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하기는 어려운 뇌물이었다고 하네요.
아무리 봐도 수상한 택배였다. 업무상 어떤 언질도 없이 커다란 상자가 도착할 일은 없었다. 그저께 샴푸 주문할 때 주소를 회사로 잘못 넣었나? 나름 합리적이긴 추리였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어제자로 이 부서에 새로 인사발령이 나서 아직 사무실 주소도 못 외웠기 때문이다.
박스 옆면을 꾸욱 눌러 박스테이프를 잡아 뜯었다. 누가 무엇을 보냈는지 글씨를 읽는 시간에 내용물을 먼저 확인하고 싶었다.
“와...플?”
생각지도 못한 물체가 떡하니 상자 안에 버티고 있었다. 반쯤 초코가 코팅되어 잡기 편하게 꼬치가 꽂혀있는 주먹만 한 와플 스무 개. 귀여운 리본으로 묶인 개별 포장 위에 수상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그제야 의문이 풀리고 웃음이 터졌다. 이 센스 넘치는 여자를 어쩌면 좋을까. 박스를 들고 직원들에게 나눠주며 왠지 모를 쑥스러움에 “우리 언니가 좀 주책이에요.”라고 꼭지를 붙였다. 반응은 예상보다 폭발적이었다.
“와~ 이거 뭐예요? 너무 귀엽다!”
“우리 언니는 뭐 하는 거야~”
“언니 완전 센스 있네요! 좋겠다~”
칭찬과 부러움의 말에 배시시 웃음이 났다. 이제 막 같은 부서 동료가 된 직원들과의 어색한 분위기가 한껏 풀어졌다.
언니가 보내준 것은 와플이라는 겉모습을 한 다정함이고 사랑이었다. 부서를 옮기는 동생에게 무엇을 보내줄지 고민하고, 손품 팔아 물건을 고르고, 예쁜 스티커까지 제작해서 때에 맞춰 택배를 보내는 일련의 과정은 단순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다. 특히나 매일 업무에 사람에 치여 사는 직장인들에게는 더더욱. 상대를 향한 관심과 애정이 있기에 작은 일에도 관심을 쏟아줄 수 있는 것이다.
문득 돌아보았다. 나는 그동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바쁘다는 이유로 귀찮다는 핑계로 작은 관심마저 건네지 못했던 건 아닐까. 그저 관심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의 하루는 이렇게나 충만해지는데도.
와플은 너무나도 폭신하고 달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