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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크록스

by 애지

"이걸로 커플 신발 하자!" 몇 년 전 엄마와 크록스 매장에서 했던 말이에요. 엄마랑 쇼핑을 갔다가 처음으로 크록스 신발을 신게 됐어요. 엄마가 사주신 신발이라 더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쁜 파츠도 사서 같이 진지하게 상의하며 달았어요.

그 신발을 신고 같이 참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행과 꽃을 좋아하는 엄마와 함께 봄, 가을, 여름 좋은 계절마다 산으로 바다로 여행 다녔어요.

저녁에는 커플 크록스를 신고 근처 공원으로 산책 가서 하루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며 서로의 하루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엄마는 저에게, 저는 엄마에게 친한 친구이자 딸이자 엄마가 되었어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인생이 풍요로워지고 든든한 마음입니다.

장난처럼 말하곤 했어요.

"엄마는 진짜 좋겠다! 나 같은 딸이 있어서!" 엄마에게 말대꾸할 때면 엄마도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너랑 똑같은 딸 낳아봐라!"
오늘로 임신 28주 차 7개월 차를 맞이한 저는 가끔 그 말이 떠오르며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더 엄마에게 잘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아직 늦지 않았겠죠.

호두가 곧 태어나고 걸어 다닐 수 있게 되면 엄마, 호두와 함께 크록스 매장에 가서 셋이 커플 크록스 신발을 사려고 합니다.


셋이 똑같은 커플 신발을 신고 산으로 들로 바다로 아름다운 계절 따라 풍경을 눈에 담으며 셋이 같은 추억을 쌓아가는 상상을 해봅니다.


아기를 낳으면 꼭 하고 싶었던 엄마와 아기와 셋이 삼대가 목욕탕 가는 모습도 그려보곤 해요.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17도로 부쩍 추워진 가을 날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곧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여름 크록스에 발이 시려지면 엄마와 함께 따뜻한 퍼가 달린 겨울 크록스를 사러 가야겠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사드릴게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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