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회사 후배와 우연히 커피 한잔 하였는데, 이 후배가 "늘~선배 저 이 회사 퇴사하고 다른 회사 가고 싶어요."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요즘은 회사 이직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고, 또 회사 옮기는 것은 지금 다니는 곳보다 더 좋은 회사/분야/연봉 등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므로 저는 별생각 없이, "0 후배, 잘 되었네. 어느 회사로 옮겨? 옮기는 곳 조건은 어때? " 이렇게 쿨하게 대답을 했었습니다.
@ 출처 : 중앙일보
그런데 후배가 표정이 어두워 지면서, "늘~선배 모르고 계셨군요. 저 지난 주에 발표한 회사 승진자 명단에서 차장(간부) 떨어졌어요. 그래서 이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고, 비전도 없는 것 같아서 퇴사할까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아차, "0 후배, 미안해. 그런 줄도 모르고 내가 오버했네. 그런데 내 생각은 지금 네가 이 회사 퇴사하려는 생각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내 이야기 아프겠지만 듣고 도움이 되었으면 해"
늘~ NOTE
@ 출처 : 미정
회사마다 다르기 하지만 매년 2월 말이 되면 승격자 발표를 하는 곳이 많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도 그중 한 곳입니다. 승진은 회사, 직장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직장 이벤트 중 하나입니다. 승진하는 사람 특히 발탁 인사로 더 빨리 올라가는 분들에게는 너무 좋은 일이겠지만, 승진에 탈락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이벤트가 지옥입니다. 특히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승격율도 낮아서 제 때 승진이 쉽지 않습니다.
승진을 못하게 되면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고, 회사에서 계속 다니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승진하지 못하게 되면 대안으로 다니는 회사를 때려치우고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거나, 이참에 독립하여 내 사업하거나 직업 분야 자체를 바꾸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승진에 탈락해서 퇴사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일까요?
저는 후배에게 "너 인생이니 네가 알아서 결정하겠지만, 지금 이 상태로 회사 퇴사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 정말 퇴사하고 싶다면 일 년 딱 일 년만 더 승진을 위해 뛰어보고 그래도 안되면 그때 가서 회사 옮기는 것은 찬성이다." 나의 이야기해 줄게...
늘푸르게 경험
@ 출처 : 모름
후배에게 이렇게 조언하면서 저의 흑역사가 떠올랐습니다. 직장생활 만 30년이 지나고 31년 차인 늘작가. 그동안 직장을 다니면서 별의별 일 다 겪었는데, 승진 탈락의 아픔도 있었습니다. 후배와 마찬가지로 간부 승진 탈락요. 당시 승진 탈락 전 후 이야기를 적으면 또 책 한 권 스토리인데, 퇴사/이직 부분만 발췌해서...
...(중략)... 당연히 저는 물론이고 팀장/임원 분도 승진할 줄 알았는데, 제가 누락자 명단에 올라온 것이었습니다. 미리 손을 썼더라면 아마 승진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모든 것은 승진이 될 줄 알고(승진 점수 계산 잘못) 넋 놓고 있었던 제 잘못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정확히 지금 이맘때이군요. 승진 탈락 후 회사 때려치우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내가 맡은 일은 마무리를 해야 해서 지난주 보고를 잘 마친 후였습니다.
주말에 아내와도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출근을 하였습니다. 3월 둘째 주 월요일 아침. 고민 고민하다가 회사 퇴사하기로 거의 마음을 굳히고 팀장과 담당 임원(전무) 면담을 요청했었습니다. 팀장과의 면담. 팀장은 저의 퇴사를 만류했고(어떤 이유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이어서 전무님까지 면담을 했습니다.
전무님이 제 이야기를 듣고 "늘 대리 퇴사하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해.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최근 고과도 좋고. 내가 미안하네... 하지만 인생 길게 보면 이번 승진 탈락이 늘 대리에게 아마 좋은 인생 경험이 될 것으로 생각해. 일 년 지금은 매우 긴 것 같지만 긴 인생을 보면 아주 짧은 시간이야. 그리고 승진 늦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회사 더 오래 다니는 이점도 있어....(와. 전무님 이 말 쏘름. 진짜이네요.^^ 중략).... 그리고 퇴사를 하려고 하면 내년에 승진한 이후에 해. 늘 대리 지금 회사 퇴사하면 좋은 직장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천만에. 아마 그렇지 못할 거야. 레퍼런스 체크 다 할 텐데, 승진 누락한 사람을 누가 뽑겠어? 설령 뽑더라고 조건이 좋을 수 없지..."
당시 전무님 정말 진심으로 저를 생각해서 조언을 해주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전무님이 "늘 대리, 다음 주 일주일 휴가 다녀와. 혼자서 인생 한번 정리하는 여행 추천해. 단 회사에 휴가원 내지 말고. 내가 팀장에게 말해 줄게. 휴가 다녀와서도 퇴사하겠다고 하면 그때는 내가 오케이 할게." (정말 이때 전무님이 저에게 휴가원 내지 않고 일주일 휴가 보내 주었습니다. 요즘 같으면 상상도 못 하는 일이지만 라떼는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다음 날 혼자서 제주도 2박 3일 여행 다녀왔었습니다. 제주도 하얏트호텔에서 묵고 당시 국내 최고 스포츠카인 티뷰론 렌트해서요. 그리고 이어서 아내와 둘 이서 속초에 여행도 갔었습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 3월 폭설이 내려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던 설악, 동해를 잊을 수가 없네요.
당시 저는 IMF로 쫄딱 망해서 반지하 살 때인데, 아내가 꼭 별 다섯 개 호텔과 스포츠카 렌트해서 제주도 다녀오라고 어마한 거금을 주더군요. 이때 저는 마을버스 탈까 걸어 다닐까 고민하던 시절이었는데...
암튼 그렇게 제주도 여행 다녀오고 속초 여행한 후 마음 정리해서 다시 회사를 다니고 그다음 해 승진하고....(중략)...
만약 그 때 퇴사를 했었다면 제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지금보나 좋았을까요? 아닐까요? 가보지 않은 길이라 잘 모르긴 하지만 아마 지금 이렇게 행복하고 잘 살고 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잘할 때 퇴사하자
@ 출처 : 뉴스포스트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분명 지금 다니는 직장을 퇴사하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스카우트 제이, 내 사업하기, 다른 분야 도전 등등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이런 자발적이고 긍정적인 퇴사 이유(?) 말고 비자발적인 퇴사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 승진에 탈락되었거나, 회사 상사와 관계가 좋지 않거나(퇴사 이유 1순위가 이것입니다), 회사에 비전이 보이지 않거나 등등. 이런 이유로 퇴사를 고려하는 분들은 지금 내가 이 회사에서 잘 나가고 있는가를 객관적으로 잘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슬기롭게 퇴사하는 방법, 좀 더 솔직하게는 돈 더 많이 받고 좋은 직장으로 가는 방법은 "잘할 때 떠나는 것"입니다. 꼭 명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