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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혜진 Jean Seo Sep 22. 2023

지독한,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혼란 -모성애 4

 


누구도 평안하지 않은 교육을 둘러싼 이러한 ‘전쟁’ 같은 ‘사랑’이 가족을 휩쓸고 가는 시기가 자녀들이 중학교 2학년 처음 학교 성적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기부터 고3까지 장장 5년에 걸쳐 진행된다. (아이가 둘이거나 셋 이상이면 10년이 되기도 한다.) 이 시기를 얼마나 잘 마음으로 준비하는가? 의 여부가 mothering과 자녀의 학업적 성취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잘 잡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모든 인생사가 다 그렇듯이 만병통치약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의 공통분모는 있을 것이다.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한 최소한의 ‘자기 방어기제’를 마련해 두는 것은 없을까? 엄마가 ‘사유’ 해야 할 가정, 엄마 스스로의 삶, 자녀들, 교육 등에 관한 “근원적 성찰”이다. ‘성찰이 없는 mothering’은 그 무엇보다 엄마의 소중한 시간과 영혼을 조금씩 헛되이 소모하며 갉아먹는 원흉이 아닐까? 




<사랑은 지독한-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혼란>(울리히 벡&엘리자베트 벡-게른샤임 공저)에서 밝힌 것처럼, 오늘날의 모든 성인 남녀들은 그저 ‘의미 있는 경험’으로서의 자녀 출산을 결정하고, 그 결정에서 오는 ‘치열한’ 전쟁을 어떨 때는 후회로, 어떨 때는 보람으로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가슴이 터질 듯한 출산의 감격과, 태어나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주는 사랑’에 스스로 울컥한다. 그다음 날에는 다시 일상이 되어버린 끊임없는 양육과 관련한 ‘책임감’과 스스로의 양육/교육에 있어서의 ‘불확실성’이라는 불안감에 내동댕이쳐져 버린 엄마는 ‘자아’ 찾기와 '위로'에 목이 마르다. 이게 우리 한국의 엄마들의 현주소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야말로, <사랑은 지독한-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혼란>에서 저자의 시선처럼, ‘자신들의 시계는 그대로 둔 채 여성들의 시계만을 거꾸로 돌리려고 애쓰는’ 세상에서 분투하는 엄마들로 가득한 현실이다. 또 다른 한편에는 나날이 복잡해져 가는 입시제도 속에서, 성적과 비교 속에 ‘좀비’가 되어가는 우리의 아이들의 무거운 책가방이 있다. 어쩌면, 한국의 엄마와 자녀 모두 저자의 표현처럼, ‘너무나도 지독하게 그러나 너무나도 정상적인 혼란’인 사랑을 온몸으로 뿜어내고 받아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사랑을 쏟아부어 본 엄마나, 이런 사랑을 받아 본 자녀나 모두 어떻게 이 혼동의 사랑을 기억할까? 그 사랑의 방향이 길을 잃거나 과녁에서 벗어나서 ‘생채기’만 남은 또 다른 엄마와 아빠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후회와 연민만으로 남겨진 '어린 성인'들에게 '엄마'와의 심리적 ‘거리두기’를 권장하는 사회 속에서 피곤에 지쳐도 ‘기댈 어른이 없는 세상’이 되어가는 느낌에 마음이 아픈 오늘이다.  






어떻게 보면, 동시대의 한국의 엄마들(40~60대)은 많이 억울하다. 본인은 정작 이상적인 mothering을 받고 누려보지도 못했다. 반면, 자녀들인 다음 세대들과 이들이 속한 세상은 너무나 당당하게 이상적인 mothering을 요구한다. 조급해지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에 나의 10년 뒤의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전환하려 노력이라도 해보고 싶다. 아이를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내가 혹사 교육에 너무 ‘집착’하고 있나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마음에 너무 많은 다른 자아(자녀, 또는 다른 가족)가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들을 정리해 보면 어떨까? 엄마인 나를 위한 ‘생각방’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보자. 다시 돌아오지 않을 엄마 인생의 소중한 성숙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한국사회는 여전히 ‘엄마’를 위한 자리가 없다. 엄마 내면에 ‘엄마’의 자리를 만드는 것이 좋은 mothering의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자녀와의 ‘너무나 정상적인 지독한 혼란’의 자녀양육의 시기를 멋지게 극복할 수 있는 엄마가 “어찌 자신의 노년을 멋지게 가꾸지 않겠는가?”라고 믿고 싶다.


(감사합니다)



사진: Unsplash의 Miriam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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