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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브르박 Jul 14. 2022

[출장한끼]당진시 합덕읍-미당면옥

심심하기 이루 말할데가없구나.

출장을 거부하지 않는 나지만, 그럼에도 한여름 현장조사 만큼은 피하고 싶다. 하천 현장 특성상 대부분 큰 나무나 건물이 없어 그늘 하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태양을 피할 수 없는 현장조사라니 생각만으로도 땀이 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세상일이 다 내뜻대로 될리가 있나. 이번에는 피할 수 없는 현장조사 출장이 잡혔다. 더군다가 이번에는 장마까지 찾아왔다. 태양도 피하고 싶은데 비도 피해야 한다.


허리부상과 장마로 차일피일 미루던 출장이 더이상 미룰 수 없을 때까지 와버렸다. 그래서 그나마 비가 올 것 같지 않은 날씨로 출장일을 선택했다. 하지만 하필 오후에 비소식. 그래서 오후에는 현장을 돌아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목적지인 삽교천으로 향하는데, 월요일이라 그런 걸까. 도로위에 차가 많다. 내려오는 길에 잠시 휴게소에서 본 하늘은 구름이 보인다. 비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구름이 뜨거운 태양을 가려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해보니 그 많던 구름은 어디로 갔는지 파란 하늘이 날 반겨준다. 차안에서 보는 하늘은 참 이쁜데, 차문을 여는 순간 사우나가 날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일하러 왔으니까 나가야지. 모자를 챙기지 않은 오전의 나를 탓하며 태블릿을 챙겨 현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현장을 확인하는데 날씨탓인지 사람은 보이지 않고, 풀벌레만 나를 반긴다. 한창 짝짓기 중인 실잠자리도 보이고, 오랜만에 보는 땅강아지도 있다. 그 와중에 거미는 왜이리도 많은지 곳곳에 거미줄을 쳐놔서 걷다보니 몸 여기저기에 거미줄이 닿는 느낌이 난다.



'덥다 더워'를 연발하면서 한시간 넘게 현장을 둘러본다. 그리고 다음 현장으로 이동해서 또 현장을 둘러본다. 다행히 두번쨰 현장은 둘러볼 내용이 적어 금방 끝났다. 차로 돌아와 에어컨을 틀어놓고 문명의 이기를 만끽한다.


이제 볼일은 다 봤으니 점심을 챙겨 먹을 차례!!!


이렇게 더운날은 역시 냉면. 그래서 검색해보기로 했다. 지난번 삽교천에 왔을떄 방문한 냉면집이 있지만, 왠만하면 같은 식당은 피하고 싶기 때문에 새로운 식당을 찾아본다. 다행히 회사 복귀 코스에 냉면집 발견. 얼른 이동해본다.

네비를 따라 도착해보니 냉면집이라기 보다는 카페같은 건물이 보인다. 실제로 옆에 카페가 있다. 한적한 곳에 위치해서 그런가 주차장도 꽤 넓다. 그늘진 곳에 차를 주차하고 식당으로 들어간다. 아마 밥도 먹고 차도 마시다 가라는 장소로 만들어 놓은 느낌이다. 야외에도 테이블이 몇개 있지만, 날씨 탓인지 텅 비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인상깊은 메뉴가 있다. '미당면상' 한상 차림으로 구성된 메뉴인것 같다. 냉면에 수육, 만두, 샐러드 및 찬으로 구성된 메뉴이다. 거기다 선착순 20명이라는 안내가 구미를 당기게 한다. 직원에게 문의하니 아직 주문 가능하다고 하여 바로 주문한다.

재미있는 점은 주문할 때 물냉면을 선택하니 직원분께서 평약식 냄면이라고 안내한다. 대충 이유가 짐작된다. 냉면 중 평양식 냉면은 확실히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아마도 우리가 먹는 통상적인 냉면보다 육수가 심심한 편이라 그런 것 같다. 내 주변 사람들 중에도 평양식 냉면은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분들이 몇 있다. 여기 메뉴판에도 '슴슴한 맛'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어차피 평양식 냉면 심심한 것 알고 있으니 주문 완료. 곧바로 온육수를 가져다 주신다. 맛을 보니 역시나 심심하다. 예전에 잠실에 위치한 냉면집에서 평양냉면을 맛본적 있는데 당시 먹었던 냉면보다 더 심심한 맛인것 같다. 그래도 약간의 감칠맛은 느껴진다.


잠시후 주문한 메뉴가 나온다. 받아보니 한상 가득한 느낌이라 메뉴 선택은 탁월했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다니다 보면 이것저것 먹기가 쉽지 않은데, 이런 메뉴는 왠지 횡재한 느낌을 가져다 준다.

먼저 냉면의 육수를 마셔본다. 마찬가지로 심심하다. 한가지 더 아쉬운건 물냉면인데 살얼음도 없어 막 차갑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방금전까지 땡볕 아래서 현장조사를 하다 와서 그런가 더 아쉽니다. 겨자와 식초를 살짝 더해서 휘휘 저어 면을 맛본다. 면은 메밀면이라 가위질 하지 않아도 톡톡 잘 끊긴다. 약간 꼬들꼬들한 식감을 가지고 있어 씹는 맛이 있다.


그 외 함께 제공되는 찬들도 먹어본다. 해파리냉채샐러드가 인상적이다. 소스가 더위에 지친 입맛을 살려준다. 그리고 떡갈비 역시 단짠해서 냉면의 심심한 맛을 채워주고 있다. 전체적인 구성이 그런식으로 조화되는 듯 하다.

만두는 굴림만두 같은데 겉으로 얇은 피가 있는 듯 없는 듯 있다. 그래서 피의 찰기는 느껴지지 않지만 고기의 감칠맛이 느껴진다. 다 먹고 마지막으로 후식으로 양갱과 과일까지 먹으니 배가 꽉찬 느낌이다.


평양식 냉면을 맛봤으니 다음번에 또 오게 된다면 그떈 비빔을..... 선택해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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