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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혜진 Jean Seo Sep 22. 2023

지독한,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혼란 -모성애 3


<대치동> 저자의 “과거 군사 독재 정권 시절처럼, 혹은 현재의 중국처럼 사교육을 완전히 금지하지 않는 한 공급자가 줄어들면 가격은 더 상승할 것이고, 더 커진 이익을 차지하려 불법을 감수하는 공급자들이 나타날 것이다..”라는 주장에 나는 동의한다. 저자는 2021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 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에 따르면 교육 서비스업 종사자 가운데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은 150만 이상이고, 전체 산업 중분류 77개 분야에서 3위에 해당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교육 서비스업 종사자는 공식적으로 163만 명이 넘는다며, 이는 주요 19개 산업 분야에서 종사자 수 5위에 해당한다는 통계자료를 제시한다. 




한편, 여느 다른 직업군처럼, 대다수는 불안정한 고용 환경과 소득 불평등 역시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어렵게 mothering을 해서 천정부지의 교육비를 쏟아부어 만들어진 최상위 대학, 고학력층의 생계를 해결해 주는 안전지대로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이 사교육 시장이다. 이미 우리 사회의 너무 큰 직업군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공기업’ 퇴사자, ‘공교육 교사’ 출신 등의 유명 사교육 선생님들도 어렵지않게 볼수 있다. 우리 엄마, 아빠 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삶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에게 이미 사교육시장에서의 ‘교육 생산자’로서의 위상은 너무 ‘도도’하고 매력적이기만 하다. 





한국 사회에서 ‘사교육’을 배제한 mothering을 하기에는 너무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사교육의 적절한 사용을 생각해 보는 법이 차라리 합리적 대안이 아닐까? (오해하지 말아 주길 바란다. 나는 사교육 ‘예찬론자”는 절대 아니며, 또한 ‘사교육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도 아니다. 그러기엔 나 자신도 너무 부족함이 많아 도움이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사용법을 잘 기획하려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 내 아이를 잘 아는 것일 것이다. 왜냐하면, 언제나 강조하고 싶은 것이지만, 미리 마음으로 자녀와의 관계성으로 준비하는가가 엄마의 mothering이 목표한 것을 이루는가의 성패를 가른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얼마나 하느냐?, 돈을 엄마나 교육에 투자하느냐? 하는 것은 ‘what to do’(무엇을 한다)의 문제이다. 그것은 언제나 바뀔 수 있다. 하지만, ‘Why?’, 즉 왜 내가 사교육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왜 그것이 ‘지금', 또는 3년, 5년, 등등의 구체적인 시기에 시작해야 하는지, 왜 특정 과목을 사교육에 위탁해야 하는지.. 등등 ‘Why”와 관련한 고려는 언제나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최근에는 이러한 질문에 답해주는 ‘훌륭한’ ‘몽학선생’의 역할을 해주는 저렴하고 좋은 정보제공자를 찾는 것은 너무 쉽다. 그냥 잠깐 유튜브를 틀어보기만 해봐도 쉽사리 찾아볼 수 있지 않은가? 한편, 미디어에 노출되는 너무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그 mothering recipe(마더링 레시피)를 다 알면서도 모든 엄마들은 여전히 힘들어한다. 그래서일까? 가까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엄마들은 사교육을 ‘사회악’으로 여기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다시 ‘사교육’에 귀의(歸依)할 수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덩달아 드는 생각이 ‘Mother-Blame’(‘엄마 탓 논쟁’으로 번역해 본다)으로부터의 피해의식이다. 최근처럼 ‘좋은 엄마’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거센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다. 온라인상에서의 ‘자녀교육’과 관련한 넘치는 정보들을 보다 보면, 쉽사리 대부분의 엄마 스스로가 '나도 모르는 후회와 죄책감, 비난과 죄의식의 희생양'이 되어버린다. 어느 때 생각해 보면, 마치 세상이 ‘다음 세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문제 엄마’, ‘나쁜 엄마’, ‘상처를 주는 엄마’, ‘방임하는 무책임한 엄마’, 교육 성과집중의 ‘잔인한 교육맘’ 등등 나열하기에도 부족하다. 요즘 새로운 지탄의 대상이 되는 ‘뜨는’ 엄마는 ‘교육정보에 무지한 엄마들’이다. 마치, 무슨 '성토대회'같다. 어디를 둘러봐도, 또다시 생각해 봐도 한국에는 ‘엄마’를 위한 ‘방’은 없다.  (계속) 



사진: Unsplash의Ali Karimiborouje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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