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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혜진 Jean Seo Oct 21. 2023

취향의 마더링 –2

한국에서 엄마로 살기

그녀를 만난 것은 논문을 위한 인터뷰 때문이었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이미 첫아이를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학에 입학시킨 경험이 있었다. 이미, 소위 ‘엄친딸’을 가진 이 엄마는 주변의 엄마들에게서 많은 교육 정보를 가지고 있는 '교육전문엄마'로 정평이 나있는 엄마였다. 대기업에 다니는 아빠의 안정된 경제적 뒷받침도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기억이 날 정도로 무엇보다 엄마의 입시에 대한 정보와 자녀의 사교육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힘주어 강조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큰 아이의 고교 3년간의 성적은 그야말로 탁월했다. 엄마의 헌신적인 자녀교육에의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주변의 모든 사람이 인정해 줄 정도였다. 충분히 성공적이었던 자녀의 입시에 그녀는 고등학교 1학년 둘째의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더욱 분발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었다. 그럴 만도 했던 것은, 둘째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를 맞추어, 이 참에 다니고 있던 파트타임 일까지도 마저 그만두면서까지 아들의 입시에 열성을 보였기 때문이었으리라 예상했다.




 

두 어린 자녀가 어렸을 때까지는 대기업에서 풀타임 직장인이었던 그녀는 큰 딸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일을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녀는 자녀의 '입시'에 집중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친정어머님이 아이들을 돌봐주셨었다고 했다. 이즈음에 어머님이 몸이 편찮아 지시기도 했고, 스스로도 자녀들에게 항상 미안하였었던 참이었단다. 본인도 좀 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래서인지 전업주부가 된 그녀는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 종종 자녀의 필요를 자신의 필요보다 우선시하는 것에서 전혀 피해의식을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그녀는 아들에게 가능한 모든 교육적 이점을 제공해야 한다는 결심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본인의 환경에 너무 기뻤다고 했다. 그녀는 사교육, 과외 활동, 자녀의 일정을 꼼꼼하게 관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투자했다. 자녀양육을 위해 직장을 그만둔 그녀에게 아들의 대입 성공을 위한 본인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믿었단다. 인터뷰하는 동안 내가 느낀 분명한 것은 그녀가 자녀를 통해 무언가를 얻기 위함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그저, ‘아들이 ‘밥벌이’는 하고 살아야 할 것 아니냐?’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손에 기름때 묻히고 살게 할 수는 없잖아요”란다.

 





자신이 될 수 있는 최고의 엄마가 되기 위해 깊이 헌신하며, 완벽한 엄마로서의 mothering을 지향하는 것을 인텐시브 마더링(Intensive Mothering)이라고한다. 인텐시브마더링(Intensive Mothering)은 자녀양육에서 비현실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엄마가 자녀의 행복을 위해 전적으로 헌신한다. 자녀의 삶의 모든 측면에 지속적인 관심과 양육, 참여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더 나아가, 자녀의 교육, 과외 활동 및 정서적 웰빙에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은 엄마"라고 믿는다. 다시 말하면, 엄마는 자녀를 위해 연중무휴 24시간 'stand-by'해야하고, 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경쟁이 치열한 한국 교육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인텐시브양육(Intensive Mothering)은 일반적이다. 그녀의 경우를 보아도 잘 알 수 있었다. 인터뷰를 통해 들은 그녀는 아들의 교육적 성취를 위해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높은 기준의 mothering을 설정했었다. ‘마카롱’을 좋아한다는 딸아이를 위해서 항상 미리 준비해 두었다는 말도 했다. 집안 청소는 좀 못해도 괜찮다는 말도 했다. 대신, 간식을 챙겨주는 것에서부터 모든 학교 행사에 참석하는 것까지 그녀는 아들을 위한 일정으로 다이어리가 항상 빡빡했다고 했다. ‘과목별 학습’방법을 배우는 부모교육과 유튜브의 영상을 통한 ‘입시정보’도 정리해두었단다. 자녀의 ‘사교육’, 공교육 숙제를 함께 하는 등, 모든 자녀의 공부에 ‘아카데믹 마더링’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자녀의 ‘수학’을 도와주기위해서 본인이 ‘수학’을 공부하기도 했고, ‘독서’이력을 챙겨주기위해서 본인이 대신 독서해주고 독후감상문도 썼단다. 이쯤 되면 ‘누가 공부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카데믹 마더링’을 실행했던 것으로 들렸다. 

 





항상 아이러니한 것은, 논문을 위한 인터뷰에서 만난 모든 중산층의 전업주부엄마들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당연하게 여기는 과도한 ‘사교육의 부정적 측면’에 모두 동의했다는 점이다. 사교육이 만능 학생을 길러내기 위해 아이들의 숨 막히는 경쟁을 가정에서부터 심화시킨다는 이유였다. 그 결과, 자녀의 학업적 성공에 대한 욕구가 고도의 성취를 무작정 강조하다 보니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청소년들이라는 사실에도 한결같이 동의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어쩔 수 없다’란다. 우선은 ‘내 아이 입시가 끝나야 한다’란다. 그래서 엄마가 ‘끊임없이 비교하고 수집하고, 학습하지 않으면 현 대한민국의 대학입시에서 자녀가 성공하기 어렵다’ 라고 주장한다. 이 사실을 부인하기 쉬운 고등학생 엄마는 없을 것이다라는 것이 엄마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그녀도 전형적인 한국의 중산층 엄마의 의견을 따르고 있었고, 여지없는 '인텐시브마더링'(Intensive Mothering)을 하고 있었다. 단지 사교육에만 아들을 몰아넣는 방식이 아니었다. 아들을 위해 기꺼이 모든 일상을 함께 했다.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아들이 집에 오는 시간에도 그녀는 자녀를 데리러 갔다 오기 위해, 1~2시까지 밤잠을 설치는 것은 '디폴트'값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조금도 아이에게 이런 '노고'에 대해 짜증 한 번을 내지 않았다고 했다. 마치, 그동안의 엄마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서 인 듯, 그녀는 모든 측면의 mothering에서 완벽(?)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보였다. 마찬가지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들의 학교성적을 보장해야 한다고 믿었던 것 같아 보였다. 대기업을 다니는 남편의 월급도 사교육비를 생각한다면 넉넉한 것은 아니라고 얘기했다. 저축은 언감생심(焉敢生心) 말도 못 꺼낸다고 했다. 빡빡한(?) 살림에 주요 과목별 사교육은 한 개씩은 당연히 했고, 부족한 과목은 두 군데를 보냈다고 얘기했다. “외식 같은 것은 꿈도 못 꾸죠, 사실 사교육비 감당하려면 온 식구가 긴축해야 해요” 그녀의 가족들도 아들이 대학 갈 때까지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누나 때에도 그랬으니까’가 아닐까 생각도 해봤다). 

 





아들도 처음에는 누나의 명문대입학에 동기부여가 되었는지 엄마의 열성에 적극 '호응'해 주었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생각만큼 성적이 잘 나오지는 않았던 점이었던 것 같았다. 그녀는 처음에는 아들이 학업적으로 뛰어나지 않으면 자신이 회사를 그만두면서까지 투자한 시간과 경쟁적인 교육 환경의 극단적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느꼈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들에게 이러한 속내를 비춰본 적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갈등이 심화되기 시작했던 것은 고1 입학 후, 첫 중간고사 시험 결과가 나온 직후부터였다고 했다. 아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보겠다는 고집을 피웠다고 했다. 학교 내신에서 1학년 첫 시험에서 주요 과목에서 5등급(서술형에서의 부분점수가 없는 학과 선생님의 채점방식 때문이었다고 했다)을 한 개, 3등급을 2개나 받았다고 얘기했다. 그 어렵다는 문제는 모두 맞혔는데, 남들은 거저 가져간다는 기본 개념문제에서 실수가 너무 많았던 아쉬운 시험이라 엄마도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SKY와 ‘의대’만을 목표로 공부했던 아들에겐 어처구니없는 결과였고, 공부의 의욕을 상실한 아들이 ‘정시’로 수능시험을 봐서 대학을 진학하고 싶다며, ‘수능시험 봐서 대학 가야 할 점수이지 않느냐, 수능을 볼 것인데, 왜 내신공부를 하면서 시간낭비를 하느냐고, 학교를 다닐 필요를 못 느낀다’라는 설명이었다고 했다. (이 또한, 현 고등학교에서 매해 볼 수 있는 아주 흔한 사건이다)




 

논문 마지막 인터뷰를 위해 6개월 만에 만난 이 엄마는 ‘무기력하다’는 토로를 한다. 이유 인즉은, 아들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고, 본인도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고 했다. 아빠는 아들의 학교 자퇴에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았고, 아들은 요즘은 공부도 손을 놓았는지 아무 생각이 없는 아이처럼 방에만 들어가 있다고 했다. 이쯤 되니, 스스로의 mothering에서의 방향을 잃었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판단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스로가 무능력한 사람처럼 느껴지기까지 했고, 그 사이에 아들과 남편과의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했다. 너무 일찍 결과를 내버리는 듯한 현재의 ‘내신’ 위주의 대학입시는 최상위권 학생들에겐 마치 복구불가능한 듯한 ‘최후통첩’과 같다. 아들이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다양한 교육 관련 정보를 찾아보며 학습하고, 대학과 사교육에서 실시하는 입시설명회에도 빠짐없이 챙기며 다녔던 엄마의 노력도 너무 일찍 결론이 나는 방식이다. 한국의 교육현실에서 이러한 현상을 비일비재하다. 

 





성과중심의 mothering문화에 너무 도취된 나머지, 때로는 양육에서 성취할 수 있는 목표를 너무 높게 잡는 경우가 양산해 내는 부작용이 사회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다. 자녀의 한계를 예상하지 못한 mothering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엄마들은 스스로가 인정하는 인텐시브 마더링의 방식을 하고 있는 다른 주변의 엄마들에게 mothering의 방식을 듣고 자녀에게 ‘방심’했었던 시간에 후회하기도 한다. 유튜브 등의 교육법등을 들으며, 끊임없이 자신의 mothering을 비교하고, 자기 회의에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뒤늦은 mothering은 너무 늦었다는 두려움의 순환에 갇혀 있는 듯했다. 여기서 파생되는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에 매몰되기도 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녀의 ‘성적’ 때문에 스스로를 무기력하게 느끼기도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틀 속에 갇힌 다람쥐는 계속 쳇바퀴를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엄마에게 의무로 다가가는 자녀 교육을 위한 ‘마더링 튜토리얼(mothering Tutorial; 자녀 양육 설명서)’은 온통 ‘교육’ 일색이다. ‘취향’을 꿈꾸기 힘든, ‘무취향’을 강제하는 한국사회에서 ‘사교육’이 10대 청소년의 mothering을 '천하통일'을 한지는 이미 너무 오래다. 학벌을 위한 Mothering의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압박감은 엄마 혼자 거부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아닐까? 엄마 스스로가 자신이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불안감과 죄책감이 커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이 시대 한국의 엄마들 사이에서 ‘사교육’을 통한 이러한 ‘인텐시브 마더링’이 ‘아이를 위한다’는 이름으로 ‘유서 깊은 관행’이 된 것은 ‘오래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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