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코스모스 축제가 남긴 것 TOP3

by 애지


지난 주말 구리 코스모스 축제가 있었습니다. 20년이 넘게 지속되어 온 축제인만큼 저도 코스모스 관련 추억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이모랑 갔던 기억이 있어요. 엄마랑 둘이 간 적도 있고 가족들과 많은 추억을 쌓아온 축제 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구리 코스모스 축제에 갔어요. 올해는 새 식구와 함께 했습니다. 엄마, 남편 그리고 뱃속에서 잘 놀고 있는 호두였어요.

이번 축제는 기존과 달리 규모가 엄청 컸습니다. 지역 축제에 가면 볼 수 있는 국밥, 전, 국수 등 잔치음식을 파는 천막 식당들도 많았어요. 꽃을 보고 저희도 간단히 식사를 하며 기분을 즐기기 위해 무엇을 먹을지 둘러봤습니다.


순대 두알
엄마는 가성비 좋다며 족발을 구매하셨고 저는 옆 사람이 들고가는 순대를 보고 남편에게 말했어요. "여보, 순대 맛있어 보인다. 저거 먹을까?"
남편은 그러자며 순대 야채곱창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순대가 다 팔려서 곱창만 있다는 거예요. 남편은 그거라도 달라며 주문하고 앞에서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남편이 철판 구석에 서너개 있는 순대를 보고 말했어요. "여기 이 순대 두개만 주시면 안 될까요?" 아주머니께서는 웃으시며 흔쾌히 순대 두알을 올려주셨습니다.

평소의 모습과는 다른 남편의 발언에 저는 깜짝 놀랐어요. 제가 먹고 싶다던 순대를 어떻게든 먹게해주고 싶었던 남편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어요. 그 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순대 두 알을 맛 봤습니다.



앞자리 있나 보고 올게
꽃도 보고, 배도 채우고, 큰 무대 앞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진다는 장소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규모가 굉장히 큰 무대였어요. 좌석도 많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늦게 들어간 저희는 뒤쪽 빈 의자에 바로 착석했어요.

곧 가수 서영은님이 나오셔서 '가을이 오면', '혼자가 아닌 나' 등 노래를 열창하셨습니다. 평소 좋아하던 노래들이라서 엄마와 손 잡고 신나게 따라 불렀어요.


그 모습을 보던 남편은 "잠깐 앞에 자리 있나 보고 올께."하고 앞으로 갔습니다.

곧 전화가 왔고 남편의 말대로 앞으로 쭈욱 가다보니 앞에서 세번째 줄 정도에 빈 자리 세개가 있었어요. 저는 기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습니다. 확실히 앞에 앉으니까 훨씬 더 흥이 나고 재밌었어요. 그 다음에는 추혁진이라는 트로트 가수분이 나오셨어요.

처음 들어보는 가수라서 기대나 흥미가 크지 않았는데 관중을 사로잡는 무대 매너와 뛰어난 노래 실력에 '나 트로트 좋아하네?'라며 신나게 즐겼습니다.


이 모든게 남편이 앞자리를 구해준 덕분이었어요. 신나게 축제를 즐기는 저의 모습을 보고 더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었던 남편의 마음이 느껴져서 참 고마웠습니다.


한강 화장실
즐거운 축제가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습니다.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었어요. 임신한 뒤로 부쩍 화장실 가는 횟수가 늘었습니다. 남편에게 물었어요. "여보, 집에 도착하려면 얼마나 남았어요?"한 30분 정도. 왜요?""아, 화장실 가고 싶어서 물어봤는데 그 정도면 참을 수 있을 것 같아요."하고 뒷자리에 누워있었어요.


잠시 후 "여보, 화장실에 다녀와요."라고해서 일어나보니 한강 화장실이었습니다. 힘들던 참에 서둘러 차에서 내려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남편의 배려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냥 집으로 빨리 갈 수도 있었을텐데 조금이라도 저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 귀찮았을텐데도 한강 화장실에 들려준 그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여러가지로 남편에게 감동받고 고마운 기억이 많은 코스모스 축제였습니다.


여보, 고마워.
내년에 또 같이오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날 천국으로 데려가는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