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꼐한 화요일'읽은 후 해보는 생각정리
돈과 부는 무엇일까? 돈은 참으로 이중적이다. 우리 사회는 유교의 영향인지 돈을 탐하는 사람을 세속적이라며 비웃는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돈 많은 부자들을 부러워 한다. 돈이 좋지만 좋다고 표현하지 못한다. 다들 홍길동도 아니고,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나도 그런 생각으로 기나긴 시간을 살아왔던 것 같다. '돈은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라고 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이 어느정도는 반영된 것 같다. 종종 친구에게 '내 꿈은 안빈낙도하게 사는 거야.'라고 했었다. 그럴때마다 내 친구는 나를 비웃었지만, 이런 생각은 혼자 사는 삶에서는 어느정도 통용이 되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생기고 나니, 내 생각을 공동체의 공동 가치로 강요 할 수는 없었다. 특히, 내가 책임져야 하는 자식이라는 존재가 생기게 된 후 나의 돈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되었다.
부나 돈에 대한 생각없이 근 40여년을 살다가 최근 들어서 돈과 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래서 2021년 한해는 돈이나 경제에 대한 책을 읽어보면서 그에 대한 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1년으로 부족하면 그 기간이 연장될지도 모르겠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민주주의라는 정치 체제 속에서 살며 정치에 대한 관심도 크게 없었다. 그러다 몇 년전 생각이 바뀌었는데, 국정농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보며 막장 드라마니, 영화라고 말을 하지만 정작 막장은 현실에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사회 구성원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되자 어떻게 흘러가게 되는지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달까.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현행 정치 제도 등에 대하여 책을 읽으며 기본적인 소양 정도는 쌓아보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같은 맥락에서 자본주의와 자유시장이라는 경제 시스템에서 살아가면서 그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 정도는 쌓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인 소양조차 없다면 누가 내 뒷통수를 노리고 있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하지 않을까. 나는 세속적인 것에서 벗어났다고 정신승리를 하고 있지만, 실상 나는 아무것도 모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부에 대해서 여러가지로 정의할 수 있겠지만, 최근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 끝에 내린 결과는 하나다. 부는 시간으로 부터의 자유로움이다. 부를 가진 사람은 시간을 소유할 수 있다. 시간이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하지만, 그건 아마도 원시시대에나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현재의 자본주의, 자유시장에서 부는 시간과 직결된다. 하다못해 손안에 있는 스마트폰의 게임을 보라. 무과금 유저가 한달걸려 이루어 놓을 성과를 과금유저는 하루면 만들어 낼 수 있다.
만일 저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뽐내려고 애쓰는 중이라면 관두게. 어쨋든 그들은 자네를 멸시할거야. 그리고 바닥에 있는 사람들에게 뽐내려 한다면 그것도 관두게. 그들은 자네를 질투하기만 할 테니까.
자본주의와 자유시장에서 살아가는 이상 돈과 부에 관해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사람은 돈의 굴레 안에 있을 수 밖에 없다. 돈을 만들어낸 인간이 그 속에 갇혀버린 모습은 아이러니 하지만, 사람이 만든 술도 사람이 잡아먹혀 인사 불성이 되는 것을 보면, 인간이란 원래 의존적이고 나약한 존재려니 생각해본다. 결국 돈으로 굴러가는 시스템에 속해있는 이상 돈이라는 존재를 억지로 미뤄낼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내려본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책 속에서 모리교수가 말하는 소유욕을 내려 놓는 모습이나 이타심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것을 부정한다는것은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경제 시스템은 소비라는 돈의 순환으로 유지되는 이상 개인에게 끊임 없이 소유욕을 자극한다. 그 부분은 다른 글에서도 조금 써보겠지만, 그 욕망의 속삭임에 내 몸을 던지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는 동안 어디를 가든 새 것을 움켜쥐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네. 새 차를 사려고 아둥바둥하고, 부동산을 새로 구입하려고 애를 쓰고. 최근에 나온 장난감을 움켜쥐고선, 그들은 내가 뭘 가지고 있는지 알아요? 내가 뭘 샀는지 알아요? 라고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지.
얼마전 활동하는 커뮤니티를 통해서 100세가 넘으신 김형석 교수님의 인터뷰를 읽었다. 100세쯤 넘어가니 행복해질 수 없는 사람이 두 분류있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는 인터뷰였다. 그 두 분류의 사람은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과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부분에서 모리교수가 했던 내용들과 겹친다. 돈에 대하여 미치와 이야기 하는 부분에서 이 내용들이 나온다. 소유욕을 과시하지 못해서 안달난 모습을 버리고 자신이 가진것을 베풀라고 가르치던 내용이다.
삶의 수많은 모습을 보고 살아왔던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이니. 아마 헛으로 들을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오랜시간 삶이라는 여정을 살아본 경험에서 우러난 이야기일 테니까. 그리고 우리도 그 과정을 걸어가는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 살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테니까.
어떻게 보면 행복은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한 만족에서 온다. 세속적으로 말한다면 갖고 싶은 물건을 소유했을 때 만족감과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처럼 행복과 만족은 뗼 수 없는 관계이다. 행복을 위해서는 삶에 대한 만족이 필요하다.
다만 이분들이 공통된 이야기를 하는 시기가 인생의 후반부라는 공통점 역시 있다는 점이다. 어느정도 경제적 여유를 갖추고 삶의 후반부에 접어들어 생각해는 것과 지금 내가 받아들이는 것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단지, 그 분들이 말하는 것처럼 지나친 소유욕에서는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은 해보다. 내 서랍속에 쓰지 않는 물건들을 바라보며...
자기에게 목적과 의미를 주는 일을 창조하는 데 자신을 바쳐라.
결국 중요한 것은 돈이라는 도구에 내 삶의 의미를 투영시킬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돈은 하나의 도구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도구. 누구나 가지고 있고, 누구나 사용해야 한다. 여기서 선택의 여지는 없다. 이것에 관심을 가진다고 해서 세속적이라고 손가락질 받을 것도 없다.
단지 그 도구에 과도하게 몰입되어 삶의 의미나 목적 자체를 돈으로 포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사용해야 할 존재를 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적당한 관심이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