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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네 Oct 29. 2020

내 속도를 무시한 채찍질은 나에게 폭력적이었다.

“어머님 **이가 한달 동안 숙제를 안해 왔어요”


초등학교 3학년때 내가 선생님에게 받은 최초의 전화였다.     

책으로 육아를 배우던 시절, 36개월때까지 엄마 손으로 키워야 아이가 불안심리가 없다고 하여서 힘들었지만 내가 4살까지 데리고 키웠던 순하고 착하다 믿었던 아들.     


한달 동안 일기숙제를 안 하고 있었다. 한 번도 다 했다는 아이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제 3학년도 되었으니, 아이의 공부습관도 잡혔을 거라 믿었다. 이런 나의 생각을 배신하는 전화를 받자 아이에 대한 배신감에 화가 치밀었다. 보통 둘 이상의 아이가 있는 엄마들에게 큰아이는 특별하다. 내가 처음으로 엄마가 된 아이고, 나의 첫아이니 그만큼 잘 모르지만 정성을 다한다.     

그런데, 이런 배신감을 주다니 지난 10년을 너만 바라보고 산 것은 아니지만, 허송세월을 보낸듯한 기분이 배신감에 더해졌다. 아이에게 그 동안 들지 않았던 매를 들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일기를 왜 써야 하는데요? 왜 써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안했어요”     

 

나는 이 물음에 제대로 답 할수 없었다. 내가 어렸을 때 하던 똑같은 생각이었으므로. 화를 가라앉히고 생각해 보니 아이의 말이 맞았다. 내가 하는 이유에 대해서 아이도 저리 생각하며 사는데, 나는 그저 세상의 기준에 맞추려 아이를 종용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보았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나를 매일 종용하면서 사는지 말이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인데도, 억지로 남들이 좋다고 하니 입은 옷들.     

2년의 세월을 쏟아 부은 공무원시험, 적성에 맞지 않지만 허울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 일했던 호텔리어의 삶.  결혼 후에 시도한 또 한번의 2년의 계리직 시험.     


나는 그동안 한 번도 내 마음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그게 정말 좋은 거냐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직업을 위한 시간이 절대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대하는 태도도 바꾸었다. 의문점을 가지는 마음을 칭찬해주고, 너의 마음을 표현할수 있는 힘이 있음을 좋은 태도라고 말이다. 그리고, 지금 네가 해야 할 숙제는 인생 살다보면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이 인생에 30%즘은 차지하는데, 그걸 하지 않으면 안되는 순간이 많은데 지금이 너에게 그 순간이라고 말이다.     


나 자신에게도 이 말을 해주었다.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웹소설에 대해서 깊이 탐구하고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마음을 조금 더 빨리 깨달았다면, 시도도 더 빨리 해보았을 텐데 그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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