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읽어요
내게 책 읽기는 8살에 잠깐 접한 영어를 잊지 않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1990년 대 부산에는 나처럼 외국에서 살다 온 아이가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영어 자체가 공교육에서는 중학교 교과 과정부터 시작했다.
그렇다 보니 영어를 잊지 않기 위해 회화 학원에 다니려면 대학생이나 그 보다 나이 많은 어른들 사이에 앉아 있어야 했다.
영어로 나오는 텔레비전 채널도 거의 없었다.
외국인은 만나기 어려워서, 가끔 식당에서 외국인이 보이면 신기할 정도였다.
그럴 때 내 주변에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었고, 책이 있었다.
그 두 가지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 특히 아이들에게도 충분하지 않을까?
책을 읽게 되는 이유 말이다.
물론 나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좋아하고, 또 좋아한다.
다양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 새로운 문화, 환경, 표현들이 다 너무 좋다.
하지만 그건 닭이냐 달걀 이냐의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책을 좋아하는지.
이렇게 좋아하기 때문에 읽을 수 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생각해 본다.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내가 지금과 같이 영어를 잘 할 수 있었을까?
다른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책읽기야 말로 지금의 내 영어를 만들어 준 은인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책을 읽었던 걸까?
내가 한 읽기는 어떤 방식으로 내 영어에 도움을 주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