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하게 Dec 08. 2023

원하지 않는 것을 포기할 용기

포기해 보니, 포기해도 괜찮더라

| 끈기와 포기


이 두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나에게 끈기라는 단어는 노력, 열정, 인내, 승리를 떠오르게 한다. 반면에 포기는 좌절, 시련, 고난, 패배자와 연결된다. 하지만 포기가 과연 그렇게 나쁜 것일까?




| 행복하지 않은 삶에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


"포기하지 말고 해"라는 말은 낯설지가 않다. '쉽게 포기하지 마', '끝장을 봐', '1년만 참아', '어른은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는 거야' 그런 말들. 하지만 엉뚱한 일에 끈기를 발휘하는 것이 과연 인생을 의미 있게 사는 법일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갔을 때 내 앞에 놓여있는 인생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걸 알고도, 억지로 그 삶을 살아내야 하는 지경까지 가게 된다면?


'내가 원하는 삶'이 중요하다

'내가 이런 삶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확실해졌을 때, 다들 '미쳤냐고, 거길 왜 나가'라는 회사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렸다. '나는 실패자야, 나는 포기자야, 나는 끈기가 없어'같은 말들이 한창 내 머릿속을 괴롭혔다. 정작 회사를 그만두고 내가 무서워했던 일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내가 너무 쉽게 포기해 버리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과, '남들도 나를 한심하게 생각하겠지'하는 걱정이었다. 뒤돌아보니 그건, 내 인생을 구하겠다는 나의 무의식이 나를 멱살 잡고 질질 끌고 나온 결정이었다. 이대로 남이 좋다는 거만 평생 쫓고 살다가 죽는 꼴은 보고 있지 않겠다고. 내가 살고 싶은 삶을 내 손으로 한 번 만들어보자고. 그 간절함은 결국, 과감한 결단을 낼 수밖에 없도록 나를 벼랑 끝으로 밀어붙였다. 그리고, 떨어지면 죽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우리는 다들 꽤 큰 날개를 품고 있더라.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것저것 일을 벌일 용기보다, 그만 둘 용기일지도 모른다. 아니다 싶은 익숙한 것을 과감하게 버리고, 포기하고, 끊어버리는 것. 많이 틀어져있는 나침반의 방향을 다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재정립하는 것.


Life is a Matter of Direction, not Speed.


괴테의 말이다.

내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좀비처럼 매일 반복되는 인생을 쳇바퀴처럼 살아가던 인생 앞에서 '제발 그만, 잠깐만. 멈추고 생각 좀 하자'. 300km의 속력으로 폭주하는 기관차를 타고 있는데 제대로 방향을 틀 수 있을 리가. 최소한 브레이크를 잡고, 지도를 펼쳐,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게 우선이다. 300km의 속도로 달린 저 최종 목적지에는 낭떠러지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최소한 '이 길로 가겠어!'라고 내가 결정한 게 맞는지는 확실히 해야 하지 않을까.




| 가장 먼저 끊어낼 것들 


쓸데없는 것을 버리고, 비우고, 끊어내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해로운 인간관계, 습관, 물건, 목표를 아무 의식도 없이 질질 끌고 가고 있는지. 밤늦게 퇴근하고 돌아온 자취방에서 나는 침대에 누워 나에게 계속 물었다. '이게 내가 선택한 좋은 삶인가? 이 상태로 계속 살 자신 있어?' 그렇게 무수한 대화 속에서 내가 원하는 삶의 윤곽이 조금씩 그려지자, 이 정도면 됐어. 하고 과감히 안 좋은 것들을 놓아버릴 수 있었다.

 

첫째, 인간관계

나에게 슬픔을 주는 사람. 나를 통해 우월감을 느끼는 사람. 나에 대한 질투와 자격지심으로 사로잡혀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 나를 비꼬고 무안 주는 사람. 나의 행동과 생각을 항상 평가하고 판단하는 사람. 공포를 느끼게 하고 눈치를 보게 되는 사람. 인생에 그런 부정적인 에너지와 감정소모는 과감히 잘라버려야 할 것들이다. 단순히 인생의 한 챕터를 같이 보내고 추억을 공유했다는 이유만으로는, 그 사람을 곁에 두기 부족하다. '좋은 사람'을 골라서 의식적으로 내 곁에 두자.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 공감해 주는 사람. 기쁨을 주는 사람.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해주는 사람. 내가 '옵션'이 아니라 '나라서' 나를 만나는 사람. 포근함과 안정을 주는 사람. 그런 관계가 귀한 세상이다. 귀한 만큼, 노력을 기울이고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겠다. 


둘째, 고정관념

'이렇게 살아야 해'라는 고정관념. 눈을 돌려보면 세상에 정말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 그리고 '이거 아니면  안 돼'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그저 하나의 선택지에 불과했다는 걸 깨닫는 거. '이것밖에 몰라서 이렇게밖에 못 살아'는 핑계가 되지 않는다. 지금 만족스럽지 못한 삶은 나의 자잘한 선택들이 모여, 내 손으로 만든 것임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이 삶을 내가 만들었다면, 다른 삶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셋째, 핑계

지금 포기하면 안 될 이유는 수백만가지다. 내가 이제까지 쌓아온 노력, 시간, 나름 안정적으로 구축된 내 주변 환경. '진정한 자신감은 불확실한 삶을 사는 것이다. (True confidence is living in uncertainty)'.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놓아야 더 좋은 것이 들어올 수 있다. 방이 온통 잡동사니와 쓸데없는 것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는데, 어떻게 세련된 고급 가구가 들어올 수 있을까. 비우는 것도 필수적인 삶의 기술이다. 



IF NOT NOW, WHEN?


지금이 아니면, 언제 움직일 수 있을까. 내가 거의 삶의 모토로 삼고 있는 문장이다. 안 되는 이유를 찾기보다, 되는 이유에 집중하기로.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은 어떤 곳에 살고 계신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