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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네 Oct 29. 2020

가족사진에는 내가 없어요

“엄마 또 검정색 옷 입어요? 예쁜색 입어요” 

한창 옷 꾸미기에 빠진 핑크 홀릭 딸이 외출시에 내게 한 말이다.     


어느 샌가 나의 옷장의 옷들은 다 검정, 네이비, 회색으로 채워졌다. 눈에 안 띄는 칼라. 조금 몸이 작아 보이는 색을 택하게 된다.   

  

살이 찌니, 브래지어도 답답하고, 청바지도 답답하고, 몸매를 가리는 원피스를 선호하게 되었다. 요즘 유행하는 티셔츠 앞부분을 넣어 입는 스타일은 꿈에도 시도해 보지 못했다.    

 

이건 나이가 들어 주름이 는 엄마도 마찬가지다. 어느 시절이 되면 사진을 통해 보는 나의 늙은 모습이 익숙치않기 때문이다. 내 상상속의 나, 내가 기억하는 나는 젊고 생기가 넘치는데, 실제로 만나는 나와의 괴리감을 알고 싶지 않다.     


이처럼, 검은 옷으로 내 몸매를 가리듯이, 인생에서 나의 현재 상황을 직시하지 않고 싶을때가 많다. 주부로 살면서 느끼는 이런때는 카드값 청구서가 그렇고, 아이의 성적표가 그렇고, 내 통장의 잔고가 그렇다.     


현실을 직시하고 상황을 알고 싶지 않아 의도적으로 무시할 요소가 있는 것들이다.     


현재상황을 자세히 알아야 문제해결 방안이 나오는데, 현실을 직접 부딫히는건 생각외로 두려운 일이다.

눈에 안개가 낀 듯이 조금만 알고 싶은게 사람의 본성아닐까.     


내가 점점 사진을 안 찍게 된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몇 년전의 사진속 모습이 내 머리에 박혀 그 모습일줄 알았던 나는, 그 보다 조금 더 나이들고, 조금 더 지친 모습이라 그랬던거 같다.    

 

주부로서의 자존감도 그렇다. 잉여인간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나려면, 내가 하고 있는 이 순간의 현재모습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일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다음단계로 나아가야 있는 한스텝을 밟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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