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를 뚫어라!!
전라도에 위치한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방문했던 광주역 인근 송정시장에 자리한 식당이다.
이날 출장이 기억에 남는 것은 눈 때문이다. 현장조사를 위해 광주로 내려왔는데, 광주역을 나와보니 하늘에서 눈을 뿌리고 있었다. 안그래도 일기예보에서 눈 예보가 있었던 터라 불안했는데, 일기예보는 출장나올땐 참 잘 맞는것 같다.
그래도 광주까지 이미 내려왔기에 눈이 조금 내린다고 해서 다시 올라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래서 출장을 속행. 그리고 그날 우리는 블리자드에 갇힌 산악인의 기분이 어떤것인지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현장에 도착해서 제방과 호안, 그리고 다른 하천 시설물을 살펴봐야 하는데, 눈이 너무 심하게 몰아쳐서 뭐하나 보이는게 없었다. 화이트 아웃이 이런것이구나 싶을 정도. 삶은 이렇게 부지불식간에 꺠달음을 안겨다 주는 것 같다.
현장으로 나갔다가 도저히 안될 것 같아 동행한 지구언과 함께 차로 돌아와 눈이 조금 잠잠해지길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일단 뭐라도 보여야 현장조사가 진행될 테니까.
현장에선 이런 날씨였지만, 사실 광주역에서 출발할 무렵엔 그냥 눈이 조금 내리는 정도였다. (시작부터 저리 내렸으면, 당장 올라갔겠지.)
그래서 광주역에서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 현장으로 가자고 하며 방문했던 식당이 송정시장 초입에 위치한 '현대국밥'이라는 식당이다.
국밥을 좋아하는 편인데다가 날도 춥고, 눈도 내리는 겨울이라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지는 날이었다. 그리고 외부에서 보이는 메뉴 중 암뽕순대라는 처음 보는 메뉴가 눈에 띄기도 했다.
당연히 들어가 암뽕순대국밥을 주문했다. 그리고 주문한 음식이 나올때까지 암뽕이 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돼지의 자궁을 이용한 음식. 흔히 먹어보지 못한 식재료다 보니 어떤 맛일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그리고 받아본 국밥. 첫 느낌은 '순대가 조금 특이한데?' 정도였다.
순대국의 육수는 맑은 국물이었다. 사골육수는 아닌 것 같은데, 고기육수로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느끼함은 덜하고, 양념장과 더해져 칼칼하고 얼큰한 맛이 추운날 뱃속부터 뜨근하게 덥혀주는 그러나 맛이었다.
처음 먹어보는 암뽕 순대도 쫄깃하고, 순대 특유의 고소함이 살아 있어 처음 먹어보지만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나올 수 있었다.
눈보라만 아니었으면 더 없이 좋을 출장이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