단지 점심시간에 나누는 가십거리에 불과할 뿐, '남들도 그렇게 하니까' 따위의 변명이다.

참 웃긴다. 그 사회에 들어오기 전엔 분명 자신에 대한 주체성과 그에 따른 소신도 있었을텐데, 그 쬐끄만 사회에 들어왔다해서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것이 불가피한 단체생활마냥 치부해버리니 말이다. 뒷담화가 무슨 불가항력이라도 되는 것 마냥.


애초에 이 세상엔 어차피 미워하고 싶지 않아도 미워해야 하는 사람들이, 혹은 별다른 계기 없이도 알아서 미워질 사람들이 이미 많다. 그런데 내게 그러지 않을 사람까지 미워하려는 건 인생을 내가 알아서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지 않을까.



tvN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나의 흐름을 흔들림 없이 견지하는 자세야말로 최고의 방어 수단이자
공격 수단이 되는 것이다.
- 드라마 '미생' 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많은 일들을 겪으며, 나는 이 몰상식한 깎아내림에 대처하기 위해 많은 방법을 고민해보았다. 그리고 내 오랜 까임의 역사를 거친 후 내가 내린 결론은 '무시하기'만큼 대단한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아무 이유 없이 남을 까내리는 사람은 '나는 볼품없는 사람이다.'을 이마에 써붙이고 다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사람을 설득하려 에너지싸움을 할 필요도, 그 사람 또한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굳이 똥 묻은 개 앞에서 겨 묻은 개가 되야만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영양가 없는 험담에 현혹되지 않는 것, 그리고 그 대상이 나이건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건 간에, 내 자신과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의 가치들을 믿는 것이다.


본디 깎아내리는 행위는 그걸 당하는 사람이 정말 깎아내려진다고 생각해야 효과가 있는 것이다. 깎아내리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점점 통하지 않는 자신의 행동들을 보며 자기 손으로 발 밑의 바닥을 파고 내려갈테니 그냥 그렇게 무시하고 내버려두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무시했음에도 의도를 알아먹지 못하고 가끔 도를 넘는 사람들이 있다. "혼자 욕하는 자기만 쓰레기 만드냐, 사회생활 진짜 못한다." 따위의 말을 하는 부류다. 그럴 땐 모든 말에 동조를 해주면 된다.


"네! 어쩜 정말 맞는 말만 하시네요. 혼자 욕하는 그 쪽만 쓰레기 맞고, 저 사회생활 못하는 것도 맞아요! 그런데 그 쪽은 그런 심보로 사회생활 말고 일상생활 가능하세요?" 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