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두 얼굴
10월3일 이른 아침. 엄마와 함께 식탁에 앉았습니다. 식탁에는 보글보글 끓고 있는 따듯하고 구수한 청국장이 놓여져 있어요. 자리에 앉자마자 엄마와 동시에 청국장에 숟가락을 담급니다. 한 숟가락 맛보신 엄마는 "역시, 청국장은 찬 바람 불 때 먹는게 가장 맛있어!"라고 감탄하셨어요.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엄마의 중학교 3학생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예전에 엄마 친구 중에 창란이라고 있었어. 그 친구 집에서 학교 가려면 산을 하나 넘고 한 시간을 넘게 걸어가야겠거든. 그래서 학교 근처에 아주 작은 방을 하나 구한거야. 엄마도 그 친구 집에서 가끔 잤거든."
"우와, 재밌었겠다!"
"응. 그 때 그 친구가 집에오면 엄마가 청국장을 끓여주셨는데 그게 정말 맛있었어. 그게 겨울이었어."
엄마와 청국장을 먹으면서 엄마의 엄마가 청국장을 끓여주셨던 일화를 들으니 '이런게 역사의 현장인가' 싶었습니다.
"그 창란이라는 친구랑 시화전도 갔었어."
"시화전이 뭐지?!"
"나무판에다가 시랑 그림 그려서 전시하는거."
"와, 중학교 3학년 때 시화전도 다니고 멋지다."
"엄마는 여중이었고 근처 남고에서 하면 갔었는데 창란이가 그 중 남학생 한 명을 좋아했었지. 근데 고백도 못하고 끝났어. 그 남학생은 동네에서 건어물집을 했는데 창란이가 맨날 그 남학생 얼굴보러 가자고 하고 그랬지. 그 남학생이 지금은 국회의원이 됐어."
"우와. 진짜 신기하다. 근데 엄마 중학교 3학년 때 남고에 시화전도 가고 구경도 가고 진취적이었구나!"
엄마의 멋쩍은 웃음에 한참을 더 놀렸습니다.
"창란이가 지금도 가끔 연락오고 그래."
중학교 3학년 친구가 예순이 넘은 지금까지도 연락이 온다니. 엄마는 진짜 좋은 친구사이를 두었구나 싶었습니다. 아마 그 친구분을 만나시면 그 떄 좋아했던 남학생 이야기를 하며 추억을 회상하시려나요.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멋진 학창시절을 보낸 엄마가 정말 멋있습니다.
엄마의 주식은 예술이고 기술이다.
청국장을 반쯤 먹었을 때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ooo는 어떻게 됐어요? 어제 많이 올랐던데. 다른 종목은 매매한거 있으세요?" 투자의 대가로 집에서는 김대표님이라고 부르고 있는 엄마에게 주식 이야기를 꺼내자 저도 모르고 존댓말이 나왔습니다.
"어, 영국꺼는 어제 변동성 크게 오기 전에 한 번 팔아서 수익실현 해놨고 다시 ooo 추가 매수 해놨어."
엄마는 저의 권유로 미국주식을 시작하게 되셨는데요. 먼저 시작한 저보다 훨씬 더 높은 성과를 내고 계십니다. 어쩔 때는 제 연봉보다도 많이 성과를 내셔서 내 연봉이 적은건가 엄마가 잘하시는건가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요즘 단타 비중을 늘렸는데 여러 후보 종목 중에 비중을 크게 들어간거만 지지부진하거나, 얼마전 익절 매도하고 나온게 계속 가거나 그래서 쉽지 않네요."
"주식은 흐름이 중요한거야. 그 흐름을 타고 오르는 것들이 있으니까 단타가 목적이면 그런 종목을 선정해야지. 엄마가 아침마다 보내주는 기사, 정보들은 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이니까 바빠도 제목이라도 꼭 봐."
"옛설!"
엄마가 9월 실현한 수익금액을 보고 턱이 쩍하고 벌어졌습니다. 회사 월급을 받는 대신 엄마의 수제자로 들어가 엄마를 따라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저의 자산 확장을 빠르게 해줄 것 같았어요. 예전에는 초심자의 한 두번 행운인가 했는데 몇 년 동안 지속되는 엄마의 수익을 보며 지금은 실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김대표님,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