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J 아내와 ISTP 남편
결혼 상대가 될 사람이 나랑 비슷한 성격인 경우, 반대 성격인 경우 어느 경우에 더 잘 살게 될까요. 아이오와 대학 심리학팀 연구에 의하면 291쌍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격이 유사한 부부가 결혼 생활 행복도에서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고 합니다. 혹시 배우자와 성격이 다른데 그럼 어떻게 되는건가 놀라셨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남편과 완전히 정반대의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싸움 한 번 없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위 연구 결과는 유사성이 전반적인 결혼 만족도와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궁극적으로 결혼 생활의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성격 그 자체보다
"갈등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성격이 다르더라도 상대방의 행동을 '통제'나 '잔소리'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다름'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지혜롭게 대처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합니다.
ENFJ 아내와 ISTP 남편
남편과 저는 정 반대의 성격 입니다. 남편은 내향형에 차분하고 침착한 성격입니다. 반면에 저는 외향형에 밝고 명랑하고 댕댕이 같은 스타일이예요. 항상 평온한 마음으로 기복이 크지 않은 남편과 달리 저는 감정기복이 심하고 감성이 풍부한 편입니다. 이런 성격을 반증하듯 MBTI 마저 저는 ENFJ, 남편은 ISTP로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이 없는 완전히 다른 성향입니다.
남편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충분히 생각하고 신중히 행동하는 스타일이고 저는 급한 성격으로 빨리 빨리 일처리 하는 습관이 있어요. 이렇게 성격이 다르다보니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
같이 요리를 하더라도 남편은 레시피를 보면서 천천히하는 반면에 저는 일단 행동을 옮기고 빨리빨리 했어요. 그러다보니 천천히 행동하는 남편을 보고 "여보, 아니 왜 이렇게 천천히해. 빨리빨리 좀 할 수 없어?"라는 말이 나오기 일수였습니다. 같이 공원 산책을 할 때 조차도 주변을 보며 느리게 걷는 남편에게 "여보! 그렇게 해서 운동이 되겠어? 빨리 빨리 좀 와!"라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남편은 그런 저의 말에도 평온하게 그러려니 하고 대응합니다.
그러다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남편은 요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천천히 행동하고 산책할 때는 주변 풍경을 사색하느라 천천히 걷는다는 사실을요.
연인으로 발전하기 전, 친구였던 시절. 함께 지하철을 타고 걸어가다가 다른 사람이 핸드폰을 보느라 저의 남편 어깨를 툭하고 쳤습니다. 그 사람은 "ㅅㅂ"이라며 욕했어요. 남편은 편안한 모습으로 "죄송합니다."라고 하고 가던 길을 갔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저는 화가난 표정으로 말했어요. "아니, 저 사람이 잘못해서 친건데 왜 너가 미안하다고해? 저렇게 욕을 하는데!" 남편은 "그냥 미안하다고 하면 되지, 뭐."라며 갈 길을 갔습니다. 당시에는 그런 남편을 보며 바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후 연인이 되고 배우자가 되면서 저런 성격이 얼마나 지혜로운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남편은 참 깊고 넓은 그릇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상대의 특성을 파악하고 대응하기. 내 관점에서만 대응하지 않기
남편이 운전할 때 차들이 계속 무리하게 끼어들면 저는 외칩니다. "여보, 여보! 바짝 붙어!! 껴주지마. 껴주지마!!" 남편은 말합니다. "바쁜 일이 있나보지. 지금 양보해주면 저 차가 나중에 애지한테 양보해 줄 수도 있어요." 성인군자같은 남편의 답변에 저는 숙연해집니다. 동시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어떻게든 손해보지 않으려고 할 때는 불편함으로 가득찼던 마음이 남편의 한 마디에 편안해졌습니다.
남편이 왜 저렇게 나랑 다르게 느리게 행동하고 양보하는지 그 이유를 몰랐을 때는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을 관찰하고 이유를 물어보면서 성향을 알고나니 이해와 존중이 따라왔습니다.
나를 성장시키는 배우자의 장점
이렇게 성격이 다르다보니 오히려 좋은 면이 많습니다. 배우자의 특성을 단점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 사람 특유의 장점으로 인식하면 완전히 다른 관점을 갖게 됩니다. 서로의 장점이 상대방의 부족한 부분이 되기도 하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해보지 않은 일에도 늘 자신감이 넘치는 편입니다. 반면 신중한 남편은 어디서든 매우 겸손한 태도를 보입니다. 서로 극단에 있던 저희는 회사 일이나 평소 생활을 통해 서로의 장점을 자연스럽게 배우며 단점을 보완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자신감에 겸손을 더하게 되었고 남편은 겸손만 하지 않고 자신감의 영역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새로운 일을 도전하기에 앞서 조심스러움이 많아 망설임이 컸다면 저의 모습을 보며 자신감 있는 태도로 한 발씩 내딛어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항상 일등을 지향하며 빠르게를 외치던 저는 여유롭고 느긋한 남편의 모습을 보며 배웠습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저의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것입니다. 항상 일등을 하지 않아도 되고 나로써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손해보지 않고 내 것을 모두 취해야한다는 욕심의 마음은 남편으로 인해 내가 조금 손해봐도괜찮고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배우자와 내가 성격이 비슷해도 싸울 수 있고, 너무 달라도 싸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특성을 이해하고 내가 아닌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 왜 상대가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생각해보면 화보다는 존중이 앞서게 될 것 입니다.
사랑하는 배우자의 다른 점을 알아주세요.
이해하고 인정해주세요.
배우자도 당신의 마음을 알고
사랑으로 더 다가오게 될 것입니다.