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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리 May 05. 2021

3.2 영어책 읽기의 역사 (1)

어떻게 무엇을 읽어 왔더라?


초, 중,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생활을 지나오며 많은 책들을 읽었다.


한국어 책을 읽은 것에 대해서도 머릿속에 그 기록이 어떤 흔적으로 남아 있지만, 영어책에 대해서는 좀 더 강렬한 기억들이 남아 지도 비슷한 것, 영어책 읽기의 역사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 것 같아 그것을 기록해 보고자 한다. (이번 편에서의 ‘읽기’는 ‘영어책 읽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의 읽기

고등학교 때의 읽기

교환학생 시절의 읽기

유학 가기 전의 읽기

논문 쓸 때의 읽기


이렇게 시기를 나눈 것은 역사를 특정 시기로 나누고 이름 붙인 것과 같은 논리다.

시기 별로 특징적인 활동이 있었고, 그 활동에 따라 의미 있고 주목할 만한 변화가 생겼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의 읽기

이 시기 나의 영어책 읽기에서는 ‘읽기’ 만큼이나 ‘모으기’ 혹은 ‘탐색하기’가 큰 자리를 차지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에는 스스로 책을 찾아서 골라 읽기보다는 내게 주어진 많지 않은 영어책 읽기에 집중했다.

그러다 고학년과 중학교로 올라가면서는 앞서 잠깐 언급한 적이 있는 주디 블룸의 청소년 소설이 큰 역할을 했다.

어떻게 주디 블룸의 책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새로웠던 장르를 접하면서 (동화책에서 일종의 장르 소설로 점프한 것과 같다고 본다.) 그 뒤로는 적극적으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던 것은 확실하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삶의 많은 부분에 있어 내 취향을 탐색하기 시작했던 나는, 책에 있어서도 내 취향의 책을 고집스럽게 수집했다.


그 시절 ‘수집품’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리고 책으로도 남아 있는 것은) 두 가지다.

The Black Stallion과 The X-Files (이하 엑스파일).


The Black Stallion은 Walter Farley라는 작가의 시리즈 소설인데, 검은색 말과 함께 하는 소년 알렉스의 이야기다.

원작을 바탕으로 70년대부터 90년대에 걸쳐 TV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졌고, 내가 처음으로 접한 것도 캐나다에서 우연히 TV 드라마를 통해서였다.

11살에 한 번 더 한 달간 캐나다에서 지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우연히 드라마를 보고 완전히 빠져들었다.

하지만 당시엔 케이블 채널에서 재방송을 해준다거나, 녹화해서 볼 수 있거나 하는 방법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대신 책을 사모으기 시작했고, 전 시리즈가 몇 권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순서대로 10권을 모았다.

그리고 고백하자면, 단 한 권도 끝까지 읽지 않았다. (!!)


엑스파일 대한 나의 애정은 앞선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다.

10대 시절을 통틀어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콘텐츠는 두 가지, 엑스파일과 퇴마록이다.

엑스파일은 드라마를 열심히 보는 것으로 모자라 관련된 것들을 뒤졌는데, 그중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책이었다.

워낙 유명한 시리즈다 보니 소설화 한 책부터, 드라마 속 사건들을 기록한 책, 주인공들에 대한 분석 등 다양한 책들이 나와 있었다.

10대 때 한 두 번 미국에 사는 이모집에 갔었는데, 그때 유명 대형 서점에 가서 ‘사재기’를 해서 한국으로 싸들고 왔다.

그 책들은 물론 아직까지도 갖고 있다.

그리고 고백하자면, 단 한 권도 끝까지 읽지 않았다. (이 정도면 습관인가...)



어떻게 보면 이 시기 나의 이러한 책 사기, 책 모으기가 낭비고 쓸데없는 행위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 내 삶의 책 읽기가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자기 합리화도 조금은 있다!)


읽지도 않고 사모으기만 한 게 무슨 이런 해석이 가능하냐고?


이 시기 나는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주제는 알았지만,

그것을 어떤 형태로 풀어놓은 책을 내가 좋아하는지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자연과학책인지 등),

어떤 수준으로 풀어놓은 책을 내가 읽을 수 있는지 (난이도),

그리고 그런 책들을 어떻게 얼마나 많이 읽을 수 있는지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랬기 때문에 관심 있는 주제를 다룬 책이라면 수준과 종류를 막론하고 무턱대고 사모으기만 했던 것이다.

그렇게 사 모은 여러 권의 책들을 책장에 쌓아놓고 한 두권 읽기를 시도하다 재미가 없어 포기하고, 어려워서 포기하고, 내가 생각했던 내용과 달라서 포기하면서 나는 그제야 서서히 내가 원하는 책을 고를 수 있는 눈을 키우기 시작할 수 있었다.


이 시기는 그래서 책 읽기 시절 중 내게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내 취향을 탐색한 시기이자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읽기가 어떤 것인지 체험을 통해 깨달은 시기.

누구에게나 이런 책 읽기 시절이 필요하다.



물론... 지금도 나는 김영하 작가가 언젠가 했던 명언을 마음에 새기며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언젠가는 읽을 거야... 생각하면서.


“책은 읽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닙니다. 사놓은 책들 중에 읽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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