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이소 Feb 24. 2021

이제 막 입사한 신규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하네요.


 [인수인계 5일 차인데 제가 너무 느려 터지고 잘 못 따라가는 것 같아요. 다음날 되면 까먹고 헷갈리고. 제 자신이 너무 답답한데 가르쳐주는 사람은 얼마나 답답할까 싶고 눈물 나요.]


 네이트 판에 올라온 글이었다. 이제 막 회사에 입사한 신입의 자책이 가득 담겨 있었다. 심지어 글 말미에는 자신이 민폐가 되니 퇴사를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는 극단적 내용까지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은 깊은 공감으로 이어졌다. 7년 전 막 입사했을 당시 내가 느꼈던 감정과 똑같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발 들인 사회였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패기롭게 출근한 첫 주, 낯선 환경 낯선 업무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른다. 알려주는 업무들은 어찌나 생소한지 몇 번을 듣고 메모해도 머리에 들어가지 않았다. 분명 좀 아까 배운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자꾸 잊어버리는지. 열심히 적어둔 메모를 봐도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었다. 선배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아까 알려준 걸 그새 까먹었냐며 한심하게 여길 것 같아 주저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흐르고 초조함에 식은땀만 흘렀다.


 그렇게 하루하루 간신히 버텨내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바보인가 봐. 알려줘도 자꾸 까먹고 제대로 처리하는 일도 없어. 도움이 없으면 뭐 하나 제대로 할 줄도 모르고. 민폐만 끼치는 것 같아. 나는 일을 못하나 봐. 못 다닐 것 같아.’


 자신감과 자존감이 동시에 훅훅 깎이던 시절. 모두가 잘 적응하는데 나만 멍청한 것 같았던 그 시절.


 7년이 지나 후배를 하나둘씩 받고 가르치면서 이 현상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신입들이 겪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2년 전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내 바로 아래에 배정된 신규 직원도 마찬가지였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업한 케이스였다. 나는 그 직원에게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제 막 입사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신규 직원이 한 사람 몫을 해낼 거라는 판타지를 믿지 않기 때문인데, 이건 대부분의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그저 옆에 데리고 다니며 업무 처리 방식을 알려주고, 잘 얻어가길 바랄 뿐이다. 모르는 것을 계속 물어봐 주는 것이 신규 직원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업무이다.


 그 신규 직원과 나의 차이는 오로지 '시간'이다. 내가 먼저 회사에 입사했기 때문에 먼저 업무에 익숙해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회사에 입사한 사회 초년생들은 제발 “남들은 척척 잘 처리하는데 나만 바보 같다.”는 생각을 접어두었으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직원들에게 면박을 주고 비난하는 선배가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이 못난 것이다. 이제 막 기기 시작한 아기에게 당장 100m 달리기를 뛰라고 소리치는 부모와 같다. 자신은 처음부터 뛰어다녔던 것처럼 말이다.


 내 아래 신규 직원은 3개월 정도 지나자 얼추 한 사람 몫을 해내는 티가 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였다. 하지만 조금 더 느렸다 한들 크게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위로의 말을 적기 위해 휴면 계정을 푸는 수고를 해가며 로그인을 했다. 그리고 무슨 말을 쓸지 고민하다가 짧게 댓글을 적었다. 부디 누구나 다 겪는 때임을 알고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에도 교복이 있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