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호르몬 때문인지 배가 무거워서인지 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시간을 보니 새벽 1시 50분이었어요. 휴대폰 화면을 밝혀 남편의 얼굴을 비춰보니 저의 임산부 바디 필로우 한쪽을 양손으로 꼭 끌어안고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습니다.
너무 평화롭고 귀여워 보여서 남편 얼굴에 불빛을 비추고 계속 봤어요. 그러다 남편이 눈이 부셨는지 움직이길래 호다닥 휴대폰 불빛을 껐습니다.
한참을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아서 '오늘도 출근할 때까지 잠을 못 자려 그러나. 큰일이네...'하고 생각하던 순간, 남편이 바디필로우를 놓고 똑바로 누웠습니다.
이때다 싶어 데구루루 굴러서 남편의 펼쳐진 팔에 머리를 대고 몸통을 꼬옥 끌어안았어요.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진 가을 날씨에 몸이 좀 서늘하던 참이었는데 남편을 꼭 끌어안자 따뜻한 열기가 온몸에 퍼졌습니다.
목욕탕 따뜻한 물에 들어갔을 때 몸에 열기가 기분 좋게 퍼지는 그런 기분이었어요.
열기와 동시에 행복하고 편안한 느낌도 함께 잔잔하게 마음속에 퍼져나갔습니다. 보통은 남편 팔베개를 하면 목이 불편하거나 뭔가 편하지 않아서 제 자리에서 자고는 하는데 어제는 어쩐 일인지 사르르 솜사탕 녹듯 잠에 들었어요.
평소에는 새벽에 잠이 깨면 다시 잠에 들지 못하는데 남편을 꼬오옥 끌어안고 눈을 감으니 알아차릴 새도 없이 금세 잠이 들었습니다.
흔히들 남녀관계에서 귀여우면 끝났다고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저는 남편과 끝났습니다. 남편의 하나하나가 다 너무 귀여워 보이기 때문이에요.
남편은 키 183cm, 몸무게도 90kg로 체격이 커서 일반적으로 귀엽다고 하기에는 거리가 멉니다. 그런 남편이 왜 그렇게 귀여워 보이는지. 끝난 거 같아요. 심지어 시어머니까지도 저에게 눈에 콩깍지를 쓴 거 같다며 웃으며 놀리시곤 했습니다.
남편의 귀여운 모먼트
얼마 전에는 저를 회사에 데려다 주기 위해 나왔는데 잠옷 바지에 헝클어진 머리, 수염이 잔디처럼 꺼뭇꺼뭇하게 난 채로 왼쪽에는 눈곱이 낀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웃음이 빵 터졌어요. 뭔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였습니다.
어제저녁에는 퇴근 후 마주 보고 앉아 손목 통증 개선을 위한 파라핀 기계를 하는데 남편의 입모양이 꼭 아주 귀여운 캐릭터처럼 세모 모양인 거예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막 웃음이 나왔어요.
밥 먹는 모습도 정말 사랑스러워요. 저는 우걱우걱 먹는 느낌인데 남편은 평화로운 솦속의 사슴처럼 우물우물 꼭꼭 차분하게 밥을 먹습니다. 그 모습이 신기해서 한참을 쳐다보게 되어요.
예전의 저는 주로 사랑을 받고 싶어 했던 것 같은데 남편을 만난 뒤로는 자꾸 사랑을 주고 싶고 아껴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듭니다.
행복하게 해주고 싶고 웃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이렇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보,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