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서 도망갈 생각만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상처받지 않을 방법'만 생각하고 있다.
언젠가, 한 일본 드라마에서 그런 대사를 본 적이 있다. 메인 주인공이 아닌, 조연의 이야기였는데 나는 오히려 그녀에게 시선이 갔다.
"도쿄의 대학에 들어가서 남자를 사귀었어요. 처음으로 잠자리를 한 날 그는 말했어요. '배고프니까 삼각김밥 사와' 그때 '평생, 이렇겠구나' 싶었어요.
나는 새로운 펜을 산 순간부터 펜이 닳아버리는 순간을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누구에게나 특별한 존재가 되지 못한다면 처음부터 그럴 생각으로 사귀면 된다. 그렇게 해서 만난 남자가 지금 남자예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지낼 수 있는 관계."
- 일드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분명 울어버릴 것 같아'
이 대사에 내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건 나의 경험 때문이기도 했다. 스무 살 때 처음으로 사귀었던 남자 친구는 내게 먼저 고백을 했다. 그러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야 헤어졌는데, 이유는 단순했다. '잠자리를 가져주지 않아서.' 그렇게 그가 다른 술자리에서 다른 여자 선배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목격한이후로 내 연애관은 점차 변해갔다.
그 후 나의 20대를 장식했던 사람들은 비슷했다. 거짓말과 비윤리적인 행태에 둘러싸여 있던 그들은 내게 사랑이 아닌 변명만을 주고 떠났다. 약속은 그들에게 아무 의미 없는 존재와도 같았다.
그때 이 생각이 들었다. "아, 평생 계속 이런 식이겠구나."
그렇게 누군가와의 연애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어느샌가 구석에서 계속 자라고 있었나 보다. 그렇게 나를 갉아먹을 동안 나는 제대로 자신을 방어조차 하지 못했다.
연애도 패턴이 있고 같은 패턴을 두어 번 정도 반복하다 보면 그것이 진짜 사랑의 순리라고 믿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갇힌 편견은 쉽게 깨어지지 않는다.
최근 어떠한 일이 있고 나서, 내가 지금도 여전히 연애에 두려움을 느끼고 상처를 받을 것 같으면 바로 줄행랑을 쳐버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 해야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마음을 맴도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