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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작가 Dec 22. 2021

화가(畵家) · 아티스트 - 늘푸르게가 포기했던 꿈

#7 인생 스케치

지난주 토요일 늘푸르게는 갖고 싶었던 '라미 만년필'을 득템 했다. 그것 관련해서는 일요일에 블로그 글로 올렸고, 아마 이 글 읽는 독자 분들은 이미 다 읽어셨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글에서 늘푸르게가 중 1 때 화가의 꿈을 접었다고 했었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보겠다.


늘푸르게는 그림 그리기 재능이 있다. 예체능계는 선천적인 자질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미술 또한 그렇다고 생각을 한다. 초등학교 입학해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미술은 항상 '수'였다. 늘푸르게가 학교 다닐 때는 수, 우, 미, 양, 가로 성적을 매겼고, 매월 월말고사를 보았다. 취미활동반은 미술반 아니면 글쓰기 반을 거의 선택했었다. 학교에서 열리는 미술 대회에 나가면 상도 많이 받았다. 단 한 번도 미술 관련하여 개인 지도를 받은 적이 없었다. 미술 뿐만이 아니라 푸르게는 가난해서 과외도 한 번도 받은 적 없이 대학 들어 갔다.


재능인가? 노력인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타고난 재능이 중요한가, 아니면 후천적인 노력이 중요한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까지 심리학이나 교육학에서도 풀리지 않는 숙제이다.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재능보다는 후천적인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재능 20~40% 노력 60~80%.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최대 40% 정도이고, 거꾸로 아무리 재능이 없어서 죽어라고 노력하면 80%까지는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늘푸르게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겪고 주위에서 지켜본 많은 사람들의 인간 지표 결론이다. 베스트 케이스는 재능을 어렸을 때 발견하고 그 뒤 피나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주위에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이 케이스이다. 하지만 재능이 없어도 죽어라고 하면 어떤 분야이든지 상위 20% 안에는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늘푸르게의 인생 모토가 "늘~긍정적인 마음으로 될 때까지 하자" 이다. 암튼~




지금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내 기억으로 중딩 사춘기까지) 다소 내성적인 성격도 있어서 기분이 울적할 때 혼자서 경치를 보면서 그림을 자주 그렸던 기억이 난다. 스케치북. 아 맞다 스케치북이었다. 지난 일요일 글에 그림 그리는 종이/도화지 이런 것을 뭐라고 했더라 하다가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이 글은 블로그 글 완성한 후 바로 적은 글이다)  ㅋㅋㅋ 스케치북 살 돈도 없어서, 도화지 하나에 그림을 작게 그리고, 물감도 많이 아꼈던 기억이 난다.


중 1 미술 첫째 시간


지금도 어제 일처럼 그때 장면이 생생하게 난다. 중학교 입학하여 첫 번째 미술 시간이 손 데생(연필로)이었다. 쌤이 손 데생 그림으로 그 달 미술 성적을 준다고 하셨다.

내가 그린 손 데생 포즈는 왼쪽 맨 아래였다. 신기하다 중 1 때 미술 시간에 그렸던 손 모양이 생각이 나다니. 모두 손 데생을 그려서 쌤에게 제출했었느데, 그 다음날 미술 시간 끝난 후 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늘푸르게야, 너 그림 그리는 것 배운적 있거나 배우고 있니?", "아뇨, 한 번도 그림 그리는 것 배운 적 없는데요?" 그렇게 대답을 하자 미술 선생님이 "늘 푸르게야, 너 그림 그리는 것 좋아하니?", "네, 좋아해요" 그러자 "음, 내가 보기에 너 미술, 그림 그리는 것에 재능이 있어. 너 미술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나중에 미대 갈 생각 없니?"


순간 마음이 복잡해졌디. 그동안 단 한 번도 미술로 대학을 가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공부를 잘해서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교(물론 서울대^^)에 가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내가 대답을 하지 않고 머뭇거리자, "만약 네가 생각이 있다면, 오늘 집에 가서 부모님께 미술 공부해서 미대 가도 되겠냐고 한번 여쭤봐라. 만약 부모님이 허락하면 내가 방과 후 미술 가르쳐주마.  "


미술 선생님의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아, 서울대 미대 나오셨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보니 내가 정말 그림에 소질이 있나? 내가 화가가 될 수 있을까? " 이렇게 생각하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집으로 가서 어머니를 만나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중 1때 살았던 사글세 집.  부엌 딸린(연탄) 작은 방 2개에 네 식구가 살았다. 18년 여름에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가보니 이 집이 그대로 있었다.

그랬더니 어머니께서 아버지 오시면 상의하고 이야기를 해 준다고 하셨다. 저녁에 아버지께서 집에 오시고 두 분이서 한참을 이야기 하셨다. 그리고 나를 불렀다.

.....


"늘푸르게야. 정말 미안 하구나. 엄마 아빠는 네가 그림을 그려서 미대에 가고, 화가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화가도 물론 좋지만, 알다시피 우리 집이 너무 가난해서 네가 그림 그릴 뒷바라지를 해 줄 수가 없단다. 지금 공부도 잘하니 공부 쪽으로 해서 좋은 대학 갔으면 해"


늘 : "아빠/엄마, 미술 선생님이 그림 가르치는 것 공짜로 해주신다고 했어요."


부모님 : "푸르게야. 그림 배우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그림 그릴 때 필요한 붓/물감/스케치북 등등은 어떻게 사니? 얼마나 비싼데... 미안하다 푸르게야.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줄 수 없어서"


늘 : (아 창피하다. 그림 그냥 그리는 것 아닌데, 물감도 못 사는 형편인 것 뻔히 알면서~) "아 네, 어머니.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걱정 마세요. 그냥 한번 해 본 말입니다. 화가는 무슨, 제가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들어가서 돈 많이 벌게요."


다음날 학교에 가서, 미술 쌤을 만났다. "선생님, 저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저 그림 잘 그리긴 하지만, 화가는 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공부 잘하니 공부로 성공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나이에 자존심이 있어서, 우리집이 가난해서 화가/그림 못 배운다고 말하긴 싫더라. 이렇게 대답하고 쿨~하게 화가의 꿈을 버렸다.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미술 쌤이 부모님을 한번 만났다고 한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것을 알고 더 이상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다고...

# 출처 : 모름


그 이후 그림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특별 활동반(동아리반)에서 그렸고, 대학교 때는 종종 연필이나 펜으로 스케치 수준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거의 그림 그리는 일은 없었다. 가끔 아이들이나 아내 생일 카드 줄 때 그림을 그린 것이 전부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중 1 때 그렸던 손 데생은 그 이후 단 한 번도 그리지 않은 것 같다. 왜 그랬는지 오늘에야 이유를 찾았다. 그때 화가, 아티스트의 꿈을 포기해서 무의식 속에 손 데생 그리기가 싫었나 보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21.12.18) 라미(LAMY) 만년필을 득템 하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위해서 제대로 된 스케치를 수십 년 만에 처음 해 보았다.

블로그 표지 사진(잉크는 검은색 주문했는데, 파란색으로 잘못 왔다 ㅋ)


지금 보니 무지 못 그렸는데, 그래도 수십 년 동안 그림 그리지 않고 살았는데, 이 정도이니 아직 쓸만한 것 같다. 그날 내 핏 속에 잠자고 있었던 그림, 화가의 꿈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원래 계획은 이 회사 퇴직 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기로 했었는데, 지금부터 그림 그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앞으로 가끔 그림을 그려서 블로그와 브런치에 선보이겠다. 이를 위해 라미 만년필 ET촉(가는 촉) 테라 레드(오렌지색, 블로그 투표 결과 반영) 사파리 만년필을 어제 하나 더 주문했다. 그리고 작은 스케치북과 색연필도 하나 사야 겠다.(물감/붓 등은 나중에 필요할 때 사고) 가슴이 뛴다. 다시 그림을 그릴 생각을 하니. 그래 중 1 때 접었던 꿈을 이제 시작하는 거야.  우리인생 늘푸르게


여러분은 포기한 꿈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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