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강 팀장은 강남구 역삼동 건물 관리인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고 4편에서 이야기했었다. 그 일자리를 어떻게 구했는지 궁금해서 좀 더 자세히 물어보았다.
"강 팀장. 그 일자리 어떻게 구했어?"
"몇 달 전 당근에서 건물 관리하는 사람 찾는 구인 공고를 보았어.”
“당근? 아니, 당근에서 구직도 가능해?”
“응. 그렇더라고. 나도 몰랐는데, 후배가 당근에 요즘 구인 광고 많이 올라온다고 하니 한번 찾아보라고 해서 알게 되었어. 당근 구인광고를 보고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지원을 했는데, 운 좋게 면접 보자고 하는 연락이 왔어."
강 팀장이 면접하러 가니, 80대 중반 여자가 나왔다. 건물주는 이력서 보면서 "명문대 나오고, 좋은 직장 다니셨던 분인데, 이런 험하고 급여도 적은 일 하실 수 있어요? 하고 질문을 했다. 강 팀장은 이미 예상했던 질문이라 자신 있게 대답을 했다.
“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습니까? 제가 명문대 나오고 대기업 다닌 것은 과거이지 지금은 아니잖아요? 제 나이에 이런 일자리가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한 번 믿고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강 팀장은 우렁찬 목소리도 대답을 하니 주인 얼굴이 환해지면서 다시 이렇게 물었다.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
“(속으로... 앗싸라비야. 합격이구나) 당장 내일부터라도 출근 가능합니다! “
"아 그래요. 씩씩한 목소리가 마음에 듭니다. 우리 한번 같이 일해 봅시다. 내일부터 여기로 출근해 주세요."
강 팀장은 그 자리에서 합격을 하고 다음날부터 출근을 했다. 구직을 할 때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언제든지 바로 출근이 가능한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본인이 그런 상태가 아니면 구직 활동하지 않는 것이 좋다. 회사 팀장 시절 파견직 사원을 채용을 위해 면접을 자주 했었는데, 언제 출근 가능하냐고 하면 보름 뒤 아니면 한 달 뒤에 가능하다고 하는 사람이 많더라. 회사는 그런 사람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일자리 문은 좁고 기다리는 사람은 줄 서 있다.
"와! 대단쓰! 그 자리에서 바로 합격을 하다니. 어떤 건물이야?"
“ 1~2층은 오피스이고 그 위층은 원룸 장단기 임차해 주는 건물이야. 말로만 들었던 건물 관리인이라,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어. 하지만 우리 촌놈들 헝그리 정신이 있잖아?”
“마자마자. 글티. 우리 못할 것 어디 있겠어? 우리 촌놈 + 흙수저들의 장점이 이것이지. 그 옛날 맨손으로 나무하고, 배고파서 수돗물로 끼니 때우던 시절에 비하면 건물 관리인은 엄청 고급 일자리이지. "
강 팀장은 나는 지방의 가난한 집안 출신이다. 서울에서 살아남은 촌놈(년)들 피 속에는 절박한 DNA가 있다. 가진 것 없고, 아는 사람 없는 이 험한 서울 하늘 아래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치열한 생존 본능이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다.
"강 팀장 주로 어떤 일을 해?”
“주 업무는 건물 장단기 임대하는 사람들(주로 젊은 사람) 계약서, 전입과 퇴거하는 관리하는 것이야. 건물 청소는 하는 분 따로 있지만 필요할 때는 내가 직접 하기도 해.”
“그렇군. 근무 시간은 어때?”
“여기 좋은 점이 근무 시간이야. 아침 11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에 퇴근해. 일요일은 쉬고. 관리인이라 내 사무 공간도 있어. ㅎ”
“개꿀이네. 한 달에 얼마 받아?”
“많이 못 받아. 월 150만 원”
“와~ 많이 받네. 하루에 6시간 일하고 그 정도면 훌륭하지. 근무 조건 환경도 좋고. 그리고 주인장에게 잘 보이면 거의 평생 일할 수 있겠네.”
“맞아. 제일 좋은 점이 그것이야. 주인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길 기도해야지. ㅎ 쥔장은 송파구에 살아. 이전 관리인이 나이가 많았는데, 나는 총각 수준이지. "
"총각 캬~ 우리가 그렇게 젊은 사람대접받는 곳도 있구나. ㅋㅋㅋ"
“이전 임차인 관리 대장이 볼펜으로 적은 노트 더라고. 내가 엑셀로 싹 정리해서 주니 엄청 좋아하시더라고. 그리고 건물도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내가 청소도 자주 해."
"아니 청소까지?"
"건물 청소인이 있기는 하지만 비가 오거나, 건물이 더러우면 청소부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내가 먼저 청소해."
"아, 그렇구나."
강 팀장 이야기를 듣는 동안 마음이 따뜻해지고 나도 많이 배웠다. 그는 명문대, 대기업 화이트칼라 출신이었지만 화려했던 과거는 싹 지우고 이렇게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
이 친구는 자격증으로 월 50만 원, 건물관리인으로 월 150만 원 그리고 프로젝트 베이스 프리랜서(정부나 지자체 주요 입찰서 작성 등)로 한 건에 500~1,000만 원 연간 2~4건 정도 추가로 벌고 있었다. 강 팀장은 일 년에 4,000~5,000만 원 정도 버는데, 이것 적은 금액 아니다. 더 좋은 것은 앞으로 10년 정도 이 수입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아내는 대치동 학원에서 실장 일을 하면서 추가로 또 벌고 있었다. 가구 소득이 8~9천만 원 된다. 아이들 다 키운 상태라 학령기 자녀 2명 둔 가정과 비교하면 실질 소득은 1.3~1.5억 정도가 되는 셈이다. 이 정도이면 잘 나가는 외벌이 대기업 간부 수준이다.
N잡러. 중년 분들은 고액 연봉의 정규직 자리를 찾기 쉽지 않다. 대안으로 강 팀장처럼 풀타임이 아닌 직장을 가지고 여러 분야에서 잔잔바리 원화 채굴을 자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즘 일자리 없다고 하는데, 눈을 낮추고 일할 곳 찾으면 이렇게 60세 이후에도 일자리 구할 수 있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
"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밥 다 먹었네. 저녁은 내가 살게.”
“아니야. 내가 살게"
"강 팀장. 내가 저녁 먹으러 가자고 했잖아? 저녁 먹자고 한 사람이 쏘는 것이 국룰이지. ^^ 저녁은 내가 낼 테니, 커피 사라." (저녁 값 김치찌개 2개 18,000원. 술 마시지 않음.^^)
"그래 알았어."
이렇게 6년 만에 동네에서 만난 회사 친구와 그동안 서로 살았던 이야기를 나누고 인근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