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선에 서서
책을 번역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언제부터 했던 걸까? 정확하게 기억하진 못하지만 번역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던 시절부터 품었던 생각인 건 확실하다. 보통 원대한 꿈은 뭣도 모르는 시절에 재빨리 씨앗을 내리니 말이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4대 1로 이긴 후로 AI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을 자극하는 이야기에 온 사회가 익숙해질 무렵, 나는 통번역 대학원에 진학하여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였다. 대학원을 다니는 2년사이 '더욱 발전한 AI에게 경력을 쌓을 일자리 마저 빼앗기는 건 아닐까'하는 상상을 한 번도 안 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대학원 생활 내내 '통번역으로 밥이나 벌어먹고살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은 불쑥불쑥 찾아왔고, 출판 번역은 한낱 멋모르던 시절의 꿈으로 여기게 되었다.
다행스럽게 졸업한 해에 취업을 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사회인 독서 모임이었다. 독서는 본질적으로 매우 개인적인 활동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때의 또 다른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대학원 입학 전까지 계속하던 대학교 독서 동아리 활동을 그저 다시 이어나가는 관성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대학교 동아리에서든 사회인 모임에서든 독서 모임은 나에게 계속해서 영감을 주는 장소이다.
대학 독서 동아리에서 '어쩌면 나... 통번역 공부에 소질이 있을지도?'라는 생각의 씨앗을 품게 되었다면, 사회인 독서 모임은 '어쩌면 나... 책으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재능이 있을지도?'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다. 대학 동아리는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친구들과 함께 공유하는 자리였으나, 사회인 모임에서는 조금 더 책임감 있는 자리를 맡게 되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책을 선정하여 소개하고, 함께 책을 읽으며 다양한 시선으로 생각해 보도록 대화를 이끄는 역할을 하게된 것이다.
무엇보다 참석자들에게 소정의 참가비를 받았기에 직장 밖에서도 내가 꽤 쓸만한 사람이라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책'을 통해 사람들의 지갑을 열어본 경험은 어쩐지 회사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뿌듯함을 주었다. 어쩌면 이때의 좋은 경험이 출판 번역이라는, 곱게 묻어둔 욕망을 깨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내 과거를 톱아보아도 '출판 번역'이라는 꿈이 언제 어떻게 심어진 것인지, 어쩌자고 덤벼들 자신을 갖게 된 것인지 특정하기가 힘들다. 말하자면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막연한 상상만으로 덤벼드는 상태인 것인데... 어쩌겠는가 오랫동안 그냥 묻어만 두려 해도 기회만 생기면 떠오르는 생각인 것을. 제대로 시작하고 시원하게 실패해야 후회도 없겠지. 흑역사가 만들어져도 좋다.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게 상처나 주지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하며 시작해 본다.
목표 : 2025 전자책 1권 번역/출간
- 글감 찾기, 저자 연락, 계약서 작성
- 출판사 설립, 출판 과정 공유 (브런치, 홈페이지)
- 영어 공부, 전자책 제작법 공부, 홍보/마케팅 전략 수립
- 번역, 제작, 홍보,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