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후 끝없는 몸과 마음이 변화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20주 차에는 배가 갑자기 많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잘 때 골반 통증도 생겨났어요.
25주 차에는 생전 느껴보는 손목과 손가락 통증이 느껴졌어요. 열 손가락 관절 마디마디가 아프고 손목은 찌릿하고 시큰해서 악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임산부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체중도 7kg 정도 늘어났어요. 손발은 퉁퉁 부어서 반지도 맞지 않고 신발도 기존 사이즈는 신을 수 없게 됐어요. 흰머리가 눈에 띄게 가득하지만 염색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게 임신 후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변화인 걸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급격하게 변해가는 거울 속 나를 막상 마주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거울로 나를 보고 있는데도 '저 모습이 정말 내가 맞나, 저 배가 내 배가 맞나.' 싶습니다.
심지어 저번에는 회사에서 동료가 '배 많이 나왔네.' 하길래 평소에 차던 임산부 복대를 하고 있는 줄 알고 '아, 이거 복대예요.'하고 만졌는데 저의 배였던 적도 있어요. 잠결에 무심코 배를 만지다가 '엇, 내 배가 왜 이렇게 나왔지.'하고 순간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임산부인 게 너무 티 나면 행여나 방해가 될까 싶어 일부러 티가 잘 안나는 옷을 입고 다니고 있었어요.
임신 전 매일 운동으로 복근도 있고 아픈 곳 하나 없던 저와 비교하면 정말 많이 달라지고 있었어요. 다른 임산부들 배를 보면 '너무 아름다운 디라인이네요.' 하면서 막상 저 자신은 낯설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이런 변화들을 급격히 겪어서인지, 호르몬 영향인지 갑자기 서러운 마음이 들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도 했어요.
임산부 요가센터 선생님이 그런 저에게 '지금 변화를 겪으면서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한 성장통일 거예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시간이 될 거예요.'라고 말해줘 위로가 되었습니다.
임신 후 첫 목욕탕 방문
그리고 일주일 뒤 임신 후 처음으로 목욕탕에 갔어요. 너무 뜨거운 물에 오래 있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해서 고민 끝에 엄마와 함께 가게 됐습니다. 엄마가 뜨거운 사우나를 하실 동안 혼자 중탕 물에 앉아 있을 때였어요. 옆에 앉아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물으셨습니다.
'배 모양 보니까 딸인가 보다.'
'네,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라고 웃으며 답했어요.
'딸이면 그렇게 동그랗게 위에 나오더라고. 어이구, 참 이쁘네.'
('이쁜가? 내 배가 이쁜가?)
이후로도 눈이 마주치는 아주머니들 마다 흐뭇한 표정으로 저를 보고 미소 지으셨어요.
목욕탕에 오니 갑자기 내가 정말 예쁜 사람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아주 행복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임산부가 목욕탕에 가니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 이쁜 사람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거울 속 저 자신을 보고 말해 봅니다.
너는 지금 아주 훌륭한 일을 하고 있어. 사람을 키워내고 있잖아.
이런 변화를 거치면서
새로운 모습을 갖게 될 거야.
아주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