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인가, 남편인가
힘든 월요일이었습니다. 그날 따라 회사에서는 더욱 힘들었어요. 요즘 월수금 퇴근 후 임산부 요가에 가고 있는데요. 퇴근 후 회사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바로 요가학원으로 갑니다.
어제는 퇴근 후 회사를 나서는데 바로 앞에 있는 파스타 집 오늘의 메뉴가 눈에 들어왔어요. 연어크림 파스타였습니다. 먹고 싶은 마음이 잠깐 들었지만 가성비도 안 좋고 임신 중기 들어서면서 위가 더욱 불편해져서 한 번에 조금씩만 먹을 수 있어서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결국 발길을 돌려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요가를 끝내고 집에 돌아왔는데 몸이 완전히 녹초가 되었어요.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식탁 의자에 앉았습니다. 남편은 뭘 너무 안 먹어서 그런 거 아니냐며 밥을 한 숟가락 줘서 저녁을 좀 더 먹었어요.
식사 후 저녁마다 남편이 해주는 다리 마사지를 받기 위해 리클라이너에 앉았습니다. 퇴근 후 파스타가 잠깐 먹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니 남편이 곧 일인 연기를 시작했어요.
"어쭈! 내가 파스타 먹고 싶다고 해! 찌! 내가 탯줄 당기면서 신호 보내찌!" 마치 호두인 듯 말하는 남편의 말투랑 억양이 너무너무 웃겨서 한참을 소리 내 배꼽 잡고 웃었습니다.
남편은 먹고 싶은 것을 꼭 먹어야 하는 저의 모습을 호두가 똑 닮은 것 같다며 계속해서 흉내를 냈어요.
"내가 신호 보냈는데, 안 먹어찌! 어쭈!" 아무리 반복해서 들어도 너무 웃겨서 계속해서 웃었습니다.
그렇게 웃다 보니 월요일 하루 쌓였던 피로가 웃음과 함께 싸악 날아가는 기분이었어요. 파스타를 먹지 못한 호두의 마음도 저의 웃음과 함께 풀렸을까요.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남편이 물었어요.
"여보, 오늘은 파스타 먹을꺼야?"
아니라고 답하는 저에게 남편은 호두를 흉내내며 말했어요.
"어쭈! 내가 파스타 먹고 싶다고 해! 찌!"
다시 들어도 재밌는 호두 흉내내기 앵콜을 요청해 들으며 아침을 웃음으로 시작했습니다.
회사에 도착해 내릴 때쯤 남편이 말했어요.
이번 주말에
맛있는 파스타 만들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