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작가 Nov 22. 2021

우리에게 온 파도 함께 잘 헤쳐나가자

# 6 인생 스케치 - 사랑하는 우리 딸 ㅈㅇ에게 ②

사랑하는 우리 딸 ㅈㅇ에게 ②


먼저 22년 수능 치느라 너무 고생이 많았어.

오늘 브런치에 올리는 이 글은

수능 친 다음 날 블로그 댓글에 올렸던 글을

여기로 가져왔어.


오늘 아빠가 이 글을 남기는 것은

나중에 네가 마음을 좀 정리하고 편안해지면

아빠가 너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해.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아빠도 잘 모르겠다,


수능 본 날 아침

네가 시험장인 진선여고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함께 온 엄마가 집에 돌아간 후

아빠는 너에게 주는 편지를  블로그에 올렸었어.



네 이야기를 이런 공개적인 미디어로  하는 것

아빠도 부담이 많이 되고

또 네가 이런 것 싫어한다는 것 잘 알면서도

너를 사랑하고 또 격려해주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니 이해해 주길 바래.


그 글은 진선여고 근처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올렸었어.

믿어지지 않겠지만

아빠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카페에 가서

커피 마시면서 글을 올리는 시간을 가졌었어.


글을 올리고

블로그 주주분들과 댓글 소통을 하면서

아빠는 무척이나 행복했었어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수능 시험장에 있는 너에게 격려가 될 것으로

아빠는 생각했었단다,


그런데 수능 시험 치고 나오는 네 얼굴을 보고

무척이나 당황했었다.

시험을 너무 못 봤다는 너의 말을 듣고

아빠는 뭐라고 할 말이 없었어


위로의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알다시피 아빠는 말 주변이 없지 않니?


너 위로해주려다

말실수할까 봐 겁도 나고

실제로 수능 친 날 밤에 그랬었고 ㅠㅠ


원래 계획은 수능날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출력하고

이렇게 회사 봉투에 담아서 수능 친 너에게 전달하려고 했었어.


그런데 시험을 망치고

망연자실하게 있는 너를 보니

이 봉투를 도저히 전달하지 못하겠더라.


그래서 가방에 넣어 두었던

편지 봉투를  다시 회사로 가지고 와서

지금 아빠 회사 서랍에 넣어 두었다.


언제 이 봉투, 편지를

너에게 전달할지 또 모르겠다.



그리고 너에게 미안한 마음이

물 밀듯이 오더라.


"내가 괜한 오지랖으로

너를 격려해 준다고

전날 진선여고 가서

"우주의 기운을 놓고 왔다"

이런 이야기하면서

사진도 찍고

V자와 하트 모양하고

블로그에 글까지 올린 것

괜히 했다는 후회도 많이 되었어.



수능 친 이후 내내

지금도 아빠는 이런 생각으로 마음이 많이 불편해


이렇게 고만하던 중에

다시 이 글을 만들어서 브런치에 올린다.

 

오늘 브런치에 글을 올린 후

또 후회를 할지 모르겠지만

이곳은 아빠 독자가 이제 겨우 76명뿐인 곳이라

블로그보다 오히려 마음이 편한네..

참고로 아빠 블로그 이웃은 이제 22,000명이 넘었어.


이글 영원히 네가 안 볼지도 모르겠지만...

아빠가 죽은 뒤 볼 수도 있을 테지만...
이 글이 먼 훗날 네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아빠의 소박한 바람이란다.




수능 날 저녁 네가 방에 들어가서 한참을 울고

또 엄마랑 같이 우는 모습을 보고

아빠도 눈물을 많이 흘렸었어

너는 보지 못했겠지만....


우리 딸에게

왜 이렇게 시련을 주냐고

사춘기도 그렇게 힘들게 보냈는데

그렇게 열심히 재수하면서 공부했었는데~

신에게 원망도 했었단다.


왜 이렇게 큰 파도 하나를

우리 ㅈㅇ에게, 우리 가족에게 닥치게 하냐고

photo by 우리인생 늘푸르게


그런데 ㅈㅇ야

아빠가 살아보니까

쉽게 쉽게 성공만 달리던 사람보다는

ㅈㅇ처럼, 아빠처럼, 오빠처럼, 엄마처럼

그렇게 힘든 시간과 시련을 겪은 사람이

나중에는 더 잘되고 강해지더라.


신이 있다면(아빠는 신을 믿는 사람이니깐)

신은 너를 훨씬 큰 재목으로 쓰시려고

이렇게 시련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이제 수능은 끝났고

남은 논술 시험은 어제 보고

다음 주 일요일에 딱 한 개 학교만 남았네.

그 논술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시험 치고


수능 점수 나오면

또 그 점수에 맞추어 정시 지원하고

그렇게 최선을 다해 대학 지원한 후

그때 결과에 따라서

어떻게 네 진로를 정할지 결정하자.


수능 친 날 저녁에 네가 지나가는 말로

"다음 달부터 아르바이트해서 돈 벌 꺼야

그렇게 돈 벌어서

내가 너무 가고 싶은 00대 들어갈 공부 할 돈,

학원비 마련할 거야"

라고 이야기하는 말을 얼핏 들었어.


네가 말한  그 말이

아빠 마음을 좀 아프게 하고

또 반성을 했었다.


아빠는 대학 아무 상관없고

학벌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하고

대학 못 들어가도

더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 그건 아빠 생각이고

ㅈㅇ넌 좋은 대학 들어가고 싶다고."

라고 말한 것이 지금도 뇌리를 맴돈다.


ㅈㅇ야

아빠가 절대 삼수는 안 시켜준다고 했지만

마음을 바꾸어 먹었어.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그 길이 삼수이든,

성적에 맞춰서 들어가든,

사회인으로 바로 나가든,


어떤 길이든 네가 선택하고
네가 인생길 개척해 나아가길 바래


그런데 ㅈㅇ야

만약 네가 삼수를 선택한다면

아르바이트하지 않아도 돼^^


아빠 엄마 너 삼수 뒷바라지해 줄 돈 있어.

재수 때보다 더 좋은 학원

그리고 필요하면

과외 선생님도 붙여 줄게. 진심이야.


아빠가 왜 지금 돈 벌고 있니?

아빠가 왜 지금 회사에서 명퇴하라고 해서 하지 않고

팀원으로 이렇게 다니고 있겠니?

(알겠지만 아빠 팀원으로 다니는 것 쉽지는 않아)


이럴 때, 네가, 우리 가족이 힘들 때

등대가 되려고 돈 쓸려고 하는 거야,



위 이 사진 기억나지?

네가 고 2 어려웠던 시간을  보낼 때

강원도 동해 바다에서 찍은 사진이야.


왼쪽 뒤에 등대 보이지

아빠와 엄마는 언제나 변함없이

너와 오빠에게 저 등대의 역할을 할 거야.


ㅈㅇ야

지금 세상이 다 무너지고

삶의 방향도 잃었겠지만


지금 너에게 닥친 이 어려움

너는 충분히 이겨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우리 함께 잘 이겨 낼 수 있을 거야.


너는, 우리는 이 사진 속의 방파제라고 생각해

저 거친 파도와 싸우는 방파제의 돌


큰 파도가 몰아칠 때는

키를 넘기고

너를 집어 킬 것 같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는 말 알지?


그래 이 또한 지나가고

먼 훗날 웃으면서

22년 수능 망~친 것 때문에

내가 더 큰 사람으로 성장했다고

웃을 날 반드시 온다.

이렇게 너를 괴롭혔던 파도를 모두 잠재우고

네가 바다를 지배할 때가 올 거야


사랑하는 우리 딸 ㅈㅇ야

엄마와 아빠는 너를 믿고 끝까지 지원해줄 테니

기죽지 말고 어깨 쫙 펴고 다녀

알겠지?


아빠 엄마는 지금 네가 이렇게

건강하게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고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


사랑하는 우리 딸 힘내, 파이팅~~


P.S

그리고

 너의 인생 항로

우리 가족이 터키 안탈리아에서 보았던

저 멋진 범선처럼

그렇게 네 인생 항로를 멋지게 항해하게 될 거야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늘~긍정적인 마음으로 될 때까지 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슬기로운 어린이 치과생활 작가님과 함께 걷는 인생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