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l UX vs. 우리다운 UX
태초에 사장님께서 말씀하셨다. UX lab.을 만들 때 본인은 철학자들을 원한거지 수족을 원한게 아니라고.
처음엔 (손발이 아니었기 때문에) 알 필요도 없었는데 그 간 조직의 부침을 경험하다보니 일한지 3년째 이제 무슨 말인지 좀 알 것도 같다. 시키는대로 일할 사람은 시장에 많다. 한달안에 방향성 잡고 멋진 말들로 포장해줄 A급 에이전시도 흔하다. 그러나 내부의 공유된 가치를 만들고 구성원 모두가 일관된 철학으로 모든 결정을 내리는 것은 외부의 도움으로 이루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랩 설립 초기에 만들어진 Remarkable but extremely kind라는 모토도 그렇게 시작(내가 입사하기 전이다)
공통의 철학을 정의하는 시도는 좋았지만 주요 서비스(현대카드 앱, 웹)를 런칭하기 전에 만들어진 개념이다 보니 실제 작업물과는 괴리가 있었다. (남대표님껜 미안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나요? 싶은 가이드라인이었다. 그나마 업체가 들어와서 URL 던져주면 디자인 컴포넌트 다운로드 받아서 활용하는 정도로 제한적으로 활용될 뿐이었다. 우리는 항상 이 철학을 다시 다듬고 싶었다.
그러던 중 랩 내 Governing을 위한 General UX Guide 프로젝트가 얼마전 공유되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활용 목적은 불분명했고 가이드라인도 명확하지 않고 모호하게 '권장'한다. 구성원간에 공감대도 없이 독단적으로 진행되었고 만들었기에 실행은 여러분 몫이라는 무책임함. 이전에 한번 겪어 되풀이할 필요가 없던 실패였다. 가뜩이나 부족한 리소스를 저런 것에 쏟았다는 것이 몹시 화가 났다.
물론 일반적으로 더 나은 사용성은 존재한다. 오남용된 팝업이나 불필요한 단계는 당연히 제거되어야 한다. 구글에서는 매터리얼 디자인 가이드(https://material.io/)를 권장하고 애플의 HIG를 따르지 않으면 이유도 모른 채 앱스토어 심사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Ant financial도 http://ux.ant.design/ 와 https://ant.design/ 를 운영한다. 세상에 어떤 UX디자이너가 사용성을 높이고 싶지 않겠나?
그렇지만 의사결정을 하는 기준은각 회사의 UX철학(개인이 아니다)에 따라 다를 수 있다. e-commerce회사들처럼 빠르게 변하고 높은 매출을 내는 것이 선인 회사는 상대적으로 공통된 룰이 약해도 괜찮을 수 있다. 마케팅성 팝업도 때론 띄워야 한다. 디자인테이블에 출연한 배달의 민족 디자이너는 그들의 공통된 디자인/마케팅 가이드가 '풋, 아!'라고 했다. '장바구니가 비었습니다'라고 쓰는 건 Norm이지만 배민이라면 '텅'이라고 쓸 수 있는 의사결정은 배민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MUJI는 Emptiness라고 한다. 어디에 두어도 어느 것과 있어도 어울리는 여백. 개개인의 취향을 넘어 '뫄뫄다움'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보는 순간 느껴진다.
그럼 현대카드는? 현대캐피탈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해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을 이루는 것? 데이터와 숫자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You & I font? 몇가지 느껴지는 바는 있지만 아직은 모호하다. 지금 무엇이 '우리다움'인지 치열하게 다시 정비하고 일반적 사용성 안에서 모든 디자인 요소에 녹여 그저 조립만 하면 자연스럽게 모든 고객 접점에 적용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