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올해 봄에 우연히 동네에서 회사 OB 친구를 만났다. 그 날 서로 나누었던 이야기를 소설과 에세이 형식은 섞어서 브런치북으로 만들었다. 부동산과 재테크, 제2인생, 교육 등의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했는데, 이 내용들로 총 12편의 스토리를 담았다.
동네에서 6년 만에
회사 친구를 만나다
올해(2025년) 4월 회사 퇴근 후 겨울옷을 세탁소에 맡기기 위해 세탁소로 가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순간 건너편에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순간 살짝 고민을 했다. 아는 체할까 말까 하고.. 잠시 생각한 후 큰소리로
“강 팀장! (실제 성은 강 씨 아니다)와 방가 방가. 백 만년 만이네. 여기 웬일이야? 이 동네 살아?”
“앗, 이게 누구야. 반갑다. 응 이 동네 살아. 바로 저 아파트.”
“정말 오랜만이네. 강 팀장이 회사 떠난 지 언제였지?”
회사 OB 지인을 호칭할 때는 마지막 높았던 직책으로 주로 부른다. 팀장이면 팀장, 상무면 상무, 차장이면 차장으로.
“2019년 초였어. 벌써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 그런데 미안한데, 너 이름 잊어 먹었다. 뭐였더라.”
“ㅎㅎㅎ 내 이름은 늘작가야. 나는 너 이름 아는데? 강ㅈㅇ이잖아.”
“아, 미안해. 내가 회사 그만둔 지 오래되었고, 그동안 한 번도 만나지 못해서 잊어 먹었어”
이 사람은 늘작가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OB 팀장이었다. 나와 나이가 같고 고향이 내가 다니고 졸업한 고등학교가 있는 지방 중소도시(나는 고딩 때부터 집을 떠나 유학했었다) 근처라서 친하게 지냈었다. 같은 조직에 꽤 오래 있었고,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해서 함께 라이딩도 몇 번 했었다. 서로 말도 놓았었다.
“강 팀장, 얼굴 훤하네. 퇴직 후 돈 많이 버나 봐?”
“많이 벌긴. 그냥 굶어 죽지는 않을 정도야. 늘 팀장은 지금 뭐 하고 있어? 지금까지 0000 회사는 다니지 않을 테고.”
“ㅎㅎㅎ 나 아직도 이 회사 다니고 있어. 올해 정년퇴직이야.”
“와, 대박이네! 아직까지 회사 다니고 있다니. 인간 승리다. 젖은 낙엽 전법으로 회사에서 쫓아내어도 끝까지 버틴다고 하더니, 성공했네”
“ㅎㅎㅎ 성공했찌. 강 팀장은 지금 어느 직장에 다니고 있어?”
퇴직한 지인을 오랜만에 만날 때 가장 조심스러운 질문이 지금 뭐 하고 있느냐 물어보는 것이다. 굶어 죽지는 않을 정도는 벌고 있다기에 실업자는 아닐 듯해서 조심스럽게 물어본 것이다.
“회사 퇴직 후에는 내가 일했던 분야 작은 회사에서 4년 일했어. 그리고 그 회사 다니면서 틈틈이 공부해서 자격증도 땄어. 작년 그 회사도 퇴사한 후 실업급여받으면서 지내다가, 올해 운 좋게 직장을 다시 잡았어. 그리고 아내도 지금 일을 하고 있어.”
이렇게 지금 서로 어떻게 먹고 살아가고 있는지 정보교환을 했다.
“강 팀장. 이 동네 언제 이사 왔어?”
“4년 전에 왔었어.”
“그런데 서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네?”
“그러게. 예전에 늘 팀장이 여기 산다고 했는데, 4년 동안 한 번도 만나지 못해서 이사 갔다고 생각했어.”
“그랬구나. 나는 이 아파트 계속 살았어.”
이런 이야기하다가, 부동산러인 나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아파트에 사는구나. 4년 전에 이 아파트 샀다면 돈 많이 벌었겠네?”
"..."
나는 당연히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내가 실거주하고 있는 이웃 아파트) 내 집 마련했다고, 등기 쳤다고 생각을 하고 물어보았다. 회사에서 있었을 때 집을 살까 고민했던 기억도 났다.
“ㅠㅠ . 우리 집은 아니고 전세로 4년 전부터 살았어. 그런데 집주인이 들어온다고 해서 다음 달에 이사해.”
OTL 이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내 심장이 빨라지고 움찔해졌다.
“(속으로) 이거 어쩌나? 내가 말실수했네. 빨리 이야기 마무리하고 집에 가야겠다. 아... 아.... 그... 그랬구나."
내가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빨리 어색한 이 상황을 정리하고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만 날 뿐이었다. 그런데 친구가 담담하게 이야기를 계속 이어 갔다.
“그래서 이사를 해야 하는데, 집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 나는 지금 아파트 가격이 너무 거품이고 대통령 새로 뽑으면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나중에 사자고 아내에게 이야기했어.”
이 말을 듣는 순간 고구마 백 개 먹은 듯이 가슴이 콱 막혔다.
“(속으로) 아니 60살까지 내 집 마련, 내가 살 집 한 채 만들어 놓지 못하고 있는데, 뭘 또 기다려? 미치겠네.”
친구가 계속 말을 이어 갔다. (2편에서 계속)
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