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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nne May 08. 2019

마다가스카르

안타나나리보, 안트시라나나, 모론다바

탈출 to Antananarivo

73일간 아프리카 횡단기를 읽고 들어온 분들이라면 갑자기 루트에 없던 마다가스카르 방문기가 뜬금없을 수도 있겠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탄자니아 남쪽으로 국경을 넘어 말라위로 향해야 하는 일정인데 한달간 계속된 캠핑과 단체생활에 너무 피로감이 밀려와 탈출하고만 싶었다. 잔지바르 해변에 앉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차에 우연히 마다가스카르를 떠올리게 되었다. 애초에 아프리카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된 계기가 된 곳이 마다가스카르이기 때문이었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우기에 비행기를 타고 그곳에 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지만 혼자 다니는 게 익숙한 내게는 그만큼 절실한 탈출계획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날씨 예보는 그렇게 절망스러운 수준은 아니어서 사이클론도 오지 않고 맑은 날도 더러 있었다. 결국 그룹에서 이탈한 동안의 현지 결제비용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조건에 사인하고 마다가스카르로 날아가게 되었다.

Antananarivo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의 풍경. 우기라도 하루 종일 비가 오지는 않았다.
호텔 옥상에서 본 아침의 도시 풍경

영국 면적의 4배나 되는 큰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는 화산활동으로 지하에서 솟아나 형성된 특성때문에 독특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었다. 섬의 동과 서, 남과 북이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내가 방문한 시기는 우기여서 아쉽게도 비가 많이 오는 열대우림이 펼쳐진 동쪽은 볼 수가 없었다. 대신 내가 방문한 곳은 수도인 Antananarivo(Tana라고 줄여 부른다), Diego-Suarez(Antasiranana), 바오밥나무로 유명한 Morondava 세 군대인데 다양한 자연환경 차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예산과 시간이 허락되었다면 남쪽 사막지대도 가보고 싶었는데 너무 비쌌어 ㅠ) 프랑스 식민지였기 때문에 막연히 프랑스어를 쓸거라 생각했는데 말레이어라는 고유 언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었고 나처럼 누가 봐도 외국인인 사람에게만 프랑스어로 말을 걸었다. 영어는 거의 통하지 않았다.

역시 또 막연히 가난한 나라라 물자가 부족하지 않을까 했던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실제로 경험한 타나는 동아프리카 어느 나라보다(심지어 아프리카의 뉴욕 케냐보다!) 훨씬 번화하고 수입물자나 프렌차이즈 브랜드가 많이 들어와 있는 개방된 도시였다. 

동물의 천국이라는 환상과도 다르게 작은 동물들만 많았는데(그 흔한 얼룩말도 없음) 대신 고립된 위치때문에 아프리카 본섬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종과 다양한 새들을 볼 수 있었다. 

HIghland라 불리는 타나인 만큼 전체적으로 고도도 높고 언덕도 많다.
Analakely Market
등록세를 내기 때문에 택시는 일반 차량의 불법 택시 영업을 막기 위해 크림색으로 칠한다. 대부분 르노의  올드카를 사용한다.
오줌 지린내가 진동을 하던 Lac Anosy와 공사중인 조각물...
먹고 다닌 것들. 왼쪽에서부터 길거리 라면, Zebu스테이크, 마다가스카르 초콜렛 아이스크림!
하이킹을 가는데 비가 오면 곤란하므로 중국산 우비도 샀다. 한국이 이곳에서도 힙한지 이해할 수 없는 한글 간판이 붙어있고...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라고요? 처음봅니다만

원래 계획에 없던 여행이기 때문인데다 우기여서 대부분의 투어 상품은 6월에나 재개되는 상황이어서 여행계획을 짜기 위해 온라인으로 한군데 업체와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머물면서 현지 여행사 한곳을 컨택해 가격과 코스를 비교하며 계획을 짰다. 결론적으로는 대면으로 나의 상황과 예산에 맞춰 계획을 짤 수 있었던 현지 여행사를 선택하게 되었다. 날씨에 맞춰 노을을 잘 볼 수 있는 맑은 날 Baobob Avenue에 방문하기 위해 루트는 비효율적이었고 여행시즌이 아니다보니 혼자 4륜구동 지프차에 가이드비용 지출에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다 보니 총 여행경비가 73일 아프리카 횡단에 맞먹을 정도로 많이 들었다 ㅠㅠ 아무튼 북쪽의 디에고 수아레즈로 비행기 타고 이동.


Diego- Suarez(Antsiranana)

마다가스카르 북쪽에 위치한 디에고 수아레즈는 프랑스 식민지 영향이 많이 남아있는 도시였다. 도시도 도시지만 이 곳을 방문한 이유는 해저에서 솟아난 석회암이 비에 침식되어 생긴 Tsingy라는 독특한 자연환경을 보기 위해서다. 사실 최대의 Tsingy 국립공원은 북서쪽에 있는데 우기에는 위험해 문을 닫는다고 해서 차선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30명의 거대한 그룹과 이동하다가 혼자서 가이드 한명, 운전사 한명과 여행하게 되니 특별한 기분과 더불어 불안한 느낌도 들었는데 그만큼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이드인 Jacque도 이 계절에 혼자 여긴 어쩐 일로 왔냐며 궁금해 할 정도. 전 국립공원을 혼자 전세낸 것처럼 하이킹을 하고 다녔다. 


Ankarana National park (Réserve spéciale d’Ankarana)

Ankarana 국립공원, 휴대폰 신호가 1도 안잡히고 와이파이도 없어 완벽한 고립을 느낄 수 있다. 
국립공원 내 위치한 Ankarana lodge. 텐트에서 급 업그레이드된 숙소를 사용하게 되니 황송
티비도 없고 인터넷도 안되니 더운 낮시간동안에는 수영장에 앉아 맥주만 부었다. 
침식과정으로 생긴 거대한 월풀. 비가오면 매우 미끄럽기 때문에 한걸음 한걸음에 주의해야 한다.
박쥐동굴 꾸에엑
그러다가도 해가 나면 각종 파충류가 나와서 몸을 따뜻하게 만든다.
Tsingy는 날카로운 창? 칼?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사람에게 호기심이 많은 Crowned lemurs. 엄청 가까이까지 겁없이 온다.
회색은 암컷, 수컷은 갈색을 띄며 몸집이 더 작다. 


수컷 Crowned lemur(왼쪽)와 야행성인 Mouse lemur(오른쪽), 외부인 방문에 잠에서 깨서 쳐다본다. 





현지식 점심, 그냥 고깃국에 쌀밥이라 한식과 비슷하다. 심지어 누룽지를 먹는 것까지 비슷함
Sunfolds Lemur. 상대적으로 경계심이 많아 가까이 오지 않는다. 


Amber Mountain National Park(Montagne d'Ambre National Park)

제일 오래된 국립공원이라고 하는데 아름답긴 했으나 열대우림을 우기에 방문한 덕에 모기에게 헌혈을 원없이 하고 왔다. 거짓말 안보태고 총 백개쯤 물린듯. 모기 퇴치제도 소용이 없었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카멜레온
신성한 폭포. 아직도 애니미즘 비중이 큰 이곳에서는 토요일에 사람들이 많은 공물을 바치러 온다고 한다. 
현지식, 기온이 따뜻하고 코코넛이 많이 나서 코코넛 오일을 사용한 달달한 요리가 많다. 

북쪽 끝 해안에 위치한 Diego Suarez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 지어진 프랑스식 건물과 음식에 영향이 아직 많이 남아있어 은퇴한 프랑스 노인들이 궁성같은 저택을 지어놓고 젊고 예쁜 말레이 처녀들과 편안한 노년을 보내고 있었다. 

빵 진짜 맛있어....! 남아공 이전까지 먹어본 최고의 조식이었다. 
자동차 그늘 아래 더위를 피하고 있는 댕댕이
Andasoa. 천주교 순례길로 정상에 오르면 주변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작년에 계단을 완공했다고 하는데 그 전엔 어떻게 올라다녔지 ㄷㄷ...

The 3 bays - Bais des Dunes, Bais des Pigeons, Baie de Sakalava

아름다운 풍경의 해변으로 유명한 the Three bays. 비가 와서 그 아름다움이 조금 덜하긴 했지만 한적하고 쓸쓸한 운치가 있어서 난 더 좋았다. 

겁나 큰 랍스터가 만원도 안함 ㄷㄷ

시간이 더 있었다면 북쪽의 아름다운 섬인 Nosy Be도 가보고 건기였다면 초콜렛 플랜테이션도 가보고 싶었는데 맑은 날 모론다바에서 노을을 보기 위해 아쉬움을 뒤로 하고 Antsiranana를 떠났다. 


Morondava & Baobob Avenue

마다가스카르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풍경, 바오밥이 줄지어 서있는 곳을 보기 위해 모론다바행 비행기를 탔다. 소도시간을 연결하는 비행편은 우기에는 운행하지 않아 수도 안타나나리보를 거쳐 환승해야 한다. 


공중에서 봐도 섬의 북쪽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을 확인할 수 있다. 기다리는 동안 길거리 음식도 사먹고(치킨 국수가 삼천원쯤?)

연착으로 악명 높은 Tsaradia 항공, 명성에 걸맞게 연착에 연착을 거듭하여 밤늦게 도착한 모론다바. Réserve spéciale d'Andranomena로 야행성 lemur를 보기 위해 밤산책을 나섰으나 한 서너 종류의 lemur만 먼 발치에서 보고 돌아옴. 

대신 다음날 아침 트래킹에서는 white lemur를 엄청 많이,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희안하게도 흔하다는 Brown lemur는 한마리도 못봤지만..

바오밥의 그...그....
천 오백년 살았다는 신성한 바오밥나무. 가까이서 보려면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Lovers baobob. 두 그루처럼 보이지만 실은 한그루임.
Les bonbon을 수줍게 요구하며 따라오던 동네 소녀들. 이럴 줄 알았으면 초콜렛이라도 사둘걸.

그리고 대망의 바오밥거리(Baobobs Avenue) 하루 종일이라도 머물 수 있어!


하염없이 머무느라 숙소에 늦게 도착해 허겁지겁 먹어치운 현지식. 귀여운 사인

Antsirabe

모론다바에서 타나까지 바로 운전해 돌아갈 수도 있지만 이대로는 아쉬워 타나 인근의 오래된 도시인 Antsirabe를 마지막으로 방문하기로 했다. 

시장과 세상 제일 험블한 카페
타나로 운전해 돌아오는 길에 묵은 좋았던 숙소. 
시장 상인들. 공들여 디스플레이를 한다. 
철제품을 주조하는 공장. 처음 봄
거푸집이 토기같은 것으로 만들어진줄 알았는데 틀을 놓고 이지역 특산 흙을 단단하게 만들어 틀을 빼낸 뒤 그 틈으로 뜨거운 알루미늄을 부어 굳힌다. 신기방기

이렇게 마다가스카르에서의 여정을 마무리. 그룹과 다시 합류하기 위해 빅토리아 폭포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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