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네 Oct 31. 2020

김치는 못하지만, 주문은 잘해요

“괜찮아요 어머님. 저희 이거 안먹어요 안가지고 갈게요”


이 말을 하는데 10년이 걸렸다. 요즘 핵가족 사회에서 우리가 집에서 밥먹는 횟수는 생각보다 적고 먹는 양도 적다. 김치 밑반찬을 조금 먹게 된게, 큰아이가 10살이 넘었을 무렵부터 김치를 같이 먹기 시작한 때부터이다.     


두 가문의 자녀들이 한 가정을 이루었으니, 그 입맞이 어찌 딱 맞으랴!


무난한 입맛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남편과 나도 실은 엄마들의 입맞이나 할줄 아는 요리에 입맞이 맞춰져 있던 거지, 실제로 엄마들이 생각하는것처럼 그 음식을 좋아하는건 아니었다.     


남편과 살다보니, 어머님이 말씀하시던 아들의 입맞은 달랐다. 나는 부인이므로 엄마에게처럼 다 맛있다고 말하지 않고, 그냥 자기 좋은 것만을 말하기도 한다.     


나는 내가 40이 넘으면 혼자 김치도 할줄 아는 아줌마가 될줄 알았다. 매번 김장때가 되면 친정이나 시댁에서 아직도 김치를 얻어 먹는다. 


“채 썰고, 이 고춧가루 뚜껑 열고, 액젖좀 더 뿌려봐” 개량할수 없는 대충~ 이만큼. 이렇게 요리를 알려주시니, 아직 김치를 하지 못한다. 비싼 재료비에 좋은 재료를 내가 망칠까봐 맡기지 못하시는지도 모르겠다.  

   

4인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시간은 하루 중 저녁시간이 유일하다. 그러니 매일 매일 김치를 소비 하지 않게 되어, 생각보다 많은 양을 먹는 것은 아니다.     


인구수가 줄어서, 동네에 어린이집도 점점 줄어가고 있는데, 상점중에 눈에 띄게 많아지는 업종이 있다. 바로 반차가게다.     


1만원어치의 반찬을 사면 일주일에 필요한 밑반찬은된다. 한국의 식단은 메인요리, 국, 밑반찬으로 차려진다. 식사를 차리는데 많은 손품이 든다는 말이다. 이 중에 밑반찬만이라도 해결이 된다면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은 줄어든다.     

나는 그래서 나물을 손질하는 시간대비, 사는게 더 빠르다는 생각에 가끔 먹고싶은 나물은 모듬으로 한팩씩 산다. 요즘 엄마들 중에 육아를 아주 힘들어 하는 엄마들도 많이 있다. 아이가 아파도 어린이집을 보내는 엄마들도 생각보다 꽤 많다(감기가 걸린 아이들고 약을 들려서 보낸다). 아이보다 자기의 시간이 더 중요한 사람이다.   

  

나는 이런 엄마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자기를 위한 시간보다 가족을 위했던 엄마들을 보면, 60이 넘은 친정엄마, 70이 넘은 시어머니, 모두들 말씀하신다.    

 

"왜 그렇게 미련하게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비록 김치를 할줄 모른다 할지라도, 60이 넘어서 왜 그렇게 살았는지 모르는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살려면, 밥상에 꼭 필요한 김치 만드는 것에 관심이 없으면 그냥 사먹자.

꾸역꾸역 배워도 , 결코 공장김치 맛을 못 낼지도 모른다. 사실은 나도 한번은 깍두기를 시도해 본적은 있었다. 그런데 가족 아무도 안 먹어서 버렸다. 그 뒤로 김치할 생각을 버린 것이다.     


비록 김치를 못할지라도, 우리는 주문은 잘할 수 있다. 맛있는 김치를 만드시는분에게     

이전 03화 가족사진에는 내가 없어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