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은 Jean Apr 21. 2023

'그냥 사는 것'이 안 되어 성난 사람들

넷플릭스 시리즈 '비프(성난 사람들)' 리뷰


4월 선정 가장 신선했던 작품 '비프'.


침착맨 닮은 남편 조지 때문에 계속 '발렌시아가 침착맨'이 생각나서 집중하기 어려웠는데 그 또한 이겨내는 연출의 힘이 대단하다. A24의 선택이라기에 기대의 허들이 높았는데도 그 허들까지 넘어버린다.

1화 엔딩신에서 트럭을 향해 전력질주하던 에이미가 순간 옅은 미소를 지으며 숨을 내쉴 때 나 또한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여기서부터 이미 10화까지 정주행할 것을 예상했던.


'성난 사람들' 스틸 /사진=넷플릭스


'비프'는 프리즘 같은 인간 관계에 치이며 발생하는 모순들을 다 받아낸 이야기다. 대니와 에이미가 유해하고 유독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갈수록 모순과 동시에 연민이 느껴지는 건 왜인지. 어쩌면 우리는 모두 두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성난 사람일지도 모른다. 폴의 말처럼 'Just live, 그냥 살아'가 안 되어서, 아니 못 되어서 성이 난 사람들.

작품의 또 다른 묘미는 사운드 트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말 기깔난다고밖에. 199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오프닝 및 엔딩 트랙리스트는 넷플릭스 투둠 사이트에 올라와있긴 한데 잠깐 나오는 세세한 bgm 리스트는 없으니 구글 검색으로 찾는 게 더 빠르다.

그중에 클럽에서 나오는 노래 제목이 'Ratchet'인데 가사랑 뜻을 찾아보니 폴(pawl, 멈춤쇠)의 작용으로 인해 한 쪽 방향으로만 돌고 반대 방향으로는 돌지 못하는 바퀴라더라. 그 폴이 그 폴은 아니지만 폴이랑 대니가 이야기하는 장면에 나와서 더 소름돋기도.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쩐지 두 주인공의 인생 같기도.

매거진의 이전글 청소년 관람불가 맞네, 고어 마니아 제대로 저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